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웰메이드와 공격적인 음악적 무던함
< Love And Fall >은 아이콘 바비의 솔로 앨범이지만 놀랍도록 위너의 것처럼 들린다. < 쇼미더머니 3 >의 '가드 올리고 Bounce'와 '힙합 remix'가 아직도 그를 대표하는 이미지임을 생각해보면 그의 홀로서기는 완연한 힙합으로 갈 가능성이 높았고 실제로 송민호와의 유닛 MOBB의 '꽐라'같은 예도 있었다. 그러나 바비는 장르적으로 보다 파고드는 대신에 한 번 비틀어 대세의 길을 간다. 위너가 새로 그려나가는 YG 2세대 보이 그룹, 트렌드세터와 매끈한 모양새다.
YG의 알파이자 오메가였던 빅뱅과 투애니원 이후를 그려나가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2015년 위너와 아이콘, 2016년의 블랙핑크가 등장했지만 그 콘텐츠는 선배들의 페르소나 탑재 혹은 미완의 대기에 그쳤다. 위너는 강승윤과 송민호, 아이콘은 바비와 비아이의 캐릭터가 곧 그룹의 캐릭터와 직결되었고 블랙핑크는 지금까지도 투애니원의 유산 속에 살고 있다. 이런 약간의 답보 상태는 'Really really'와 'Love me love me'를 가져온 4인조 위너로 깨지게 되는데, 2017년 20대 트렌드세터들의 취향 - 체인스모커스류의 소프트 EDM, 트로피컬 하우스와 퓨처 하우스, 부활한 일본 시티팝, 댄디한 콘셉트 등 -을 적절히 배합하면서 트렌드의 YG라는 철학에 부합하면서도 웰메이드 팝을 만드는 라인을 확보한 것이다.
형제 그룹의 성공 사례를 탑재한 바비의 작품 또한 매끈하게 잘 다듬어진 트렌드 팝을 선보인다. 'Love me love me'와 같은 앨범에 있었더라도 어색하지 않았을 '사랑해'와 아이콘의 'Airplane' 감성을 따라가는 'Runaway'가 두 갈래 방향을 제시하고, 중간중간 공격적인 'Up'이나 태양 혹은 'Last dance' 류 허무주의 빅뱅을 연상케 하는 슬로우 템포 'In love' 등이 합쳐진 모습이다. 말하자면 < Love And Fall >은 2015년 이후의 YG를 적절히 섞어서 가장 최근의 성공사례를 핵심으로 버무려낸 것이다. 작사 작곡 란에 아티스트의 이름이 빠지지 않음에도 아티스트보다 회사의 취향이 우선인 듯한 앨범에서, 특유의 '갈아내는' 보컬 정도만이 바비의 존재감을 희미하게 알리는 정도다. 신세대 YG에서 제일 강한 정체성으로 무장한 멤버에게 가장 모범적인 작품을 안겨주다 보니 그 강한 보컬이 거슬리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바비 입장에서는 저변을 확장하였으니 나쁘지 않고 또한 이런 무난한 팝도 잘 어울린다는 걸 증명했으니 좋은 계기다. 회사 입장에서도 2017년의 흐름을 회사 단위의 기획으로 확고화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보기 드문 날 선 캐릭터가 길들여져 '사랑해'라 노래하는 것은 썩 즐겁지 않다. YG 특유의 저돌적이고 자유로운 이미지가 점차 옅어지는 느낌인데, '투애니원의 레드벨벳화'라는 이야기까지 나온 블랙핑크와 마찬가지로 송민호와 바비, 위너와 아이콘도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지만 종종 강한 캐릭터가 음악을 잡아먹던 때의 개성은 더욱 찾기 어려워졌다.
SM은 잘해왔던 걸 더욱 잘 하자며 NCT와 엑소로 SMP를 재활용했고, JYP는 갓세븐에 2PM의 현대적 변용을 더하면서 트와이스로 일단 이 순간을 즐기기로 했다. YG의 2017년도 빅뱅과 투애니원을 애써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압도적이었던 그들의 페르소나를 입을 차기 소속 가수를 실험하는 이 단계에서, 그들은 평범한 웰메이드와 공격적인 음악적 무던함 사이서 고민하고 있다. 물론 음악은 아주 매끈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