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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헌 Nov 04. 2018

다가오는 미 중간선거,
침묵 않는 뮤지션들

11월 6일 친-트럼프 VS 반-트럼프 세력의 대충돌


11월 6일 미국 중간선거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년마다 하원 435석, 상원 100석 중 35석을 교체하는 이번 중간 선거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중간 성적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전망이다. 


2016년 충격의 당선 후 숱한 논란과 42%에 불과한 수행 지지도 등 여러 부분에서 거센 도전을 받는 공화당은 현재 다수의 의회를 지켜야 하고, 민주당으로는 여세를 반전시켜 트럼프 행정부를 보다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바탕을 형성해야 한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가 최근 지지 유세장에서 이 투표를 ‘자신에 대한 국민 투표’로 규정하면서 이 선거는 트럼프 지지와 트럼프 반대 세력의 정면충돌로 비화되고 있다.


역대 최고로 치열한 이번 선거는 그간 정치적 노선과 거리를 뒀던 뮤지션들까지 목소리를 높이게 만들고 있다. 정치 문제에 대해 말을 아꼈던 아티스트들은 물론 1960년대 반전 운동의 일원을 상징하는 인물 역시 다시금 노래를 잡고 메시지를 설파한다. 미국 중간선거를 둘러싼 뮤지션들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민주당 지지 의사를 밝힌 테일러 스위프트

테일러 스위프트는 이번 선거에 ‘태풍의 눈’을 몰고 왔다. 커리어 내내 일체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던 그는 10월 6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민주당 후보에 투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테일러는 민주당 지지 이유로 ‘유색인종을 향한 인종차별’을 역설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지역구 공화당 상원 의원 마샤 블랙번을 비판했다. 블랙번이 여성 의원이지만 남녀에게 같은 임금을 지급하는 법에 반대했고, 여성폭력방지법을 연장하는 법안에도 반대표를 던졌다는 이유에서였다.


공화당 우세 지역인 테네시주에서 태어나 2006년 컨트리 앨범 <Taylor Swift>로 데뷔한 전직 ‘컨트리 요정’의 발언이기에 그 파급효과가 더욱 크다. 테일러의 지지 선언 이후 이틀 만에 25만 명 이상이 유권자 등록을 마쳤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는 ‘테일러의 음악을 예전보다 25% 덜 좋아하게 됐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1억 명이 넘는다.


'트럼프 성덕' 카니예 웨스트, 그러나 철회?

이에 맞서 공화당은 10월 11일 힙합 스타 카니예 웨스트를 백악관으로 초청하며 맞불을 뒀다. 이미 수차례 트럼프 지지 의사를 밝히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사랑하는 카니예 웨스트는 도널드 트럼프와의 독대에서 너무도 행복한 표정으로 자신의 철학과 트럼프 사랑을 열렬히 전파했다. 


흥미롭게도 테일러와 카니예는 미 음악계의 대표적 앙숙이다. 2009년 VMA 시상식에서 ‘여성 가수 비디오’ 수상 소감을 말하던 테일러의 마이크를 빼앗은 후 ‘비욘세 뮤직비디오가 최고다’라 외친 카니예의 돌발 행동은 지금까지도 기억되는 갈등의 시작이었다. 


이후 2016년 카니예가 ‘Famous’ 뮤직비디오에 테일러 누드 사진을 넣고 ‘내가 그년(that bitch)’을 유명하게 만들었다’는 가사를 쓰며 다시 한번 불화의 씨앗이 싹튼다. 처음에는 테일러를 옹호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카니예의 아내 킴 카다시안이 ‘테일러가 이미 노래 공개 전 가사 내용에 동의했다’는 논리와 함께 통화 내용을 공개하며 분위기가 반전된다. 이 사건으로 테일러는 미국에서 거짓말쟁이를 의미하는 ‘테일러 스네이크’가 됐다. 


하지만 카니예 웨스트는 며칠 전 트위터를 통해 ‘이제 정치 문제와 거리를 두고 창작에 집중하겠다’며 공화당 지지 세력에 당혹감을 안겼다. 원래 카니예는 그런 아티스트다. 그가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유도 여타 정책보다는 트럼프의 ‘용(Dragon) 같은’ 인간성에 끌린 것이 컸다.


공화당 유세에 본인의 노래를 금지한 퍼렐 윌리엄스

힙합 그룹 엔이알디(N*E*R*D) 멤버이자 스타 프로듀서인 퍼렐 윌리엄스는 트럼프에게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 선거 유세 과정에서 자신의 히트곡 ‘Happy’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며 변호사를 통해 성명을 발표했다. 이 ‘Happy’는 애니메이션 <슈퍼배드 2> OST에 수록되어 빌보드 싱글 차트 1위까지 오른 2014년의 인기곡이다.


퍼렐 윌리엄스가 불편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월 27일 피츠버그 유대 회당에서의 총기 난사 사고를 두고도 인디애나주 유세 과정에서 자신의 곡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퍼렐의 변호사는 ‘11명의 사람이 ‘애국자’라는 이름의 범죄자에게 희생됐는데도 당신은 사람들 앞에서 ‘Happy’ 노래를 틀었다’며, 향후 대통령이 자신의 곡을 어떤 목적으로도 사용하지 말도록 경고했다.


엔이알디는 작년 12월 발표한 <No One Ever Really Dies>를 통해 현 미국이 당면하고 있는 인종차별과 증오 범죄, 도널드 트럼프의 이민자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켄드릭 라마와 함께한 ‘Don’t don’t do it’은 경찰의 인종 폭력적 사격으로 희생된 흑인 피해자들을 기리며, ‘Deep down body thrust’로는 중남미 이민 행렬을 막기 위해 국경을 가로지르는 장벽을 건설하겠다는 트럼프를 풍자했다. 


지난 8월에는 인기 밴드 에어로스미스의 보컬 스티븐 타일러의 경우가 있었다. 트럼프가 웨스트버지니아주 유세 과정에서 그들의 곡 ‘Livin’ on the edge’를 사용하자, 그는 변호사를 통해 ‘트럼프가 우리 노래를 틀면 밴드에 잘못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전설의 명곡과 함께 총기 소유 규제를 주장한 닐 영 

크로스비, 스틸스 앤 내쉬(Crosby, Stills and Nash)는 1960년대 말 컨트리 록을 대표하는 전설의 밴드다. 1970년 이 팀에 버펄로 스프링필드의 기타리스트 닐 영이 합류하며 이들은 크로스비, 스틸스, 내쉬 앤 영(Crosby, Stills, Nash & Young)이라는 슈퍼 그룹을 역사에 남겼다. 


‘Ohio’는 이들이 남긴 불세출의 명곡이다. 1970년 미국의 캄보디아 침공에 맞서 항의하던 반전 시위대를 향해 주 방위군이 발포하며 4명이 희생된 오하이오주 켄트 주립대의 비극을 노래한 이 곡은 베트남 전쟁 반대의 물결이 한풀 꺾인 1970년대 초에도 꺼지지 않았던 저항 정신을 대표하는 곡이다.


닐 영은 며칠 전 자신의 유튜브 계정을 통해 ‘Ohio’의 라이브 영상을 공개하며 미국총기협회(NRA)를 비판했다. 피츠버그 총기 난사, 24일 켄터키주 흑인 총격 살해 등 증오 범죄로 몸살을 앓은 10월의 미국에 ‘우리 학생들을 지켜야 한다’며 총기 규제의 필요성과 이를 묵인하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비판 메시지를 담았다. 미국민들의 총기 소유법 완화의 가장 큰 반대 세력 NRA는 올해 초 닐 영을 두고 ‘죽어가는 소’라 조롱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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