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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ice U Jan 12. 2023

삶이 어떻게 더 완벽해

불완전함을 인정할 때 완벽을 느낄 수 있다

아이유의 'Strawberry Moon'에 나오는 가사만큼 지금 이 순간 나를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있을까?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제일 좋은 점이 뭐냐고 묻는다면 맑은 공기를 마시며 드넓고 푸르른 공원에서 산책할 수 있다는 점을 꼽고 싶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후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아파트 바로 옆에 위치한 트렉슬러 공원(Trexler Park)을 산책하는 시간은 하루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공원이 그리 크지 않아서 보통의 속도로 걷는다면 30~40분 정도면 한 바퀴 산책할 수 있다. 그리 특별할 것 없는 공원이지만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벤치, 아름드리나무들이 언제나 변함없이 묵묵히 그 자리에서 나를 반겨준다. 가끔 맞은편에서 산책하는 이들이 다정하게 인사를 먼저 건네온다. 낯선 사람에게도 친절을 베푸는 그들의 여유에 기분이 좋아지면서 완전히 미국 사회에 적응한 듯한 착각에 빠진다.


사실 우리 삶에 완벽이 있을까? 불완전함투성이다. 갈림길에서 두 쪽 모두를 선택할 수 없듯이 한쪽을 선택하고 나면 기대, 설렘과 동시에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 후회도 느낀다. 나는 미국에 오는 길을 선택했다. 가끔은, 아주 가끔은 미국에 오기로 한 선택이 과연 잘한 일일까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어릴 때부터 해외 생활에 대한 막연한 로망이 있었다. 대학생 시절에는 교환학생 시험에서 떨어졌고 졸업 후 취직을 한 이후에는 해외에서 일할 수 있는 길을 알아보기도 했다.(전공이 일본어여서 일본 쪽을 알아봤다) 하지만 결혼해 아이를 낳고 살면서 이제는 더 이상 이룰 수 없는 꿈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기회는 아주 우연히 찾아왔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그 꿈이 이뤄진 것이다.


나는 나의 버킷리스트들을 하나하나 실행 중에 있다. 골프를 배우고 싶었는데 미국에 오기 전 6개월 동안 집중해서 골프 레슨을 받았다. 40대 중반의 나이인 나도 삶에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고 새로운 도전이 있다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고 다시 한번 느꼈다. 나는 일하면서 살림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시간 중에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레슨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피곤한 일정이었지만 기분 좋은 피로감이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했다. 또 아이들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사실 요즘은 쌍둥이가 너무 많아서 희소성이 사라졌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채널을 운영해 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전문성은 많이 떨어지지만 우리 아이들의 미국에서의 성장기를 남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만족한다.


마지막은 책을 출판하는 일이다. 브런치의 작가가 되었고 미국 생활에 대한 글들을 차곡차곡 발행하고 있으니 이 글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볼 요량이다. 파주에서 살 때 광화문으로 출근하기 위해 나는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아이들 아침식사 준비를 해놓고 6시 10분 광역버스를 타고 회사에 출근했다. 퇴근 후 부리나케 아이들 어린이집에서 하원시켜 저녁 먹이고 빨래하고 집을 정리하고 나면 녹초가 돼서 밤 10시 정도면 머리가 베개에 닿자마자 잠이 들었다. 그런 다람쥐 쳇바퀴 같은 생활을 견디고 견딘 끝에  어느덧 11살(한국나이)이 된 아이들과 이렇게 공기 좋은 곳에서 편안하게 생활하고 있다. 공원을 산책하면서 한국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느긋함과 여유가 뭔지 알게 됐다면 거짓말일까? 그렇다고 이곳에서의 삶이 100% 행복하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완벽한 삶은 없다는 것을 알기에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것에 더 감사함을 느낄 뿐이다.

'삶이 어떻게 더 완벽해' 이 말을 지금 100% 실감하고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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