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제이콥 콜리어 내한 공연
유튜브로 음악을 듣는 이들이라면 제이콥 컬리어의 영상을 한 번쯤 봤을 것이다. 여기저기 뻗친 머리에 길쭉한 얼굴의 청년이 온갖 악기들을 연주하며 접한 적 없던 화음을 쌓아나가는, 말 그대로의 ‘기인 열전’이다. 이 독특하면서도 범접하기 어려운 재능의 커버 영상을 통해 그는 재즈 - 인스트루멘탈 씬에 혜성처럼 등장했고, 2016년의 첫 정규 앨범 < In My Room >은 모든 뮤지션들의 최고 영예 그래미 어워즈에서 두 개의 트로피를 획득하며 너무도 빠른 시기에 자신을 증명해냈다. 전설적인 퀸시 존스와 한스 짐머가 동시에 러브콜을 보내는 준비된 신예, 제이콥 컬리어의 두 번째 내한 공연이 4월 25일 한남동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렸다.
이진아의 오프닝 공연이 끝난 후 스테이지 교체 시간을 거쳐, 20시 40분 정각 해맑은 표정의 제이콥이 무대 위로 뛰어 올라왔다. 무대 위엔 오로지 수많은 악기뿐, 헐렁한 롱슬리브에 여기저기 뻗친 머리카락의 청년은 관객을 향해 인사한 후 신디사이저 앞에서 보컬 하모나이저로 리듬을 쌓기 시작했다. 6인분 아카펠라 보컬로 재해석한 오프닝곡은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의 ‘Don’t You Worry ‘Bout A Thing’으로, 거친 드럼 연주와 화려한 신디사이저 연주,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독특한 화음 체계는 처음부터 혀를 내두르기에 충분했다. 곧바로 일렉트릭 베이스를 메고 감각적인 라인과 즉흥 연주를 섞어갔던 버트 바카락(Burt Bacarach) 원곡의 ‘Close to you’에서의 모습은 섹시하기까지 했다.
‘첫 곡은 스티비 원더의 노래였어요. 스티비 원더 팬이신 분 계신가요? 두 번째 노래를 부른 버트 바카락의 팬은요? 이제 들려드릴 노래는 제이콥 컬리어라는 가수 노래인데 혹시 팬인 분?’
재치 있는 인사와 함께 어쿠스틱 기타와 그랜드 피아노를 동시에 연주하는 진기명기 플레이를 선보인 ‘Hideaway’의 경험은 ‘경이’ 그 이상의 단어를 찾기 힘든 정도였고, 잘게 리듬을 쪼개는 드럼 연주와 사방에서 쏟아지는 각기 다른 목소리의 아우라로 무대를 점령한 ‘Don’t you know’에선 네오 소울(Neo Soul)의 감각적인 그루브가 빛났다. 곡 하나하나 당 10분 이상의 길이를 자랑하기에 지루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건 완벽한 오판. 무대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여러 악기를 다재다능하게 다루고, 리듬과 멜로디, 화성 체계 등 모든 요소를 완벽하게 조율하는 제이콥은 ‘달인’을 넘어 ‘기인’에 가까운 ‘뮤직 마스터’에 가까웠다.
다소 정적이지 않을까 싶었던 공연장 분위기 역시 완전한 반전이었다. ‘감사합니다’를 연신 연호하며 관객들과 호흡하던 제이콥의 열정적인 무대 매너에 팬들 역시 ‘I love you’를 연호하며 퍼포먼스 하나하나에 아낌없는 환호를 보냈다. 특히 ‘모든 소리가 어우러져 만드는 화합’을 언급한 바 있던 그답게 팬들과 함께 만들어나가는 무대가 특히 인상적. 대표곡 ‘Saviour’에선 객석을 반으로 갈라 다른 파트를 맡기며 함께하는 재미를 만들었고, 앵콜콕으로 선택한 비틀즈의 ‘Blackbird’는 관객 호응 하나하나를 보컬 샘플로 삼아 사운드를 주조하는 재치가 돋보였다.
경탄할만한 음악 재능이었다. 이날 제이콥이 다룬 악기만 해도 드럼, 일렉트릭 베이스, 콘트라베이스, 어쿠스틱 기타, 숱한 타악기, 신디사이저 두 대와 그랜드 피아노, 멜로디언 등 엄청났으며 보컬 하모나이저와 루프 스테이션 활용까지 감안하면 거의 10~20인분을 혼자 해낸 셈이다. 여기에 환한 표정으로 ‘원맨 오케스트라’를 진두지휘하는 제이콥은 순수한 열정과 자신감, 그리고 관객과 함께하는 긍정적 아우라를 끊임없이 발산했다. 100분간의 ‘멋진 신세계’를 선사한 제이콥 컬리어, 나른한 봄날을 보내던 누군가에겐 신선한 충격으로 일상을 구원하러 온 구세주(Saviour)였음이 틀림없다.
Fake Virgin Korea
Photo Credit = Jay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