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거절을 연습하세요

한발 나아가기 어려운 사람들

by 행동하는독서

나는 웬만하면 식사를 하고 나오면서 명함을 주는 편입니다. 처음 간 식당에서는 더욱 그러는 편입니다. '내가 당신의 영업장에서 서비스를 이용했기 때문에 언젠가 당신도 나의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라는 무언의 압력일지도 모릅니다.

어느 날 명함을 주고 카운터의 주인과 나눈 대화입니다.

"예. 검토해 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혹시 000 들어본 적은 있으세요?"

주인도 내 말에 대답을 하고 몇 가지 질문이 오고 갔습니다. 이렇게 대화를 주고받고 웃으며 돌아서 나오다가 다시 카운터로 눈을 돌렸습니다. 주인이 명함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리는 게 아닙니까. 그래서 다시 카운터로 돌아가서 말했습니다.

"혹시 제 명함이 기분 나쁘셨다면 돌려주시죠.."

주인은 깜짝 놀라며 명함을 쓰레기통에서 주우며 난처한 듯이 사과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 이게 습관이 돼서 나도 모르게 이렇게 됐네요... 진짜 죄송합니다."

나는 크게 웃으면서 명함을 받아 들었습니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럴 수도 있죠. 그런데 담에는 제가 완전히 나간 다음에 버려주세요. 제가 쪼금 마음이 아프네요.."

주인은 얼마나 미안했는지 다시 제 명함을 달라고 하곤 자신의 카운터 보관함에 꽃아 두었습니다.


이 모습을 본 일행이 저에게 말하더군요.

"대단하시네요. 완전히 전세가 뒤바뀌었네요. 갑과 을이 바뀌어 버렸어요."

저는 대답했습니다.

"원래 갑은 저죠. 이 식당에서 밥을 먹은 손님은 나니까요. 우리는 명함을 줄 때 을이 된다는 생각을 할필요가 없습니다."

카페에 자리를 잡고 이야기를 나누며 예전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저도 명함 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요. 명함을 아무리 주어도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오지도 않구요. 그래서 알았습니다. 명함은 주는 것이 아니라 말을 걸기 위한 도구라는 것을요."

"무슨 말이죠?"

"예전에 명함을 줄 때 항상 입구에서 설명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방문 목적을 밝히고 명함을 담당자에게 전달 부탁을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나를 본 선배가 나를 데리고 그냥 입구를 통과하더라고요. 금방 나갈 거라며 입구를 그냥 당당하게 통과해버렸죠. 그래서 알았습니다. 내가 첫 번째 거절 앞에서 매번 좌절하고 있다는 것을...."

"아.. 당당하지 못할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네요."

"그렇죠. 그리고 명함을 주고 나와봐야 소용이 없어요. 명함은 단지 인사일 뿐이고 그 자리에서 말을 해야 합니다. 왜 명함을 주는지, 상대에게 어떤 혜택이 있는지,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관심도가 어느 정도 되는지. 물어야죠. 명함만 주고 연락을 기다리는 일이 얼마나 바보스러운 일인지 알았어요. 그 자리에서 충분히 나를 어필해야 합니다. 쉽지는 않지만요."




거절에 대한 문제는 아무리 책을 읽고 깨달아도 행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지식은 아는 것이고, 지혜는 이해하는 것이다. 지식은 소유하는 것이고, 지혜는 실천하는 것이다."


거절을 거절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수많은 자기 계발서는 말합니다. 하지만 문득 누군가에 앞에 서면 우리는 거절을 두려워합니다. 책을 아무리 읽고 지식을 쌓아도 소용이 없습니다. 입이 떨어지지 않고 자연스러움을 잃습니다. 거절의 두려움은 자신의 인격과 자존감을 땅에 떨어뜨립니다. 어쩌면 자신의 존재 자체가 부인되는 느낌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자연스럽게 그 일을 해냅니다. 거절은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입니다. 이건 결단의 문제라기보다 연습의 문제입니다. 거절의 두려움은 실제로 존재합니다. 이걸 아무리 결단해도 해결하기 힘든 문제입니다. 그냥 온전히 받아들이고 무디게 하는 것입니다. 실천을 반복하다 보면 방법을 찾게 되고 더 자연스러워집니다.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에 거절을 두려워하지 않은 소녀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주인에게 손을 내밀고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 소녀에게 1달러를 주고 맙니다. 왜 그 소녀에게 압도당했는지 주인은 한참을 생각합니다. 처음 거절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용기에 주인은 자신도 모르게 요구 조건을 들어준 것입니다. 나는 이 이야기에 무척 감명을 받은 기억이 있습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연습은 익숙함을 선사한다. 익숙함은 자신감을 불러일으킨다. 자신감은 가능성을 싹 틔운다. 가능성은 우리를 나아가게 한다. 그래서 연습이 전부다."


내가 몇 달 전에 읽은 <미움받을 용기>를 읽으며 감탄한 내용이 있습니다. 사람은 거절받기, 미움받기를 매우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거절하는 것도 타자의 문제라고 생각하면 아무 문제없습니다. 그냥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했다고 생각하면 그만입니다.


행동해야 거절을 받습니다. 거절을 받아야 상처를 입습니다. 상처를 치유하며 단단해집니다. 그렇게 성장합니다. 그래서 거절은 연습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