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와 문선의 듀오 모아(moi)에 빠져있다.
건조하고도 둔탁한 베이스 리듬 위 가녀린 목소리, 뿌연 신스 리프를 펼쳐내던 '와요'를 기억한다. 멜로디 라인은 간결했고 메시지는 나른하지만 확신이 있었다. 언뜻 롤러코스터, 북적이는 인파 속에도, 한산한 밤차에서도 무심코 털어놓는 듯한 '그냥 그러려니 하고 / 어서 내게로 와요'가 선명히 들렸던 건 왜일까.
싱어송라이터 민수와 그래픽 디자이너 출신의 아티스트 문선은 제목처럼 꼭 들어맞는 사이다. '섬', '민수는 혼란스럽다'처럼 선명한 팝을 지향하는 민수는 몽환적인 문선의 레트로 가요 세계에 현대적 터치를 선사한다. 장필순과 조원선, 이상은의 이름이 겹쳐지는 복고적 사운드와 빙빙 돌려 말하지 않는 메시지는 연약하고도 짙은 목소리로 더욱 잔향을 넓힌다.
대신 < 합 (合) >의 주도권은 작사 작곡을 맡은 문선에게 있다. 솔로 프로젝트에서 고독과 불안을 노래하던 그는 모아를 통해 아지랑이 피어나는 수줍은 로맨스를 고백한다. '와요'처럼 심플한 신스 리프 위에 거부할 수 없는 구애를 보내기도 하고, 장필순과 조원선, 이상은의 이름이 겹쳐가는 '도란도란'처럼 다양한 공감각적 심상을 제시하며 모든 상황에 어울리는 낭만을 피워 올린다. '지난밤 언젠가'로 로우 파이의 거친 질감을 각인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꿈틀대는 신스 멜로디로 감정을 요동치게 하는 '이리저리'가 민수의 차분한 목소리로 균형을 이루는 순간은 < 합 (合) >의 가치가 완연해지는 순간이다. 문선이 이미지를 묘사하고 민수가 갈무리하는 교차 제시의 '도란도란'도 영리하다. 관계의 마지막을 보사노바 리듬 위 흐릿한 빔프로젝터처럼 쏘아 올리는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는 둘의 목소리를 은연중 겹치며 여린 마음속 감정선을 자극한다.
둘이 모여 하나를 만든다. 신비로운 색감으로 일상의 감각을 일깨우는 프로젝트 그룹의 이름이 '우리'가 아닌 모아(moi : 나)'인 이유다. 그 형태가 장르 음악이 아닌 1990년대와 2000년대 싱어송라이터들의 자취를 따라간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따로로도 같이로도 '도란도란 얘기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