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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헌 Apr 23. 2018

따스한 봄날의 낭만 록페,
프렌치 밴드 피닉스 내한

열정과 에너지, 낭만과 감성으로 가득했던 4월 21일


2000년대 초중반 얼터너티브 록 열풍을 이끈 밴드 피닉스가 두 번째로 한국을 찾았다. 1995년 결성, 2000년 첫 정규 앨범을 발매한 이 베테랑 밴드는 2006년 < Wolfgang Amadeus Phoenix >가 각종 비평지로부터 찬사를 받으며 2000년대를 대표하는 명반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해 4년 만의 정규 앨범 < Ti Amo >를 발매하며 특유의 낭만적 감수성과 부드러운 멜로디, 넘실대는 에너지의 건재를 보인 터라 이번 공연의 기대는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2014년 유니클로 악스홀을 통해 첫 내한 공연을 펼친 바 있던 이들의 귀환을 환영하듯, 한남동 블루스퀘어 공연장으로 가는 4월 21일의 길은 찬 바람과 미세먼지 대신 밝은 초여름의 햇살이 빛났다.  


정확히 2년 전 4월 21일 세상을 등진 프린스의 ‘Controversy’가 아련하게 흐르고 난 후, 영어와 불어 인트로가 열광의 공연 시작을 알렸다. < Ti Amo >의 톱 트랙 ‘J-boy’의 낭만적인 리듬으로 포문을 연 피닉스는 이어 ‘Lasso’의 자글자글한 기타 사운드, ‘Entertainment’의 폭발적인 신스 리프를 통해 처음부터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며 히트곡 ‘Lisztomania’까지의 흐름을 이어갔다. ‘지금은 쇼타임, 쇼타임이야(This is showtime, this is showtime)’를 연호하는 노랫말처럼 모두가 몸을 흔들고 제자리서 점프하며 로큰롤에 몸을 맡겼다.   



밴드는 ‘감사합니다, Thank you, Merci’라는 짤막한 인사만을 중간중간 남기며 쉴 새 없는 60분 공연을 이어갔다. 가장 최근작 < Ti Amo > 수록곡 ‘Role model’과 ‘Lovelife’부터 데뷔 앨범의 ‘Too young’, 2013년의 정규 앨범 < Bankrupt! >에 수록된 ‘Trying to be cool’까지 커리어를 망라하는 셋리스트는 낭만과 열광을 절묘하게 완급 조절했고, 좋은 컨디션의 멤버들은 흠잡을 데 없는 퍼포먼스로 관중을 만족시켰다. 


보컬 토마스 마스의 여린 목소리와 기타리스트 크리스티앙의 다재다능한 플레이와 더불어 투어 드러머 토마스 헤드룬드의 파워풀한 퍼포먼스가 모난 데 없는 매끈한 사운드를 만들었다. 특히 드럼의 비중이 그리 높지 않은 팀임에도 강렬한 에너지를 더한 토마스 헤드룬드의 플레이는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 Wolfgang Amadeus Phoenix >의 연주곡 ‘Love like a sunset’ 이후 새 앨범의 타이틀 ‘Ti amo’가 흐르며 공연은 절정에 달했다. ‘이 곡은 초창기에 만든 노래에요. 아시는 분들은 모두 따라 불러주세요’라며 무대 앞으로 나온 토마스 마스와 함께 ‘If i ever feel better’를 합창한 이후 ‘Rome’을 끝으로 70분간 달렸던 밴드는 무대 밖으로 퇴장했다. 물론 모두가 예상하였던 듯 열화와 같은 앵콜 합창이 쏟아졌고 웃으며 다시 악기를 잡는 멤버들이었다.   



이날의 앵콜 퍼포먼스는 사실상 본 공연의 2부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70분간 아껴뒀던 팬서비스와 다가가는 퍼포먼스 모두를 한데 어우른 30분이야말로 이 날의 핵심 중 핵심이었다. 크리스티앙의 부드러운 기타 연주와 무대 앞에 걸터앉아 노래하던 토마스의 ‘Goodbye soleil’를 시작으로 다시 분위기를 끌어올린 ‘Long time no see’, 토마스의 지휘대로 모두가 손을 흔들었던 ‘Fior di latte’와 마지막을 장식한 '1901' 까지 각각의 무대 하나하나가 엄청난 존재감을 뽐냈다.    


이후 모두가 끝난 줄 알았던 때 또 한 번의 반전이 있었다. 무대 우측으로 뛰어 내려온 토마스가 관중석 한가운데를 헤치고 들어가 크라우드 서핑(Crowd Surfing)을 선보인 것. 관중들에 둘러싸여 무대를 마주 보는 토마스의 팬서비스는 가장 마지막 순간까지 가장 가까운 곳에서 깊은 여운을 선사했다.  

  

낭만적인 팝 사운드를 기대한 이들에게도, 2000년대 중반 록 밴드의 추억을 품은 이들에게도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열광적인 분위기는 4월에 미리 만나는 록 페스티벌을 방불케 했고, 로맨틱한 멜로디는 모두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를 짓게 했다. 한남동을 떠나 이태원으로 걸어가는 길, 4개 국어로 사랑을 고백하는 노랫말 (‘Love you, Ti Amo, Je Ta’ime, Te Quiero’)을 자꾸만 흥얼거리게 되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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