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켈리로부터 살아남은 이들의 고백
<서바이빙 알켈리>, 2019년 최악의 아티스트로 알켈리를 지목하다
1990년대 미국 대중음악을 풍미했던 알앤비 스타 알켈리(R.Kelly). 국내서도 ‘I believe I can fly’로 널리 알려진 그는 소울, 알앤비, 가스펠, 뉴 잭 스윙을 자유자재로 오간 천재 아티스트다. 그런 그가 2019년 시작과 동시에 최악의 아티스트로 질타받고 있다.
미국 케이블 텔레비전 라이프타임(Lifetime)은 1월 3일부터 3일 동안 다큐멘터리 <서바이빙 알 켈리(Surviving R.Kelly)> (이하 <서바이빙>)를 방영했다. 알켈리의 소아 성애 및 납치, 감금 행태를 성노예 생존자(Survivor)들의 목소리로 공개한 것이다.
이전에도 소아 성애 성향과 미성년자 성관계 의혹으로 곤욕을 치렀던 알켈리지만 2017년 불거진 논란은 최악을 뛰어넘는다. 10~20대 여성 팬들과 가수 지망생들을 골라 시카고와 애틀랜타 트럼프 타워의 본인 자택에 가두고, 철저히 일상을 통제하고 관리하며 일종의 성노예로 삼았다는 폭로다.
다큐멘터리 속 여성들은 미성년자 시기 알켈리를 만나 성노예로 살아온 피해자들이다. ‘내 순결을 앗아갔고, 내 삶을 영원히 바꿔놓았다’, ‘알켈리는 재미있는 사람이지만, 로버트(본명)는 악마다’, ‘알켈리로 인해 수많은 여성들이 삶을 잃었다’ 등의 증언이 이어진다. 알켈리의 전처 안드레아 켈리 역시 다큐멘터리에 등장해 알켈리의 추악한 성생활을 폭로하며 자살을 고려하기까지 했다고 밝힌다.
알켈리의 지인들과 동업자들이 밝히는 그의 진실은 너무도 추악하다. 다른 이들이 있는 자리에서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맺고 성관계 동영상을 일일이 녹화했으며, 피해자 중 한 명에게 가족을 살해하겠다며 협박하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인 폭로가 남아있다. 피해자 리제트 마르티네즈는 고교 시절 알켈리가 강압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한 탓에 그의 아이를 갖게 되었고, 얼마 후 유산의 아픔까지 겪게 됐다. 리제트의 증언에 따르면 그런 자신으로부터 알켈리가 영감을 받아 작곡한 노래가 바로 마이클 잭슨의 1995년 히트곡 ‘You are not alone’이라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팝 팬들에겐 정말 엄청난 쇼크다.
팝스타 존 레전드와 힙합 신예 챈스 더 래퍼 역시 다큐멘터리에 등장해 목소리를 보탰다. 존 레전드는 방송 출연 이후 트위터를 통해 ‘그런 아동 상습 강간범을 보호할 필요는 없다. 난 피해자들을 믿기에 방송 출연을 후회하지 않는다’라는 소신을 밝혔다.
챈스 더 래퍼 역시 다큐멘터리를 통해 ‘과거 알켈리와 작업했던 건 실수였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그 발언이 기사화되는 과정을 ‘문맥에서 벗어났다’고 지적하며 트위터를 통해 전체 인터뷰 영상을 공개했다. 알켈리가 흑인이기 때문에 사회로부터 지탄받는다고 믿는 사람들이 오히려 알켈리로 피해 입은 흑인 여성의 문제는 둔감하게 생각한다며, 피해자들에 대한 공감을 촉구한 것이다.
이 둘 외에도 연대의 메시지를 밝힌 아티스트는 많다. 가수 니요(Ne-Yo)는 ‘음악은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과 어린 소녀들을 지키는 것만큼 중요하진 않다’며 ‘#MUTERKELLY(알켈리를 침묵케 하라)’는 해쉬 태그를 달았다.
알앤비 아티스트 탱크(Tank)는 ‘우리 모두가 알켈리의 영향을 받았고, 그를 따라 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 괴물로부터 그의 음악을 분리할 수가 없다.’며 괴로운 심경을 밝히면서도 ‘당신은 왕이 아니다. 왕은 여왕을 이런 식으로 대하지 않는다’는 분노의 메시지를 전했다.
알켈리는 이 모든 논란과 폭로에 대해 예나 지금이나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작년 7월 음악 공유 사이트 사운드클라우드(Soundcloud)에 19분짜리 트랙 ‘I admit’을 공개했는데, ‘인정한다’는 뜻은 8개의 긴 자기변호를 통해 본인의 결백을 ‘인정한다’는 역설적 의미의 제목이었다. <서바이빙>에 대해서도 ‘불쾌하다’는 반응과 동시에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모든 이들을 고소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정작 그는 단 한 번도 법의 처벌을 받은 적이 없다. 15세 아티스트 알리야(Aaliyah)와의 불법 결혼 루머도 규명되지 않았고, 미성년자와의 성관계 및 동영상 촬영 혐의 역시 시카고 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성노예 사건 폭로에도 여전히 당당하다. 여성들이 원해서 한 일이며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았는데도 인종차별적인 언론의 편향 보도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다.
알켈리의 성노예 사건은 현재 진행형이다. 알켈리 측의 주장도 들어봐야 한다. 그러나 대중의 인식 속에서 그가 최악의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했음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 팬들은 더는 알켈리를 1990년대 천재 뮤지션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추악한 아동 성범죄자로 기억할 뿐. 자업자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