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미언 셔젤의 룸메이트로부터 세계적 영화 작곡가까지
1968년 아폴로 11호를 타고 최초로 달에 발을 디딘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의 전기 영화 <퍼스트맨>. <위플래쉬>와 <라라랜드>의 감독 데이미언 셔젤은 첫 우주 영화 역시 감각적인 비주얼과 사운드를 통해 웅장한 미지의 공간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64mm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한 달의 ‘황량한 장엄’은 비주얼만으로도 경탄을 자아내고, 이 기나긴 여정을 보조하는 왈츠와 클래식은 인간의 위대한 도전을 더욱 웅장하게 만든다. 스페이스 오페라의 영원한 고전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연상케 하는 우아한 선율이 귀를 맴돈다.
데이미언 셔젤은 현재 젊은 감독 중 가장 음악을 잘 활용하는 감독이다. 뮤지션의 치열한 자기 학대와 성장을 그린 <위플래쉬>에서는 광기어린 재즈 드럼 연주곡들을 빼곡히 채워 넣었고, <라라랜드>는 고전 할리우드 뮤지컬의 동화같은 세계로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다.
이번 <퍼스트맨>에서도 역시 적재적소에 긴장과 활기, 장엄을 불어넣는 사운드트랙은 영화에서 큰 역할을 담당한다. 이 모두가 셔젤의 전담 스코어 파트너, 저스틴 허위츠(Justin Hurwitz)의 손에서 탄생했다.
1985년생 젊은 작곡가 저스틴 허위츠는 데이미언 셔젤과 하버드 대학교 룸메이트였다. 클래식을 전공한 캘리포니아 출신의 저스틴과 영화를 전공한 로드아일랜드주 출신 데이미언은 금세 친구가 됐고, 음악을 사랑하던 둘은 인디 밴드 체스터 프렌치(Chester French)를 결성하여 2009년 데뷔 앨범 <Love The Future>를 발매하기도 했다.
소문난 음악광이자 재즈 마니아로 유명했던 데이미언과 달리, 저스틴은 유년기부터 클래식 교육을 받았고 재즈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둘의 끈끈한 관계는 데이미언과 저스틴의 첫 합작 영화 <가이 앤 매들린 온 더 파크 벤치>로부터 영화감독과 음악 감독의 관계로 새 출발을 맞게 된다. 1950년대 할리우드 뮤지컬 영화의 형식을 가져온 이 80분짜리 영화는 훗날의 <라 라 랜드>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데이미언과 저스틴 콤비의 재능이 주류의 시선을 장악한 것은 2014년 둘의 이름을 알린 <위플래쉬>의 성공부터다. 야심에 가득한 재즈 유망주와 고압적인 스승 사이의 치열한 광기를 음악으로 표현한 이 영화는 이듬해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베스트 사운드 믹싱’ 상을 받으며 뛰어난 음향 효과를 증명받았다.
데이미언을 알기 전까지 오스카 피터슨(Oscar Peterson) 정도로만 재즈를 알고 있던 저스틴은 이 영화에서 듀크 엘링턴, 행크 레비 등 재즈 거장들의 메들리와 본인의 긴장감 넘치는 사운드트랙을 교차하며 한 편의 짜임새 있는 세계를 구축했다.
<가이 앤 매들린 온 더 파크 벤치>에서 짐작하듯 데이미언의 원래 목표는 웅장한 할리우드 뮤지컬이었다. 자금과 스튜디오 문제로 꿈을 잠시 접었던 그는 <위플래쉬>의 대성공으로 서밋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2010년에 극본을 써둔 프로젝트 <라 라 랜드>를 실현한다. <파리의 미국인>, <사랑은 비를 타고> 등 할리우드 황금기를 오마주하며 현실 속 고군분투하는 청춘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그려낸 데이미언의 스케치 위에 저스틴의 재능은 춤추며 오색의 화려한 뮤지컬 넘버들을 수놓기 시작했다.
교통 정체로 꽉 막힌 LA 도로 위를 찬란히 수놓는 ‘Another day of sun’과 ‘Someone in the crowd´,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화자 되는 ‘City of stars’ 같은 아름다운 선율이 모두 저스틴의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 곡은 엠마 스톤이 오디션장에서 부르는 ‘Audition’이라고 한다.
사운드트랙과 스코어 모두를 담당한 허위츠는 이 공로로 이듬해 제 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베스트 오리지널 송’과 ‘베스트 오리지널 스코어’를 수상했으며, <라 라 랜드>는 아카데미 6관왕을 달성하며 1997년 <타이타닉>과 타이를 이뤘다.
저스틴 허위츠의 네번째 프로젝트 <퍼스트맨>은 <위플래쉬>와 <라 라 랜드>의 장점을 적절히 취합했다. 폐쇄적인 우주선에서 자신을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닐 암스트롱(라이언 고슬링 분)의 기나긴 여정을 삐걱거리는 나사 소리와 전자음으로 표현하고, 차분하면서도 신비로운 하프와 전자 악기 테레민을 활용해 고전적 우주의 아름다움에 헌사를 바친다. 특히 이 테레민은 1966년 비치 보이스의 위대한 ‘Good vibrations’에 등장해 대중음악계 굵직한 한 획을 그은 악기다.
제미니 8호의 황홀한 도킹 장면을 묘사하는 ‘Docking waltz’와 숱한 실패와 희생을 겪고 기어에 달에 첫발을 딛는 순간에 긴박함을 더하는 ‘The landing’은 사운드트랙의 백미다. 신예 소울 아티스트 레온 브리지스(Leon Bridges)가 우주 계획에 반대하는 여론을 ‘흑인들은 병원비 낼 돈도 없는데 / 백인들은 달에 가네’라 노래하는 ‘Whitey on the moon’도 재미있는 요소다.
* < 퍼스트맨 > 리뷰 : ‘미지의 세계를 향해 묵묵히 전진하기에, 인간이다.’
* < 라라랜드 > 리뷰 : ‘Someone In The Crow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