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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ice U Dec 17. 2022

미국 생활 4개월 차의 모습

작은 일에 행복을 느끼는 나를 발견하다 

미국에 온 지 어느덧 4개월이 흘렀다. 나는 지금 사회보장번호(Social Security Number)를 가졌고 운전면허도 땄다. 아이들 학교 발런티어(Volunteer)가 되었고 리터러시 센터에서 ESL 마지막 레벨을 듣고 있다. 오늘은 2022년 11월 30일인데 나의 모든 근심이 다 해결되는 날이었다. 


나는 그동안 아이들 학교 발런티어가 되기 위해 각종 서류를 제출했지만 다시 제출하라는 이메일을 받고 마음이 많이 무거운 상태였다. 안내 메일을 따라 링크 사이트에 들어가 각종 서류를 신청한 후 그 결과지를 보내는 거였는데 그들이 원하는 서류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겨우겨우 영어를 해석해서 나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해서 신청서를 작성했는데 돌아오는 답은 어떤 항목이 빠져서 증명서를 발급해줄 수 없다거나 나름 발급받은 서류를 보내면 그 서류가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정말이지 어디서 뭘 잘못한 건지 알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나도 포기하지 않았다. 아동학대 증명서(Child Abuse Certificate)는 우편으로 빠진 항목을 적어서 다시 답장을 보냈고 다행히도 잘 처리가 되어서 알맞은 증명서를 발급받았다. 

문제는 범죄내역증명서(Criminal History Certificate)였다. 내가 신청한 후 결과 서류를 받았으나 해당서류가 아니라고 했다. 나는 해당 사이트에 들어가 다시 한번 신청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웬걸? 다시 찬찬히 질문에 답하고 제출하자 처음 받았던 서류와는 다른 증명서를 발급받게 됐다. 그게 바로 그들이 원하던 서류였다. 

발런티어 클리어런스가 통과됐다는 이메일을 받고 뛸 듯이 기뻤다. 정말 미국에서는 이런 작은 일들이 큰 기쁨으로 느껴진다. 마치 어린이가 어른들이 하는 일을 해내는 기분이랄까? 묵었던 체증이 뚫려 내려간 듯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해결된 일이 있었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위치, 시설, 쾌적함 뭐 하나 빠지지 않고 만족할 만한 아파트였는데 딱 한 가지 관리사무소 대응이 느리다는 단점이 있었다. 지난번에 이어 다시 음식물 분쇄기가 고장 나서 수리 신청을 한 지 벌써 2주가 지나고 있었다. 난 한번 그런 일을 겪은 후에 그러려니 조금은 포기한 상태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ESL 수업 시간에 뜻하지 않게 그 얘기를 하게 됐고 선생님은 나에게 다시 한번 관리사무소를 찾아가서 정중하게 그러나 당당하게 권리를 요청하라고 조언해 주셨다. 그 말에 힘입어 나는 관리사무소를 다시 한번 찾아갔고 정말 운이 좋게 바로 수리 기사님이 내 집을 방문했다. 음식물 분쇄기도 고치고 난 지난번에 깜빡 잊고 얘기를 못한 빨래 건조기도 좀 봐달라고 했다. 고장이 난 건 아닌데 빨래를 말리는 데 5~6시간이나 소요됐다. 분명 정상은 아니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뜨거운 열기를 배출하는 외부 호스와 연결이 안 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헐~ 나는 그동안 오버된 전기세만 감당하고 있었다. 기기의 결함이 아니라 단순 호스 연결 미스였던 거라니 난 그동안 끙끙 앓던 문제가 해결돼서 날아갈 듯이 기뻤다.


오늘 밤 나의 잠자리는 그 어느 날의 잠자리와 비교가 안 될 만큼 편안한 잠자리가 될 것 같다. 사실 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닌데 별 것도 아닌 일이 해결될 때까지 무조건 기다려야 된다거나 문제의 원인조차 모른다면, 특히나 원활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라면 나의 마음이 어떠했겠는가?

올해는 유난히 눈이 많은 겨울이 예상된다고 한다. 펜실베이니아의 겨울은 어떨지 너무 기대가 되는데 특히나 이렇게 홀가분한 마음으로 12월을 맞을 수 있어서 정말 너무너무 행복하다. 하나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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