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숏폼 플랫폼을 지향하는 새로운 서비스의 전망은?
10분 이하의 짧은 동영상을 선보이는 숏폼 플랫폼(Short Form Platform)이 대세로 자리 잡으며 음악 시장도 큰 변화를 맞이했다. 미국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틱톡은 신진 아티스트의 데뷔 플랫폼을 넘어 바이럴 히트를 통해 유행을 이끄는 플랫폼의 지위를 굳혔다. 후속 서비스로 등장한 유튜브 쇼츠와 인스타그램 릴스 역시 빠르게 점유율을 확보하며 차트 역주행의 산실과 새로운 홍보 채널의 역할을 겸하고 있다.
숏폼 플랫폼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장르는 힙합이다.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새 시대 유행에 발을 맞추고 있다. 래퍼 키드 커디가 설립한 디지털 플랫폼 앙코르(Encore)는 아티스트에게 팬과의 직접 소통과 음원 공개,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한 AR 기술 결합 등 다양한 기능을 공개하며 화제를 모았다. 한국에서도 자유로운 비트 거래 플랫폼 제이원비츠(J1BEATZ)이 대중에게 선을 보인 바 있다.
지난 1월 또 하나의 힙합 소셜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이 출시되어 음악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창작자과 소비자의 쌍방향 소통을 매개하며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나가고자 하는 서비스의 이름은 바운드(Baund)다. 바운드 애플리케이션을 살펴보며 숏폼 플랫폼의 진화와 음악 시장에서 숏폼 플랫폼이 갖는 영향을 짚어보자.
아이디아이디 주식회사가 개발한 바운드 앱은 힙합 중심의 숏폼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이다. 기존 숏폼 플랫폼의 특징 - 수직 화면, 짧은 영상 길이, 음악 편집 - 을 가져가며,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힙합 씬에서 활동하고 있는 프로 비트메이커의 독점 음원을 제공하고 유저의 창의성이 돋보이는 콘텐츠를 제공하여 자연스러운 창작과 참여, 공유하는 환경을 의도한다. 기존 숏폼에서 더 나아간 전문가 수준의 음악 편집 기능을 제공하는 것은 덤이다.
앱을 처음 실행하면 트렌딩 / 팔로잉으로 나뉜 수직 영상 속 비트에 맞춰 랩과 춤을 선보이는 사용자들의 영상을 볼 수 있다. 하단 메뉴에서 홈, 둘러보기, 콘텐츠 녹화, 활동, 프로필을 확인할 수 있다. 프로필 하단에는 현재 사용자들이 선택한 비트가 표시되고, 비트를 클릭하면 해당 비트를 활용한 콘텐츠를 모아볼 수 있다.
바운드를 타 플랫폼과 구분 짓는 요소는 비트다. 기존 발매 음원을 사용하는 타 서비스와 달리, 바운드는 현역 힙합 프로듀서들이 제공한 400여 개 이상의 독점 비트를 제공한다. 더콰이엇, 창모, 김박첼라, 비앙, 웨이체드, 옵티컬 아이즈 XL 등 씬에서 널리 이름을 알린 아티스트들부터 웰컴 이안, 콘다, MURC 등 꾸준한 활동으로 힙합 팬들에게 친숙한 이들까지 다양한 프로듀서들의 작품을 바운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비트 활용에 있어서도 앞서가는 부분이 많다. 멀티 트랙 레코딩 및 트랙 간 동기화 기술, 다중 영상음성 파일 인코딩 기술, 딜레이, 리버브, 디스토션 등 음향 효과부터 자동으로 음정을 보정해주는 슬레이튠(SlayTune) 기능도 제공한다.
사용자는 둘러보기 탭을 통해 바운드의 비트를 보다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비하인드 더 비츠(Behind The Beats)' 탭에는 바운드에 비트를 제공한 프로듀서와 그들의 작품이 정리되어 있다. 하단의 인기 비트와 새로운 비트, 추천 장르 등으로 정리된 카테고리를 클릭하여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비트를 선택할 수 있다. 각 비트에는 bpm과 붐뱁, 트랩 등 장르 태그가 달려있고, 하단의 '이 비트 사용하기'를 누르면 곧바로 콘텐츠 제작 화면으로 연결된다. 영상을 찍고 음악을 고르는 대신, 비트를 설정하고 영상을 찍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아마추어 창작가들과 프로 뮤지션을 지향하는 창작가들에게 도전의 장을 제공한다.
다양한 창작물은 앱 내에서만 통용되지 않는다. 바운드에서 활동하는 창작자들은 본인의 퍼포먼스에 대한 저작 실현권 확보도 가능하다. 바운드가 진행하는 다양한 이벤트에 참여하여 입상하는 크리에이터의 경우 바운드의 지원을 받아 음원을 발매하고 저작권을 분배받을 수 있다.
바운드 앱을 둘러보며 받은 인상은 '힙합 씬의 연결고리'다. 뮤지션을 지망하는 크리에이터들은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지원 영상을 인스타그램, 유튜브에 업로드하듯 유명 프로듀서들의 비트 위에 랩과 퍼포먼스를 선보일 수 있다. 아티스트들은 자신이 제공한 비트를 콘텐츠로 제작한 창작가들의 결과물을 실시간으로 확인하여 빠르게 신예를 발굴할 수 있다. 아티스트들 간의 교류도 용이한 데다 래퍼를 넘어 프로듀서, 비트메이커에게 초점을 맞춘 것도 주목할 만한 시도다. 프로듀서, 비트메이커를 다룬 콘텐츠가 업로드되는 바운드 매거진도 공개 예정이다. 재미있는 소셜 미디어의 역할을 넘어 실시간 오디션 프로그램, 창작자들을 소개하는 채널의 기능도 기대해봄직 하다.
현재 바운드가 진행하고 있는 이벤트들에서 플랫폼의 지향점을 가늠해볼 수 있다. 플랫폼 오픈과 함께 진행 중인 '비트 플레이 쇼타임!(Beat Play Showtime)' 이벤트는 30초 이상의 비트 플레이 영상을 바운드 애플리케이션에 업로드하고, 필요 해시태그와 공식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면 참여가 완료된다. 이벤트 기간 좋아요 개수를 합산하여 순위를 매기고 총 상금 3천만 원 상당이 수여된다.
래퍼 허클베리피와 함께하는 '더 넥스트 원(The Next One)' 이벤트도 흥미롭다. 2014년부터 허클베리피가 단독으로 개최하는 공연 '분신(焚身)'의 2022년 하반기 무대 오프닝을 빛낼 아티스트를 찾는 이벤트로, 원하는 비트를 선택해 지원 영상을 촬영하면 허클베리피가 직접 심사 과정을 거쳐 3월 21일 우승자를 공지하는 이벤트다.
바운드는 ‘파워드(POWERED)’라는 제목의 신인 발굴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현재 힙합 씬에서 활동 중인 뮤지션이 호스트를 맡아 음원 컴피티션을 개최하는 방식이다. ‘파워드'에 선정된 바운드 플레이어(유저)는 호스트 뮤지션의 피처링을 받아 음원을 발매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파워드는 3월 11일 공개되는 첫번째 호스트를 시작으로 다양한 뮤지션들이 파워드의 호스트로 참여할 예정이다.
신규 숏폼 플랫폼 개발 과정에서는 검토할 요소들이 많다. 우선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틱톡, 유튜브 쇼츠 등과 비교하여 어떤 차별점을 제공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야 한다. 유저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나 확실한 동인이 없다면 이미 익숙한 플랫폼으로부터의 이탈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동시에 기존 플랫폼과 비교하여 사용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기술적인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 매끄러운 조작과 이해하기 쉬운 사용자 환경(UI), 둘 중 한 군데만 부족해도 사용자는 답답함을 느낀다.
단순히 재미있다는 이유로 숏폼이 성공한 게 아니다. 수많은 대중의 취향 중 특정 분야를 결집하여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자유로운 참여를 유도하여 능동적인 소비자 역할을 부여한 것이 틱톡으로 대표되는 숏폼의 진짜 인기 비결이다. 유명 아티스트와 크리에이터들은 이제 사용자들을 주도하지 않는다. 동등한 위치에서 유행에 동참하거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나가는 조력자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힙합 창작가들과 워너비들의 수요를 공략한 바운드의 등장은 숏폼 플랫폼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시사한다. 커뮤니티 지향, 공격적인 이벤트,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 등 훌륭한 초기 설정이 인상적이다. 사용성 측면에서는 미흡한 점도 있으나 기술, 개발 파트에서 지속적으로 사용자들의 반응을 경청하고 개선해갈 필요가 있다. 바운드를 통해 새로운 유형의 랩스타의 등장, 더 나아가 새로운 형태의 음악 커뮤니티 플랫폼이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이 콘텐츠는 아이디아이디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