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엔터테이너가 소박한 시골 생활까지 노래할 줄은 몰랐다.
만능 엔터테이너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소박한 시골 생활까지 노래할 줄은 몰랐다. 화끈한 일렉기타 오프닝과 차가운 인더스트리얼의 기계음과 인간적인 베이스 리듬을 결합한 섹스 송 'Filthy'에선 최첨단 로봇 공학 댄스 발표회를, 영롱한 사운드로 시타르를 흉내 낸 정교한 R&B 'Supplies' < 블레이드 러너 >를 연상케 하는 미래 디스토피아를 보여줬지 않나. 그런데 다섯 번째 정규 앨범 < Man Of The Woods >에서의 그는 애팔래치아 산맥의 광활한 목장에서 낡은 가죽 재킷을 걸치고 '숲 속의 남자'임을 자랑스러워하는 컨트리 보이다.
'백 투 더 컨트리'의 가장 핵심은 동명의 'Man of the woods'로, 탄력적인 베이스와 기타, 풍성한 코러스로 고향 테네시와 시골 생활의 자부심을 노래하는 이 곡만 듣자면 'Filthy'와 'Supplies'가 같은 앨범에 담겨있다는 사실이 생경할 정도다. 알리샤 키스와의 고전적인 소울 듀엣 'Morning light'과 컨트리 기타리스트 크리스 스테이플턴(Chris Stapleton)이 참여한 'Say something' 역시도 '뿌리 찾기'의 과정이다. 제작 과정에서 본인이 태어나고 자란 미국 남부 테네시 주 멤피스와 컨트리 고장 내쉬빌을 언급했던 저스틴은 미래를 살짝 보여주면서 과거의 문법으로 재단한 여유로운 사운드를 핵심에 뒀다.
오랜 파트너 팀바랜드(Timbaland) 대신 밴드 사운드에도 능한 넵튠스(The Neptunes)를 메인 프로듀서로 내정한 것 역시 이런 의도에서 나온 결정이다. 그 결과로 우리는 블루스와 컨트리를 곁들인,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커리어 중 가장 '인간적인' 팝 트랙을 듣게 됐다. 조밀한 디스코 리듬의 'Midnight summer jam'과 펑키(Funky) 기타의 그루브로 만들어낸 'Higher higher', 'Waves'같은 트랙들은 2000년대 밀레니엄 팝의 향수를 자극하는 넵튠스와 팀버레이크의 근사한 콜라보다. 물론 팀바랜드 역시 블루지한 노이즈 기타 리프로 꾸며낸 'Sauce'와 강단 있는 컨트리 'Say something'을 제공하며 유기적인 흐름에 힘을 보탰다.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 The 20/20 Experience >로 한껏 부풀어 오른 자의식과 음악적 욕구를 조절하는 도구로 복고를 택했다. 그래서인지 전체 앨범을 감상하다 보면 귀에 들리는 음악 스타일 변화가 눈으로 보이는 패션 변화만큼은 못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낭만적인 서부 영화에 등장할 법한 어쿠스틱 기타 팝 'Flannel'과 'The hard stuff' 사이엔 드럼 머신과 베이스 그루브의 조합으로 1980년대 미네아폴리스 사운드를 끌어온 'Montana'와 'Breeze off the pond'가 있고, 팀바랜드가 선사한 마지막 곡 'Young man'은 지난 앨범의 'Not a bad thing'을 연상케 하는 기본적인 저스틴 팀버레이크 스타일 팝이다. '가죽 재킷에 속지 말길, 그는 여전히 우리가 사랑하는 펑키-팝 아티스트다.'라는 < NME > 평이 인상적이지만, 안정적이긴 몰라도 새롭고 놀랍지는 않다.
< Man Of The Woods >는 미국 태생 백인 아티스트라면 한 번쯤 거쳐가는 컨트리에 대한 애정과 현시대를 지배하는 팝스타로의 욕심 모두를 놓치지 않으려 한 앨범이다. 신구의 균형을 잘 잡으면서 앨범 차트 1위로 위상을 유지하는데 일부 성공했지만, 혁신 대신 보수를 선택한 데서 오는 단조로운 구성과 무난한 이미지는 일견 지루하고 몰개성 하기도 하다. 물론 < 피치포크 >의 3.8점 불호령을 받을 정도로 졸작은 아니다. 단지 컨트리라는 비장의 무기를 벌써 써버린 것 치고는 평범한 결과가 나왔을 뿐.
* 처음엔 '뭐 이런 게 다 있어?' 싶다가 의외의 즐거움을 발견한 앨범. 그렇다고 좋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