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겹으로 그린 맛

감각실험

by zeon

불판을 사정없이 달군다.

연탄불이든 가스불이든, 그 화염을 머금기 전까진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접시에 곱게 누운 핏빛 돼지고기.

두 겹도, 네 겹도 아닌, 세 겹의 하얀 비계가 선명하다.

역시 냉동보다는 생고기가 좋다.


불판이 점점 달아오른다.

집게로 한 점 집어 올리면, ‘치익~’.

아우성치는 소리가 침샘을 깨운다.


테이블 위에는 짭짤한 밑반찬과 싱싱한 쌈야채가 내 손길을 기다린다.

이때, ’딸깍‘.

소주 뚜껑을 반시계방향으로 돌리고, 꿀렁꿀렁 잔을 채운다.

얇게 썬 파절이를 한 젓가락 들어 간을 본다.


이제 고기를 뒤집을 시간.

낙엽이 불판에 내려앉은 듯, 갈빛으로 갈아입었다.

고소한 단백질 냄새가 코끝에 솔솔 닿는다.

마이야르 반응 따위야 아무렴 어떤가.

오직 내 직관을 믿는다.


고기의 익힘은 어떻게 아냐고?

가위가 고기를 스칠 때, 질척거리지 않으면 잘 익은 고기.

소주와 고기의 맛을 즐길 시간만 남았다.


그녀가 참 좋아했던, 그 맛.

이제는 나를 채워주지 못한다.


음식에 담긴 감정, 오감을 넘어선 그 감정을 따라가며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