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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헌 Jun 08. 2021

방탄소년단의 팝스타 '부캐' 플레이

빌보드 싱글 차트 2주 연속 1위에 오른 BTS 'Butter'


BTS의 Butter가 빌보드 싱글 차트 2주 연속 1위에 올랐다. YTN에서 방송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는데, 안타깝게도 어제 갑자기 연락을 받아 시간이 없어 전화 인터뷰로 대체했다. BTS 멤버들 옆에 내 사진이 있으니 오징어가 된 느낌...



"Butter," released May 21 on HYBE/BigHit Entertainment/Columbia Records, drew 19.1 million U.S. streams, down 41%, and sold 140,200 downloads, down 42%, in the week ending June 3, according to MRC Data. It also attracted 22.4 million radio airplay audience impressions, up 24%, in the week ending June 6.
- Billboard, 'BTS' 'Butter' on a Roll, Spends Second Week at No. 1 on Billboard Hot 100' -


여전히 규모는 있지만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수치가 모두 감소했다. 흥미롭게도 라디오 에어플레이 수치가 전주 대비 24% 증가했다. 미국 시장에서 BTS가 막 성과를 내기 시작할 때 에어플레이 지수에 발목 잡혀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드롭률이 상당했던 걸 생각해보면 격세지감이다. 올해는 유독 장기집권 노래가 유독 드문 해인데 (올리비아 로드리고 drivers license 정도?) 몇 주 정도 1위를 할지 궁금하다. 



Dynamite와 Butter로 이어지는 BTS의 팝스타 페이즈가 순조롭다. 과거 BTS의 현실 고민, 사회 비판 등 까칠한 시절에 비해 단순하고 전형적인 팝 스타일이라 아쉬워하는 이들도 많은데, 난 오히려 이것도 BTS의 새로운 세계관 혹은 '부캐'라 생각한다.


새 시대 뉴 키즈 온 더 블록, 백스트리트 보이즈, 엔싱크, 원 디렉션의 포지션을 대체하는 이 세계관에서 사회를 비판하고 장르를 혼합하며 케이팝식 장대한 스토리텔링을 펼치면 그것도 어색할 것이다. 앨범 대신 싱글 발매를 고수하고, 철저히 무해한 내용과 미국 대중에게 복고적인 스타일을 채택하는 이유다.


'본캐'와 '부캐' 간 전환도 잘한다. Dynamite 이후 나온 미니 앨범 BE는 코로나19 블루를 '화양연화', '봄날' 감성으로 다듬어 낸 앨범이었다. 당장 롤링 스톤 인터뷰에서도 RM은 현재 서구권 아시아 이민자들에 대한 차별과 폭력에 반대하는 STOP ASIAN HATE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종의 제스처라 해도 발화를 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현재 빌보드 차트에 BTS처럼 범대중적인 포지셔닝을 가져가는 아티스트가 많지 않다. 과거 싸이를 가로막았던 마룬 파이브, 앞서 언급한 보이 밴드들... 그런 아티스트들이 전문가 입장에서는 뻔하고 재미없는 노래를, 반대로 어디서나 틀 수 있고 듣기 편한 팝을 만들며 많은 이들을 즐겁게 해 줬다. 


최근 빌보드 차트 10위권 내 아티스트들은 어떨까. 두아 리파, 위켄드 같은 솔로 스타들도 있지만 다수가 힙합 가수다. 강력한 신예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틴에이지 디즈니 스타다. 인종, 연령대, 커뮤니티 등 다양하게 분화되어있는 시장이다.


BTS도 아미라는 커뮤니티 (팬덤)을 통해 성장했다. 그리고 이제는 Dynamite와 Butter를 통해 그 비어있는 역할을 수행하는 중이다. 우리가 마룬 파이브의 1위를 빼앗지 못해 안타까웠던 것처럼 이제는 해외 아티스트들이 BTS를 제치지 못해 고민을 한다. HYBE의 팝스타 기획과 포지셔닝이 제대로 (혹은 기대 이상으로) 수행되는 모습이다.


Billie Eilish - Lost Cause (Official Music Video)
Olivia Rodrigo - good 4 u (Official Video)


백인 남성 그룹 대신 아시아 보이그룹이 팝스타 롤을 수행하는 2020년대다. 이제 팝스타들은 저 규모와 보편타당함에 맞서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업데이트한다. 오버핏 티셔츠를 벗어던지고 스스로 코르셋을 입은 빌리 아일리시가 레트로 슬럼버 파티를 열어 지지층을 단단하게 규합한다.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오래도록 무시됐던 '지랄발광 17세' 감성을 90년대 얼트 록과 함께 메이저로 끌고 왔다. 카디 비, 도자 캣, 아리아나 그란데, 위켄드의 가사는 더욱 섹슈얼하고 과감해진다.


BTS의 팝 시리즈 노래가 흥미롭게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다. 나 역시 과거 BTS의 노래들에 비해 자주 들을 곡도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현재 수행하는 역할과 2020년대 팝 시장에 불러온 화학작용, 변화의 바람 등은 굉장히 흥미롭다. 정말 잠시라도 눈을 떼고 있으면 따라잡기 힘든 세상이다(...)


✒️ 원문 : https://www.facebook.com/zenerkstand/posts/400699703270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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