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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헌 Dec 23. 2016

라라 랜드, Someone in the crowd

낭만 속의 쓴 사랑

*스포일러 포함.


꿈같은 낭만의 < 라 라 랜드 >지만 씁쓸한 현실도 있다. 그건 생활고에 시달리는 세바스찬 (라이언 고슬링)이 상업적 히트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것이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좌절하고 마는 미아 (엠마 스톤)의 입장보다도 쓸쓸하고 외로운 것이다. 바로 사랑, 사랑이다.


연인들은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그들의 평생과 영원을 서로에게 약속하고 만다. 같은 꿈을 꾸고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같은 공간, 같은 시간 속에 언제까지고 함께일 거라는 다짐. 이마저도 인색한 연인은 그 사랑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많은 것을 아낌없이 허락함과 동시에 나 자신에게의 허락은 줄여나가는 과정이니까. 사랑은  모두에게 전부가 되곤 한다.



그러나 이토록 절대적인 사랑은 사소해 보이는 여러 문턱에 걸려 넘어지고, 무너져버린다. 짧은 영원의 약속은 그 보다도 훨씬 짧은 몇 초의 순간 속에 금이 가고 가치를 잃어버리곤 한다. 꿈과 이상향을 현실로 이루기 위해 살아가는 로스 엔젤레스의 두 젊은 예술가들조차도 생계와 숱한 실패 속에 서로를 지지해가다 결국은 지쳐버리게 된다. 원하던 명성과 부를 거머쥔 후엔, 남이다. 그녀는 남자의 꿈이었던 클럽의 뒷자리에서 그의 연주를 듣고, 그는 꿈을 이룬 여자를 바라보며 슬프게 피아노 건반을 누른다. 그토록 서로를 지탱하고 응원하던 사이는 시선 속의 희미한 미소로 끝이 난다.


무언가를 이루려 하면 할수록 사랑에는 멀어지는 세상 같기도 하다. 자신에게 투자하며 다른 누군가에게까지 헌신하기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일상의 사소한 양보부터 커다란 미래 계획의 수정까지, 얼마나 많은 인정과 노력, 인내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지. < 라 라 랜드 >는 사랑한다는 말이 넘쳐흐르는 세상에서도 결국 한번쯤은 곱씹어봐야 할 문제를 마지막 장면으로, 그것도 환상적으로 아름답게 풀어냈기 때문에 씁쓸하다. '사람들 속 누군가'를 찾던 미아와 세바스찬은 결국 '사람들 속 누군가'로 다시 돌아가버렸으니까. 그 깊은 상처를 이기기 어려워 연인들은 또 영원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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