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같지만 필연적 재회

by 행동하는독서

고객을 만나러 한 명의 동행자와 먼 길을 출발했다. 마침 중간에 가끔 방문하는 거래처가 있어 들러 보고자 했다. 일부로 오는 것도 쉽지 않으니 지나는 길이라면 한 번쯤 들려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동행자는 지금 당장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줄 수 없는 고객일 것 같다며 회의적인 말을 했다. ​

동행하는 분이 굳이 들리는 이유를 물었고, 나는 새로운 고객을 만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저도 가끔 오는 곳인데요. 특별히 누구를 만날 거 같지는 않은데요.”

동행자는 그냥 목표한 곳으로 바로 넘어가자고 했다.

얼마 전에 본 영화가 생각나 이야기해주었다. 러시아 대통령이 주인공 함장에게 묻는 장면이었다. 상대가 공격하지 않을 거라고 어떻게 알았느냐는 질문에 주인공은 이렇게 말했다.

“몰랐다. 다만 간절히 원했을 뿐이다.”

나는 이 문장으로 대신했다. 나는 가. 만. 이 책에도 썼지만 머리로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는 게 현장이게 때문이다. 동행자는 무심하게 듣고만 있었지 마음으로 받아들이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운전대는 내가 잡고 있으니 내 마음인 것을?


거래처에 들어가면서 인사를 나누다 한 여성과 마주쳤다. 거기서 처음 보는 여성인데 왠지 낯익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를 약간 의심어린 눈으로 올려다 보셨고 나도 같이 내려다 봤다. 일단 아는 척 먼저 인사를 했다. 그런데 갑자기 웃으며 되묻는 것이 아닌가?

“여기 웬일이세요?”

머리가 바빠지기 시작했다. 분명 아는 사람인데 누구더라? 다행히 금방 기억을 찾아냈다. 수년 전에 친하게 지냈던 고객인데 이유도 없이 점차 연락이 뜸해지고 말았다. 뜻하지 않게 여기서 다시 만나다니.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한참을 대화했다. 많이 아파서 한동안 일을 못했다고 한다. 여기서 일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세상은 참 좁고도 넓은 모양이다. 만날 사람은 어디에서도 만나진다는 말이 새삼 떠올랐다.

수년 전에도 거래처에 들렸다가 만났던 고객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을 소개해 주고 살갑게 대해 주었는지 모른다. 나이는 나보다 한두 살 위였는데 성격도 좋으셔서 만날 때마다 유쾌함을 주셨던 분이다. 나도 좋은 일자리가 있으면 소개해 보려고 나름 애를 썼던 기억이 났다. 그분도 그것을 기억하고 있다며 아직도 고맙다고 했다.

인연은 어떻게 이어질지 모른다고 수 없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지만, 이렇게 갑자기 다시 찾은 인연은 매번 놀랍다. 논리적으로 따지자면 내가 많이 다니고 만나기 때문에 벌어지는 필연에 가까울 수 있다.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찾아오는 보너스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언제나 감정은행계좌에 신뢰를 잘 넣어두어야 한다. 한 번의 입금으로는 어렵지만 자주 신뢰를 넣어두면 만났을 때 환영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 많은 입금을 시켜두었나보다. 만나자마다 나에게 도움을 주시기 시작했다. 더 좋은 거래처도 연결 받았고 작가가 된 나를 지지하고 응원해주셨다. 만남은 수동적인 만남과 능동적 만남이 있겠지만 이왕이면 적극적 만남을 많이 가져보려고 한다. 주어진 환경속 만남이 아닌, 적극적으로 그 환경으로 들어가 만남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어차피 환경이 나를 지배한다면 적극적으로 들어가는 것이 낫다. ​


이 고객 때문에 일주일이 무척이나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연락처도 그대로 인데 왜 연락을 하지 못하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사람은 멀어 졌다가도 다시 이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소식을 들었지만 망설여지기도 한다. 그때 한발만 더 나아가는 용기를 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