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여전히 사람들은
좋은 이야기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죠
이랑 - 신의 놀이
구독자 2000명이 넘었다.
작가 신청을 해두고도 막상 할 말이 많지 않아 내버려 뒀던 시간들, 그나마의 할 말은 모두 새로 배워나가던 것에 모두 투자하여 쏟아내던 시간들을 거쳐
결국 브런치에 도달하게 된 것은 4년 전, 휴가 때 사들고 간 노트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모두 채워버려 더 이상 무언가 쓸 공간이 없던 군 시절이었다.
그때의 나는 전문적이지 않을 땐 군인이라는 핑계를 댔고, 개인적인 얘기지만 깊어 보이고 싶을 땐 유명 웹진의 필자였다는 과거를 대며 여러모로 편하게 아무 이야기나 하며 지냈다.
제대 후 이런 탈출, 휴식, 도피의 과정에 욕심이 붙게 되면서 나의 이야기는 다시금 규격화되기 시작했다.
멋진 문장 심장을 울리는 묘사 아름다운 어휘가 내 것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은 열여덟, 그렇다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지도 못한다는 걸 깨달은 스물다섯.
하나하나 잃어간다는 것에 서글퍼하면서도 그냥 계속 뭐라도 적었던 것 같다.
통째로 가져와 붙여 넣기도, 아예 첫 문장부터 새로 만들기도 했고,때로는 참을 수가 없어 토해내듯 부서져라 키보드를 두드리기도 했다.
리뷰, 특집, 감상, 결산, 분석... 브런치라는 공간에 어떤 이야기를 길게 끌어가야할지, 감이 서지 않았다. 서재, 글 창고, 공부하는 공간, 원고 보관철에 가까웠달까.
조금만 노력하면 도달할 수 있는 감각, 그리고 조금만 노력하면 쓸 수 있는 문장을 익히는 데만 아주 긴 시간이 걸린다. 누가 그랬던가. 순간의 재능은 지난하고 괴로운 노력이 있어야만 나타나는 거라고.
내게 어려웠던 건 결국 나의 생각과 나의 감정을 담는 일이었다. 나의 생각 나의 느낌 나의 관찰은 내가 받아야 할 그 이상의 넘치는 관심을 받고 있다. 그래서 두렵다. 두렵지만 놓지 않으려 하기에, 항상 신경을 곤두세운다. 좋은 이야기, 좋은 이야기. 그렇게 2000여 명의 분들이 나의 공간에 손을 얹어 두고 있다.
여전히, 아니 분명히.
누군가는 좋은 이야기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