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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헌 Apr 14. 2021

클럽하우스의 이유 있는 추락

“아직도 클럽하우스 해?”



한 때는 많은 사람들이 밤새 휴대폰 앞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적게는 몇 명, 많게는 수천 명의 사람들과 함께 다양한 공간이 만들어졌다. 유명 인사에게 질문을 던지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유명인들을 흉내 내며 성대모사 판을 벌이고, 학술적인 목적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이 모든 풍경은 모두 과거형이다. 텅 비어버린 채팅방을 들여다보자 한 때 열성 유저였던 지인은 이런 이야기를 건넨다. “아직도 클럽하우스 해?”


2월 초 국내 열풍을 불러왔던 음성 기반 소셜 미디어 클럽하우스가 확연한 하락세다. 시들한 인기를 넘어 아무도 찾지 않는 앱이 되어간다. 국내 관심도를 확인할 수 있는 네이버 검색어 트렌드에서 2월 8일 최대치 ‘100’에 도달한 이후 현재 4월 초부터 ‘0’, 구글 트렌드에서는 2월 12일 ‘100’을 찍었지만 최근 2~6 수준에서 머무르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침체다. 한 때 애플 앱스토어 다운로드 인기 차트 1위를 기록하기도 했던 클럽하우스는 현재 200위권 내에도 들지 못한다. 높은 관심에 힘입어 개발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글로벌 가입자 600만 명 이상을 확보하고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을 넘어선 것까지는 좋았으나 이후 흥행은 지지부진하다. 한때 ‘인싸 앱’이라 불렸던 애플리케이션의 드라마틱한 추락이다. 



클럽하우스는 2020년 3월 전 구글 직원이었던 로언 세스와 사업가 폴 데이비슨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이다. 애플 기기 사용자들만 설치 가능하고 기존 사용자의 초대장을 받아야 가입할 수 있다는 폐쇄적인 성격이 초기 주목을 이끌었다. 사진, 영상은 물론 채팅도 지원하지 않고 녹음도 불가능했지만 바로 그 실시간 중계의 속성이 클럽하우스의 가치를 높였다.


‘인싸 앱’이라는 별명답게 클럽하우스의 성장을 견인한 이들도 유명 인플루언서들이었다. 지난 2월 1일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게임스톱, 비트코인 등 다양한 경제 화두에 대해 설전을 벌인 공간이 클럽하우스였다.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 역시 2월 4일 클럽하우스에 등장해 자사 VR 헤드셋 '오큘러스 퀘스트 2'를 홍보한 공간도 클럽하우스였다. 


국내에서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이승건 토스 대표 등이 클럽하우스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며 사용자를 끌어모았다. 가수 스윙스, 사이먼 도미닉, 이센스는 물론 배두나, 임수정 등 배우, 정세균 국무총리와 박영선 전 중소기업 벤처 부장관 등이 클럽하우스를 적극 활용했다. 



초창기 클럽하우스의 인기는 대단했다.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층이 클럽하우스 가입을 위해 초대장을 구하고 애플 중고 기기를 구입하는 등 다양한 화제를 모았다. 심지어는 무료로 제공되는 초대장이 당근 마켓 등 중고 거래 사이트에 유료로 올라오기도 했다. '인싸 앱'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이때다.


이런 클럽하우스의 ‘트렌드세터’적 면모는 인플루언서들이 빠져나가며 순식간에 효과를 잃었다. 제한된 인원만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에 대한 반감도 동시에 늘어갔다. 가수 김지훈은 클럽하우스에 대해 ‘우월해지고 싶은 심리’라 일침을 가했고, SBS 파워 FM ‘딘딘의 뮤직하이’를 진행하는 가수 딘딘도 ‘더 권력화 된 소통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피력하며 클럽하우스를 비판했다. 


안드로이드 서비스와 녹음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클럽하우스의 특성상 정보의 공유는 폐쇄적인 형태로만 진행됐다. 지난 2월 21일부터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비하인드 썰’에 이어 ‘브랜딩 에센스, ‘디자인과 광고’ 등 다양한 클럽하우스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3월 30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SSG 랜더스 창단을 기념해 클럽하우스에 등장했다. 하지만 클럽하우스 유저가 아닌 이상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제한적이었다.


내부에서도 소통은 평등하지 않았다. MZ세대의 높은 관심에 비해 방을 만들고 운영하는 주체는 대부분 기성세대였다. 일부 사용자들은 음성 채팅 방의 규칙을 지키지 않고 장광설과 훈계를 늘어놓기도 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 서비스에서는 ‘투머치토커’, ‘클럽하우스 아저씨’에 대한 성토가 늘어갔다. 한국보다 더 클럽하우스가 화제였던 일본에서도 ‘꼰대 서비스’라는 냉소가 서비스의 추락에 일조했다.


클럽하우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알파 익스플로레이션’ 역시 세계적인 관심 속 내부 서비스 구축에 소홀했다는 평가다. 최근 사이버 보안 전문 매체 사이버 뉴스는 클럽하우스 이용자 130만 명 이상의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가 해커들에게 유출됐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클럽하우스 측은 즉각 부인했지만 보안에 구멍이 뚫린 것은 절대 긍정적인 신호가 아니다.



클럽하우스 역시 위기를 인지하고 전환점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모습이다. 4월 5일 클럽하우스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첫 수익화 기능 ‘송금’을 공개했다. 오디오 크리에이터들을 위해 일반 유저들이 후원을 할 수 있는 수익화 모델이다. 그간 클럽하우스에서의 콘텐츠 제작자들은 무료로 프로그램을 기획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는데 일정 부분 부담을 덜게 될 전망이다. 안드로이드 버전 앱 개발 역시 지속적으로 준비 중이다. 


오디오 콘텐츠 및 소셜 미디어 시장이 여전히 화제인 현재 흐름 또한 클럽하우스에게 언제든 반전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실제로 페이스북, 트위터, 스포티파이, 링크드인 등 주요 소셜 미디어 서비스들이 클럽하우스와 유사한 오디오 기반 소셜 미디어 서비스를 개발 및 공개 중이다. 특히 트위터는 ‘스페이스’를 공개하며 트위터 사용자들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오디오 서비스를 공개했다.


경쟁 서비스가 늘어난 것은 부정적인 신호지만, 글로벌 인지도와 화제를 바탕으로 안드로이드 앱을 개발하고 다시금 사용자를 확충한다면 클럽하우스 역시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클럽하우스에 대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클럽하우스가 ‘꼰대 SNS’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서비스 개선 및 확충과 더불어 돌아선 MZ세대의 마음을 다잡을, ‘열린 서비스’로의 확대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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