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by zena

봄이 온다는 소식을 들었는지 여섯 시가 넘어서야 어둠이 깔린다. 춥지 않지만 덥지도 않고 점퍼를 벗으면 한기가 들 정도로는 추워서 여태껏 나는 점퍼를 껴입고 다닌다. 긴 연휴가 끝난 골목은 조금 한산하다. 그래도 아직 연휴가 끝나지 않은 사람들이 있는 것인지 이제야 쉬는 사람들이 있는 건지 가족 단위의 손님들이 평소보다 많다. 그들도 넘어가는 해를 따라 자리를 뜬다. 어쩌면 내가 제일 먼저 뜨고 있는지도 모른다. 늘 하던 일인데도 마칠 때가 되면 힘에 부친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하려 해도 해치우듯 해야 마음이 편한지라 몸이 힘들든 말든 무리해서 책을 들어 옮긴다. 그러니 아플 수밖에. 1층의 불빛이 사라지고 2, 3층 가정집의 불빛들이 켜지기 시작한 골목길을 나선다. 쌓인 피로도 집으로 간다는 생각에 잠시 잊힌다. 가만가만 걷는 이 시간이 평화롭다. 이어폰을 끼고 유튜브를 듣기도 하지만 어느 지점에 신호 문제가 있는 건지 매번 끊겨버려서 그 지점부터는 다시 재생시키지 않고 이어폰을 낀 채로 그냥 걷는다. 걸으며 어둠으로 점점 짙어지는 거리를 고요히 바라본다. 사거리 횡단 보호 앞에 서니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점처럼 서 있다. 나처럼 퇴근길인 사람, 장을 본 사람, 운동복을 입은 사람, 작은 수레에 폐지를 싣고 숨을 크게 내쉬는 이까지. 그들의 얼굴에도 어둠이 내려앉아 언뜻 보면 지쳐 보이지만 그래도 오늘 하루가 전부 힘든 건 아니었을 거라 위로한다. 그 위로가 어디로 향하는지는 굳이 생각지 않는다.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 직진으로 걷다 한번 꺾으면 집이 코앞이다. 여기까지 오면 깜깜하다 느낄 정도로 어두워진다. 그러면 하늘이 보인다. 어두운 하늘에 인공위성일지 모르는 빛들이 반짝이고 그 빛들 모두 별이라 믿으며 바라본다. 유일하게 아는 오리온자리도 찾아본다. 별을 보고 있으면 어딘가 모르게 개운해진다. 몸 안에 산들바람이 부는 것 같다. 별이 있어 다행이라고, 아름다운 것들이 곁에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아름답지 못했던 많은 순간을 털어버린다. 이제 정말 집이 코앞에 있고 나는 나를 놓으러 진짜 퇴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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