제레박의 스타트업 분투기 #1
안녕하세요? 마케팅 워리어 제레박입니다.
이번 글은 현재 제가 CMO로 일하고 있는 삼초마을 (3초마을 아닙니다...)의 새로운 마케팅, "계란 오마카세 팝업"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저번 글처럼 에세이처럼 가볍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단 삼초마을은 현재 동물복지 유정란 정기구독을 핵심 비즈니스 모델로 서비스하고 있는 신선식품 정기구독 스타트업입니다.
동물복지 유정란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것 같아 설명을 드리자면, 지난 2019년부터 개정되어 새롭게 적용된 계란에 적혀있는 난각번호에 대해서부터 말씀을 드려야할 것 같네요.
계란의 난각번호는 2019년 이전까지는 닭의 사육환경, 산란일 등을 전혀 알 수 없는 지역별 고유번호+농장고유번호 만 찍혀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다 여러분들이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계란의 살충제 파동이 있었죠. 기본적으로 닭은 우리가 아는 케이지에 밀집 사육됩니다. A4용지보다 작은 0.0.5m2의 케이지에 갇혀 평생 날아보지도 못하고 계란만 낳다 죽게 되는거죠.
밀집사육의 장단점은 명확합니다. 관리가 쉽고, 좁은 면적에 닭을 많이 키울수 있다보니 생산성이 좋죠. 하지만 단점도 분명합니다. 닭은 기본적으로 몸에 해충이 붙으면 바닥의 흙이나 계사의 쌀겨를 이용해 해충을 알아서 떼어냅니다. 흙 한톨없는 철창에서 키워지는 닭은 해충에 결국 취약하게 되겠죠. 그래서 닭들에게 대량으로 살충제를 뿌리게 되는데요. 그 살충제가 계란에 남아있었다는 충격적인 뉴스로 전국의 계란소비가 급감하게 됩니다.
http://news.bizwatch.co.kr/article/consumer/2017/08/23/0002/prev_ver
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oid=032&aid=0002811185
이러면서 특정농장의 난각번호는 사먹으면 안된다는 수많은 찌라시들이 대한민국에 가득했구요. 노후화되었고 선진화되어있지 않았던 산란계 농장을 동물복지 농장으로 유도하려는 정부의 정책중의 하나로 난각번호가 변경되면서 동물복지 유정란 시장은 크게 성장하게 됩니다.
실제로 작년 동물복지 농장 현황을 보면 산란계 농장수가 제일 많은걸 볼 수 있을겁니다. 전체 산란계 농장의 약 18%라고 하네요.
자, 여기까지가 난각번호 개정에 관한 히스토리였구요. 그래서 새로 바뀐 난각번호는 어떻게 읽어야 하나. 알려드릴게요. 지금 냉장고를 열어서 계란의 번호를 확인해보세요.
4자리는 산란일자입니다. 계란은 산란하자마자 바로 먹는게 신선하다는 사실 알고 계시죠? 삼초마을은 농장에서 어제 낳은 계란을 도시의 집에서 바로 드실 수 있게 농장 직배송으로 계란을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일 마지막 사육환경 번호.
삼초마을에서 판매하는 동물복지 유정란은 1번 자연방사, 2번 지붕이 있는 축사 (우리끼리는 호텔같은 계사라고 말하곤 합니다)에서 사육하는 닭의 계란만 판매하고 있습니다.
동물복지 유정란을 낳는 닭이 어떤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지 직접 농장 방문해서 촬영한 사진과 라이브 방송이 있으니 한번 보시면 이해가 쉬우실거에요!
https://view.shoppinglive.naver.com/replays/193412
이런 환경에서 살고 있는 닭들은 3,4번 케이지의 닭처럼 부리끝을 잘라내지도 않고, 살충제도 쓰지 않고 닭이 본래 습성대로 스트레스없이 자라기때문에 계란의 퀄리티도 다른 계란보다 좋다는걸 소비자들도 후기로 말씀해주고 계십니다.
이렇게 좋은 계란을 소비자들에게 꼭 먹여보고 싶다는 마음이 늘 있었구요. 요즘 다이닝 씬에서 유행중인 팝업 레스토랑이라는 방식을 차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던중 샤워하다가 "계란 오마카세"라는 개념을 떠올렸고, 역시 아이디어는 샤워하다가 나오는거 인정하시죠? 계란으로 만드는 5,6코스의 팝업 레스토랑이라면 이건 반드시 이슈가 되겠다 싶었죠. 그리고 네이버에 검색을 해봤더니 아무것도 안나오더군요. 트위터, 인스타그램에도 쳐봤습니다. 한우 오마카세, 돼지 오마카세, 디저트 오마카세, 백주 오마카세 등 최근 다이닝 씬에 다양한 오마카세가 유행중이었지만 계란이 주인공인 오마카세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기획을 시작했습니다.
장소는 여러군데를 알아봤고, 공간이 아주 좋았던 성수동의 매장이나, 압구정의 공간 등 여러군데와 미팅을 진행했지만 공간, 주방 등 여러 팝업 환경의 이슈로 확정이 어려웠었구요. 사실상 공간 섭외가 가장 어려웠었네요. 그러다 평소 알고 지내던 서울숲 비스트리오의 휴일인 월요일껴서 팝업을 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생각났고, 리오 쉐프님께 부탁해서 일,월 팝업이 가능하다는 확답을 받자마자 팝업은 거의 2주만에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메뉴는 원래 5코스로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메뉴 사진 촬영을 위해 사전 요리를 해보면서 좀 더 포만감을 주기 위해 닭메뉴를 추가하게 되었죠. 역시 계란 오마카세에 닭이 빠질 수 없겠죠? 본격 오야꼬 오마카세...
https://blog.naver.com/ckdwjd0306/222507037723
메뉴 기획은 전적으로 장영수 쉐프님께서 맡아서 진행해주셨구요. 저는 코스의 가장 첫번째. 웰컴후라이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ㅋㅋ 동물복지 유정란을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조리법은 저는 써니사이드업이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노른자가 살아있어 계란의 고소함을 가장 풍부하게 느낄수 있어서 꼭 오시는 모든 분들께 그 첫맛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의 메뉴들은 전부 계란의 흰자와 노른자를 형상화한 다양한 메뉴들로 구성되었고, 화룡정점으로 디저트는 현재 디저트씬에서 가장 핫한 제이엘 JL 디저트 바의 저스틴 쉐프님께서 직접 크렘브륄레를 만들어서 보내주셔서 더 완벽한 계란 오마카세가 되었던것 같네요.
인스타그램에서 #계란오마카세 를 검색했을때 삼초마을의 팝업 이벤트만 올라왔고, 네이버에서도 현장에 참석했던 고객님의 후기가 올라와서 SEO는 일단 소량이지만 잡았다고 생각하구요.
황무지에 깃발을 꽂는 개척자의 심정으로 늘 깃발꽂기 마케팅을 진행하는 저는 계란 오마카세 팝업이라는 건 삼초마을의 또 하나의 깃발꽂기라고 생각하고 빠르게 계란 오마카세라는 황무지에 깃발을 꽂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행사를 함께 주관했던 영수쉐프와 거의 매일 되뇌었던 문장이 있는데요. "일단 해보자. 해보고나서 개선하자." 였습니다.
팝업을 하면서 오프라인 거점이 없는 브랜드의 BTL 행사는 큰 돈이 든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부던히 비용을 세이브하기 위해 행사의 많은 부분들을 내재화해서 진행을 했구요. 정말 최소한의 비용으로 행사를 진행하게 도와준 영수 쉐프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계란 오마카세 팝업은 더이상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준비해서 진행하는 행사는 없을 예정이구요. 좀 더 다른 방식으로 찾아가도록 할게요!
일요일 1,2타임 / 월요일 1,2,3타임 총 5부로 구성된 팝업 레스토랑은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님들이 약 80여명 참석하면서 음식을 즐겨주셨습니다!
삼초마을 동물복지 계란의 고객은 아이가 있는 30대 후반, 40대부터 60대까지 의외로 장년층의 구매가 많은데요. 그러다보니 오히려 젊은층에게 어떻게 어필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었는데. 이번 오프라인 팝업 레스토랑을 통해 하나의 단초를 찾게 된 것 같네요. 오감의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MZ세대를 위해 1년에 몇번의 이러한 오프라인 이벤트를 진행해보면 좋을것 같았네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계란오마카세 팝업의 여정에 함께 해주셨던 많은 분들 정말 감사드리구요! 결국 소비자의 선택이 시장을 바꾼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동물복지 계란에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