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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헌 Jun 03. 2019

웸블리에 선 BTS :  그들이 방탄을 사랑하는 이유

연대와 해방, 그리고 아이러니.



BTS의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콘서트 1일 차가 끝났다. 곧 2일 차 공연이 시작된다. 한국 그룹이 웸블리 무대에 서다니, 낯설고 신기한 광경이다.

콘서트의 의의야 워낙 많은 곳에서 분석 및 제시하고 있으니 차치하고, 나는 공연 며칠 전 봤던 아이디 매거진(i-D)의 영상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런던에서 열린 BTS 팝업 스토어에 줄을 선 영국 아미(A.R.M.Y)들에 ‘방탄을 사랑하는 이유’를 질문한 인터뷰다.



첫 번째 핵심은 ‘연결’이다.

팬들은 언어 장벽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극복한 연대 의식을 강조한다. 실시간 번역과 국경 없는 소셜 네트워크는 지구 반대편 BTS의 퍼포먼스와 메시지를 최소한의 손실 없이 그대로 전달한다. 디지털 기기를 몸의 일부처럼 능숙히 다루는 21세기 Z세대들의 연결 방법이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이 세대에게 공동체는 낯선 개념이다. BTS가 이들을 결집한다. 콘서트와 팝업 스토어는 팬덤 문화, 공동의 성원, 디지털 세계의 연대가 현실로 이뤄지는 순간이다. 동네 친구, 옆 사람보다 불특정 다수와 가까이, 마음을 나누는 문화다. 서구의 시선으로는 굉장히 새롭다.


두 번째는 ‘해방’이다.

인스타그램 게시물의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은 댓글을 보면, “‘음악도 모르고 얼굴만 보는, 생각 없는 십대’라는 편견으로부터 자신을 자유롭게 해준 BTS가 정말 감사하다”는 내용이다. ‘빠순이 빠돌이’ 비하가 해외라고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단 뜻이다.

틴에이저들의 억눌림은 만국 공통이다. 어떤 형태로든 틴에이저들은 처음 겪는 제도적 억압과 보수적 훈육을 겪는다. 서구 사회에서 참아내고 속을 삭이는 십대들의 주된 표현 문법은 과한 행복, 비판과 시니컬, 음울이었다. BTS처럼 팬덤을 위해 노래하고 팬 송을 만들며 그 시기의 좌절과 낙관을 노래하는 팀은 드물다.



이런 ‘연대’와 ‘해방’의 개념은 한국의 기형적인 교육과 연예 시스템으로부터 탄생했다. 학벌주의와 계급의 재생산 도구이자 저항을 거세하는 시스템, 무한 경쟁을 종용하는 사회, BTS가 학교 시리즈에서 노래하던 현실이다. 이 팀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기계적이고 혹독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산물이다. 인권과는 거리가 먼 기나긴 연습 기간을 거쳐, 불확실한 성공을 향해 몸을 내던진다. 역설이다.

그래서 케이팝의 메시지는 부정적일 수가 없다. 불합리함, 억압, 무한 경쟁의 쳇바퀴를 도는 대중이 주 고객이고, 아이돌 그룹은 그들에게 행복한 연대와 해방의 경험을 제공하며 내일도 ‘참을 수 있는’ 힘을 제공한다.

영미권의 BTS 소비는 한국과 비슷하기도 하지만 다르기도 하다. 디지털 세대, 소셜 미디어 세대의 우울을 해소하는 것은 유사하다. 하지만 영미권 팬들이 BTS를 사랑하는 이유는 다양한 사회, 출신, 환경, 취향이 존중되고 자유로운 발언, 억압을 거부하는 21세기 세대들의 ‘표현’ 방식에 그들이 부합하는 덕이다.



BTS 팬덤에는 성소수자도 있고 무슬림도 있으며 유색인종도 있다. 그들은 아시아의 아티스트 BTS를 통해 본인을 표현한다. 그들에게 그룹은 노래 제목처럼 ‘작은 것들을 위한’, 소중한 존재다.


반면 한국의 기성 시선은 BTS를 케이팝 슈퍼스타이자 나라의 자랑, ‘국뽕’의 주인공으로 여긴다. 고난과 역경을 딛고 성공에 다다른 모범적 귀감이다. BTS가 탄생한 십대의 환경을 개선하겠다거나, 차별받고 핍박받으며 갇혀있는 공동체, 세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말은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그룹의 성공을 이끈 것은 팬덤인데 그 팬들의 배경과 뮤지션의 메시지는 적자생존과 무한 경쟁의 논리를 다시 한번 강화하는 테제로 활용된다. 일부 팬덤은 영미권이 주목하기 아주 오래전부터 케이팝을 지지해온 동남아, 라틴 아메리카 팬들을 ‘외퀴’라며 혐오한다. ‘작은 것들’ 사이에서도 우열이 나뉜다.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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