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선후배끼리 식사를 하기 위해 모여서 식사를 하고 볼링을 치러 갔다. 식사를 하고 볼링을 치러 가는 그 순간까지도 나는 오늘 아침에 망쳐버린 평가에 대해 미련이 남아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 매번 뒤처지는 것만 같은 기분과 오늘로써 그 차이는 더 벌어졌으리라 생각이 들었으니 더더욱 그랬다.
4대 4로 볼링을 치면 칠수록 그 기분은 더 나빠졌다. 원래는 80~90를 왔다 갔다 하는 점수가 오늘은 기분만큼이나 바닥을 치고 있었다. 볼은 자꾸 옆으로 빠져버렸고 주변에서는 어떻게 해보라는 충고가 연이어지고 있었다. 이미 내가 꼴찌는 확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는 아직도 4번의 기회가 더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우리 팀은 이미 패배가 확정인 상황에서 나는 우울한 기분으로 그저 공을 잘 굴리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앞에서 공을 굴리는 선배님들의 손을 보면서 따라 하기도 해 보고 충고도 들어보는 그 상황에서 나는 한번 한번 버리지 않고 소중하게 굴리고 있었고, 마지막쯤에는 공이 옆으로 빠지지 않는 정도가 어떤 건지 살짝 감을 잡고 있었다. 그러나 역시 점수는 40점대로 늘 치던 점수의 반토막으로 게임을 마무리했다.
두 번째 게임에서 나는 앞에서 굴렸던 방법을 생각하며 공을 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점점 공이 방향을 잘 잡기 시작해서 결국 스트라이크도 몇 번, 스페어도 나오면서 게임비가 걸렸던 두 번째 게임에서 이겼고, 우리 팀 모두들 내가 오늘 게임의 주인공이라며 신나 했다. 점수는 평소만큼 보다 조금 더 나은 89점이었다.
출처 - 픽사베이[ Clker-Free-Vector-Images]
신나게 웃고 집으로 돌아가며, 공을 굴리는 순간 오늘 고민했던 평가에 대해 다시 생각을 했다. 이미 질 게임을 알면서도 최선을 다했던 것은 열 번을 모두 게임이 확실히 졌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에서 그저 다음에 조금 더 잘해보기 위한 마음이었다. 오늘 내가 망친 평가는 만회할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기에 점차 나아지는 내 모습을 내가 발견하면서 기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평가는 제쳐두고라도 나는 이 환경에서 정말 오래전부터 염증을 느끼고 있었지만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을 하면서 꾸역꾸역 해가는 중이었다. 목표는 너무나 멀리 있고 나의 능력은 언제나 부족했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오늘 최선을 다했다면 오늘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나보다는 더 멋지고 더 기쁨을 많이 느낄 수 있기에 행복에 가까워지리라 생각했다.
나에게 생긴 마음의 염증은 몸의 염증만큼이나 아프고 괴로웠다. 그러나 이런 염증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포기를 선택하는 것은 어쩌면 나에게 필요할지도 모르는 부분을 도려내는 것과 같다. 염증이 일어낸 상황 속에서 기쁨을 찾는 것이야말로 나에게 필요한 부분을 남겨두면서도 염증을 없애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