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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헌 Apr 27. 2018

음악에도 어벤져스가 있었다.  

'음악계의 어벤져스' 특집 上 : 어벤져스 플레이리스트 열전

올 상반기 최대 기대작 <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가 4월 25일 드디어 극장 개봉했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닥터 스트레인지 등 숱한 만화 속 슈퍼 히어로들을 세련된 블록버스터 영화로 재생산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지난 10년의 시간을 마무리하는 작품. 이미 전작 < 어벤져스 >가 700만, <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이 천만 관객을 넘기며 국내에서의 높은 인기를 증명한 덕에 지난 12일에는 주연 배우들이 대거 내한하여 홍보회를 진행했고, 개봉 첫날 예매 관객수만 110만 명에 달하는 등 실로 어마어마한 인기를 예고하고 있다.


< 어벤져스 > 시리즈의 매력은 상상으로만 그려보던 '슈퍼 히어로들의 팀플레이'를 화려한 액션과 진지한 스토리로 구현하는 데 있다. 능력자들의 콜라보레이션은 흔하지 않을뿐더러, 상이한 각 분야의 매력을 한데 모아 더욱 특별하고 거대한 의미를 담는다. 이처럼 대중음악 역사 속에도 긴 역사 속 숱한 교류와 새로운 팀, 협업을 통해 '슈퍼그룹', '슈퍼 송'이라 불리는 '음악계 어벤져스'들이 있었다. <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 개봉 기념으로 선보이는 < 뮤직 어벤져스 특집 >. 그 첫 번째는 '어벤져스 노래' 다.



1. Band Aid - Do They Know it’s christmas?

- 수록 앨범 : 싱글 < Do They Know It's Christmas? > 

- 참여 뮤지션 : 유투, 조지 마이클, 스팅, 폴 웰러, 컬쳐 클럽, 쿨 앤 더 갱 등


슈퍼 영웅들도 감당할 수 없는 외계 침공 앞에선 어벤져스를 결성해 팀으로 맞선다. 물론 울트론이나 타노스 같은 우주재난은 없지만 우리의 현실 속에도 그에 준하는 끔찍한 일들은 비일비재하다. 대표적인 사건이 1983년부터 1985년까지 지속된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대기근. 인류 역사가 기록된 이래로 최악의 대기근이라는 악명의 기간 동안 독재와 내전에 신음하던 국민 4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런 유례없는 비극에 충격을 받은 아일랜드 뮤지션 밥 겔도프(Bob Geldof)는그룹 울트라박스(Ultravox)의 밋지 유어(Midge ure)에게 연락해 ‘뮤직 어벤져스’를 계획하게 된다.


‘밴드 에이드(Band Aid)’라는 이름 하에 유투(U2)의 보노와 애덤 클레이튼, 듀란 듀란(Duran Duran)과 조지 마이클(George Michale), 스팅(Sting), 폴 웰러(Paul  Weller), 컬쳐 클럽(Culture Club) 등 내로라하는 뮤지션들이 뭉쳤다. 영국계 아티스트들 뿐 아니라 미국 펑크(Funk) 밴드 쿨 앤 더 갱(Kool & the Gang), 싱어 조디 와틀리(Jody Watley)도 목소리를 보탰다. ‘지금이 크리스마스라는 걸 알까요?’라는 가사로 대중의 관심을 호소한 이 노래는 35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세계의 관심을 에티오피아 재앙에 집중시켰다.



2. USA For Africa - We Are The World

- 수록 앨범 : < We Are The World >(1985)

- 참여 뮤지션 : 마이클 잭슨, 라이오넬 리치, 스티비 원더, 레이 찰스, 밥 딜런 등


‘Do They Know It’s Christmas’에 감명받은 미국 아티스트들 역시 새로운 어벤져스를 조직한다. 팀 ‘유에스에이 포 아프리카(USA for Africa)’의 지휘자는 닉 퓨리 국장에 비견할만한 프로듀서 퀸시 존스(Quincy Jones)였고, 노래를 만든 것은 당대 최고의 스타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 -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과 라이오넬 리치(Lionel Richie)였다. 


1985년 1월 28일,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참여를 위해 모인 40여 명의 아티스트들이 한 데 모여 ‘We Are The World’를 녹음했다.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와 마이클 잭슨, 라이오넬 리치와 다이애나 로스(Diana Ross)와 레이 찰스(Ray Charles)는 물론 폴 사이먼(Paul Simon),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 밥 딜런(Bob Dylan)과 빌리 조엘(Billy Joel) 등 인종, 장르의 장벽을 모두 허문 평화의 목소리는 6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대성공을 거뒀고 수익금은 전액 기부되었다. 


같은 해 7월 밴드 에이드와 유에스에이 포 아프리카가 한 데 뭉쳐 미국 필라델피아와 영국 런던에서 대규모 자선 콘서트를 개최하니, 이것이 그 유명한 ‘라이브 에이드(Live Aid)’다. 전 세계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이 자선 공연의 관객만 1.9억 명에 달한다.



3. Aerosmith & Run DMC - Walk This way

- 수록 앨범 : < Raising Hell >(1986)

- 참여 뮤지션 : 에어로스미스, 런 디엠씨


에어로스미스와 런 디엠씨의 콜라보는 록과 힙합의 윈-윈 트레이드였다. 197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악동’ 에어로스미스의 1977년 원곡 ‘Walk this way’를 재해석한 이 곡은 빌보드 싱글 차트 4위에 오르며 랩 노래 최초로 싱글 차트 10위에 진입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시원찮은 1980년대를 보내던 에어로스미스는 이 싱글로 다시 한번 메인스트림의 주목을 획득했고, 뉴욕 태생 3인조 그룹 런 디엠씨는 록의 리프와 강한 비트를 특징 삼아 후속 싱글 ‘It’s tricky’와 ‘You’ll be illin’’을 히트시키며 일약 스타가 되었다. 록의 베테랑과 힙합의 패기 있는 신예의 조합은 각기 다른 분야서 강점을 가진 어벤져스 조합처럼 신선했으며, 런 디엠씨의 스타일은 훗날 N.W.A 같은 갱스터 랩과 콘,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 같은 랩-메탈 밴드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4. Bryan Adams - All for love 

- 수록 앨범 : < The Three Musketeers > (1993)

- 참여 뮤지션 : 브라이언 아담스, 로드 스튜어트, 스팅


팝의 오랜 팬이라면 1993년 영화 < 삼총사 >를 기억하는 이들은 드물어도 그 주제가 'All for love'는 익숙하다. 캐나다의 록스타 브라이언 아담스(Bryan Adams)와 팝의 가장 성공적인 솔로 가수 중 하나인 로드 스튜어트(Rod Stewart), 폴리스(The Police)로부터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스팅(Sting)의 콜라보레이션은 멋진 남자들의 '의에 살고 사랑에 죽는' 히트송을 만들어냈다. 브라이언 아담스와 프로듀서 존 '머트' 랭(John 'Mutt' Lange)이 완성한 이 곡은 빌보드 싱글 차트 1위 포함 15개국 음악 차트 정상에 오르며 1993년 말부터 1994년 전체를 진한 감성으로 적셨다. 이듬해 브라이언 아담스는 루치아노 파바로티, 안드레아 보첼리 등과 함께 이 곡의 오케스트라 버전을 라이브로 선보이기도 했다. 



5. Lady marmalade

- 수록 앨범 : < Moulin Rouge Soundtrack >(2001) 

- 참여 뮤지션 : 핑크, 릴 킴, 마야,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Hey sister go sister soul sister flow sister’의 인트로로 대번에 유명한 ‘Lady Marmalade’는 바즈 루어만 감독의 화려한 뮤지컬 영화 < 물랑 루즈 >에 삽입되어 굉장한 인기를 누렸다. 빌보드 싱글 차트 5주 연속 1위를 차지했으며 영국 싱글 차트 1위 역시 거머쥐었다. 중독적인 멜로디와 소울풀한 보컬에 밀레니엄을 책임질 신진 여성 아티스트들의 의기투합이 빛난 곡인데, 당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라이벌로 간주되었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lera)와 강한 이미지의 핑크(P!nk), 높은 지지를 얻던 여성 랩퍼 릴 킴(Lil Kim)과 1998년 동명의 데뷔 앨범으로 인기를 누린 마야(Mya)가 그 주인공들이다. 


그러나 사실 이 곡의 기원은 44년 전 1974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오리지널 녹음은 디스코 그룹 일레븐스 아워(The Eleventh Hour)지만 걸 그룹 라벨(Labelle)의 버전으로 차트 1위에 오르며 원래 유명한 곡이었다. 1987년에는 이탈리아 팝 스타 사브리나(Sabrina)가, 1998년에도 걸 그룹 올 세인츠(All Saints)가 리메이크한 이력이 있으며, < 물랑 루즈 > 버전으로 또다시 차트 1위에 오르며 미국에서 서로 다른 아티스트에 의해 차트 정상을 차지한 9번째 곡이 됐다.

6. Jay-Z & Linkin Park - Numb/Encore

- 수록 앨범 : < Collision Course >(2004)

- 참여 뮤지션 : 린킨 파크, 제이지


2000년대 초를 이끌었던 스타 뮤지션들의 의기투합. 밀레니엄 랩 스타 제이지와 신세대 메탈 밴드 린킨 파크의 < Collision Course > EP는 단순한 피처링, 짜깁기가 아니라 기존 곡들을 재해석 / 혼합했던, 말 그대로의 ‘콜라보레이션’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2004년 프로듀서 데인저 마우스(Danger Mouse)가 발표한 문제작 < The Grey Album >이었는데, 이 앨범은 과감하게도 제이지의 히트 트랙을 전설적인 비틀즈 노래와 함께 섞어내며 세간의 집중을 받았다. 이로 인해 리메이크 관심을 갖게 된 제이지가 린킨 파크에게 메일을 보냈고, 일찍이 DJ 멤버를 두고 있던 린킨 파크는 힙합의 스크래칭과 잘게 쪼갠 기타 리프를 통해 ‘하이브리드’를 팀의 정체성으로 삼던 밴드였기에 어렵지 않게 새로운 데모곡을 보낼 수 있었다. 



7. Drake - Forever

- 수록 앨범 : < More Than a Game Soundtrack >(2009)

- 참여 뮤지션 : 드레이크, 카니예 웨스트, 릴 웨인, 에미넴


힙합 팬들에겐 그야말로 꿈의 조합. 2018년 대중음악계 최고 스타 중 하나인 드레이크와 현재 진행형의 전설 카니예 웨스트, 남부 힙합의 중흥을 이끈 랩스타 릴 웨인(Lil Wayne)과 '랩 갓(Rap God)' 에미넴의 만남이라니! 하지만 2009년 당시 상황은 약간 달랐다. 드레이크는 주목받는 루키였지만 정규 앨범 한 장 내지 않았고 에미넴은 < Encore > 부진 이후 약물 중독에 시달리다 긴 재활을 거쳐 < Relapse >를 겨우 발표한 때였다. 카니예 웨스트는 2008년 실험적인 < 808 & Heartbreak >를 발표했는데, 지금에야 혁신적인 시도로 평가받지만 당대만 해도 생소했던 '노래하는 랩퍼' 콘셉트는 낯설었다. < Tha Carter III >로 최고 자리에 오른 릴 웨인만이 승승장구.


NBA 슈퍼스타 르브론 제임스(LeBron James)의 생을 다큐멘터리로 만든 < 모어 댄 어 게임(More Than A Game) >의 사운드트랙에 수록된 이 곡은 드레이크라는 이름을 알렸을 뿐 아니라 빌보드 싱글 차트 8위에 오르며 상업적 성공도 거뒀다. 그리고 이 곡에 참여한 네 아티스트들은 화려한 2010을 맞이하며 더욱 거대한 지위에 오르게 된다. 



8. Kanye West - All of the lights

수록 앨범 : <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2010)

참여 뮤지션 : 리아나, 존 레전드, 엘튼 존, 엘리 잭슨, 퍼기, 드레이크 등


그야말로 '어벤져스'라는 수식어 외 붙일 단어가 없는 라인업. 힙합 씬의 총아로 자리를 굳혀가던 카니예 웨스트의 무시무시한 명반 <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의 수록곡이다. 후렴부를 담당한 리아나(Rihanna)도 슈퍼스타지만 백보컬로 참여한 아티스트들의 면모를 따져볼수록 감탄만이 나온다. 신세대 디바 알리샤 키스와 존 레전드, 퍼기는 물론 현재 슈퍼스타로 거듭난 드레이크와 단단한 랩퍼 키드 커디도 힘을 보탰다. 


1980년대 더 갭 밴드(The Gap Band)의 보컬로 활동하며 명성을 얻은 찰리 윌슨도 놀랍지만 화룡정점은 엘튼 존. 50여 년 커리어로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성공한 싱어송라이터 중 한 명인 엘튼 존의 참여는 카니예 웨스트가 새 세대를 이끌어 갈 '넥스트 레전드'임을 공식 인정한 징표였다.


9. Jessi J & Ariana Grande & Nicki Minaj - Bang Bang

- 수록 앨범 : Single < Bang Bang >(2014)

- 참여 뮤지션 : 제시 제이, 아리아나 그란데, 니키 미나즈


가장 최근의 의기투합이자 또 최근 음악 팬들에게 가장 익숙할 곡. 가창력 하나는 자신 있는 제시 제이(Jessi J)와 디바로 거듭나던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2010년대를 대표하는 여성 랩퍼 니키 미나즈(Nicki Minaj)가 힘을 합쳤다. 팝 계의 터줏대감 프로듀서 맥스 마틴(Max Martin)의 솜씨인 이 곡은 본래 아리아나 그란데의 솔로 곡으로 계획되어 있었으나, 이미 세 아티스트들과 협업 경험이 있던 맥스 마틴이 아리아나에게 제시 제이의 참여 의사를 밝히며 콜라보레이션이 성사된다. 


제시 제이는 ‘Bang Bang’에 대해 ‘연대하고, 힘을 실어주며, 서로를 지지하는 진짜 여자들의 노래’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영국 싱글 차트 1위와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3위까지 오르며 히트한 이 곡은 지금까지 340만 장 판매고를 올렸고, 국내에서도 지금 이 순간 어디선가 흘러나오고 있는 팝 히트작이 되었다.



10. Taylor Swift - Bad Blood

- 수록 앨범 : < 1989 >(2014)

- 참여 뮤지션 : 켄드릭 라마, 헤일리 윌리엄스 , 엘 굴딩, 셀레나 고메즈, 카라 델라바인 


2014년 10월 발매해 600만 장 판매고를 올린 테일러 스위프트의 < 1989 >는 그 해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일 뿐 아니라 2016년 그래미 어워즈 '올해의 앨범' 부분을 수상했다. 순박한 컨트리 소녀에서 새로운 팝의 여왕으로 등극한 테일러 스위프트의 자신감을 물량공세로 쏟아부은 곡이 바로 앨범의 네 번째 싱글 'Bad Blood'다. 옛 연인 존 메이어 문제로 앙숙이 된 팝스타 케이티 페리(Katy Perry)를 공격하는 내용으로 유명한 이 곡은 원 버전에선 테일러 혼자, 싱글 커트 버전에선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와 함께 합을 맞췄다. 피처링 아티스트는 한 명이라 어벤져스와 무슨 상관인가 싶겠지만, 유명 감독 조셉 칸(Joseph Kahn)의 블록버스터 뮤직비디오 출연진을 접하면 생각이 달라진다.


우선 주인공 테일러의 파트너는 2017년 빌보드 선정 '올 해의 여성'으로 선정된 셀레나 고메즈(Selena Gomez). 그들이 꾸린 슈퍼히어로 팀의 멤버는 가수 엘 굴딩(Elle Goulding), 밴드 파라모어(Paramore)의 헤일리 윌리엄스(Hayley Williams)부터 모델 지지 하디드(Gigi Hadid)와 세라야(Serayah)는 물론 배우 카라 델라바인(Cara Delevingne), 제시카 알바(Jessica Alba), 엘렌 폼페오(Ellen Pompeo) 등이다. 영화 < 킬 빌 >과 < 씬 시티 >, < 로보캅 >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이 뮤직비디오에 힘입어 곡은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을 차지했고, 영상 역시도 2016년 그래미 '베스트 뮤직 비디오' 부문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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