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도헌 Feb 24. 2019

스트리밍 시대 적응한
최초의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

빌보드 싱글 차트 1,2,3위를 연속으로 차지한 최초의 솔로 아티스트

이제 우리는 음악을 소유하지 않는다. 레코드판, 컴팩트 디스크(CD)의 물리적인 형태는 물론 파일의 형태 다운로드조차 뒤떨어진 방식이 됐다. 스크롤, 클릭, 엄지 손가락의 움직임 몇 번만으로 수백, 수천만 노래들을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다.

미 음반 산업 협회(RIAA)가 작년 9월 출간한 2018년 음악 산업 리포트에 따르면 75%의 미국인들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음악을 소비한다. 디지털 다운로드는 12%, 피지컬 소비는 고작 10%에 그쳤다. 최대의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 스포티파이(Spotify)를 필두로 애플 뮤직, 아마존 등의 주요 플랫폼이 음악 소비의 핵심이자 일상으로 자리를 굳혔다.

소비 형태의 변화는 생산의 변화로 연결된다. 최근 몇 년 간 빌보드, UK 오피셜 차트로 대표되는 영미권 주요 음악 차트의 모습은 오랜 팬들에겐 다소 생경하다. 기존의 ‘팝송’이 라디오에 자주 플레이되는 노래를 의미했다면, 근래 차트를 점령한 노래들의 스타일은 스포티파이와 아이튠즈 차트에서 강세를 보이는 스트리밍 팝으로 새로운 대중성의 기준을 세운다.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가 ‘음원 깡패’로 거듭났다. 2월 4주 차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7 rings’로 4주 연속 1위를 지켰을 뿐 아니라 ‘Break up with your girlfriend, i’m bored’가 2위, ‘thank u, next’가 3위를 차지하며 차트 1등부터 3등을 석권한 것. 1964년 전설의 비틀즈만이 밟아본 기록이고 솔로 아티스트로는 최초의 쾌거다. 영국 UK 차트에서도 1위와 2위를 동시 점령했다.

작년까지 아리아나는 히트곡은 많았는데 1위와는 연이 없었다. 최고 2위까지 올랐던 ‘Problem’이 가장 높았고 ‘Break free’, ‘Dangerous woman’, ‘Side to side’ 등 유명한 곡들도 톱 텐 히트에 그쳤다. 그 시기 가장 최신의 팝 문법을 가져와 소울풀한 보컬로 소화해내는 아리아나 그란데의 스타일은 EDM, 레게톤, 소울, 힙합을 다양하게 아울렀지만 음원 파워는 살짝 모자란 감이 있었다.

그런 그가 새해 들어 강자로 거듭난 건 트랩 뮤직으로의 확실한 정착을 선언한 덕이다. 첫 번째 넘버원과 동명의 최신 앨범 < thank u, next >는 아리아나 그란데 커리어 중 가장 장르적인 앨범이다. ‘아리아나 사단’의 프로듀서 토미 브라운과 팝 완젤, 일야 살만자데는 트랩과 고전적 R&B를 조합해 일관되고 정적인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1,2,3위에 오른 노래들의 공통점 역시 트랩이다. ‘Break up with your girlfriend, i’m bored’ 같은 경우 미고스나 트래비스 스캇의 비트라 해도 이질감 없이 들린다. ‘thank u next’는 멜로디가 중심이지만 아리아나의 보컬은 노래보다 싱잉 랩에 가깝다.

< 사운드 오브 뮤직 >의 ‘My favorite things’로부터 아이디어를 가져온 ‘7 rings’는 훨씬 노골적이다. 마이너 코드의 변용으로 차분하게 곡을 시작하더니 후렴부를 랩 파트로 채우고, 곡 후반부의 싱잉 랩을 통해 카디 비의 ‘재력 과시’ 테마에 동참한다. 2014년 < My Everything > 활동 시절 전 남자 친구 빅 션(Big Sean)의 랩을 어설프게 따라 하던 아리아나 그란데는 없다.

과거 머라이어 캐리를 연상케 했던 돌고래 고음도, 능수능란하게 도도함과 부드러움을 오갔던 보컬 표현도 줄었지만 오히려 이것이 스트리밍 시대와 부합한다. 진지한 감상보다 튀지 않는 흐름, 일상의 플레이리스트와 배경음악으로 노래를 소비하는 스트리밍 위주 시장에서는 선 굵은 노래보다 무던하고 미니멀한 곡이 훨씬 더 많은 선택을 받는다. 선율 대신 리듬, 파워풀한 목소리 대신 끊어치는 단어다.


이런 특징이 스포티파이 차트의 ‘7 rings’와 ‘break up’ 흥행을 불렀고 빌보드에서의 성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빌보드>에 따르면 2위에 오른 ‘Break up’은 지난주 5920만 스트리밍을 기록했는데 디지털 세일즈는 고작 36000에 그쳤다. 힙합 진영에서는 XXX텐타시온, ‘릴(Lil)’ 래퍼들이 스트리밍 횟수로 주류 차트에 오르는 경우가 많았지만 팝 뮤지션들은 라디오 에어플레이를 인기 근간으로 삼아왔는데, 아리아나 그란데가 그 벽을 넘어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것이다.

스트리밍 시대의 ‘대중적인 음악’은 차분하고 나른한 리듬 위에 소소한 포인트를 두면서 무난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노래다. 트랩과 힙합, 몽롱한 드림팝, 신스팝이 시대의 새로운 ‘대중성’을 대표하는 장르가 됐다. 아리아나 그란데는 ‘스트리밍 시대에 적응한 최초의 팝스타’로 기억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온전히 느껴라! 거대한 삶이 다가올지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