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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욱 Jul 09. 2021

직장에서 대화에 못낄 때

나혼자산다#2

직장에서 대화를 나누다보면 자녀 이야기가 꼭 나오기 마련이다. 서로 할말이 없을 때 어색한 느낌이 드는 순간, 누군가 먼저 말을 꺼내야할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될 때가 있다. 그때 보통 이미 다 아는 날씨 이야기를 꺼낸다. 그것도 아니면 결혼해서 자녀를 키우는 분들은 각자 자녀 이야기를 하며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시도한다. 각자 돌아가면서 자식을 키우면서 겪는  희로애락을 이야기한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소재가 고갈된다. 그때 대화의 주인공(?)은 결혼도 안했고, 혼자 사는 '내'가 된다. 


"oo씨는 아직 결혼해서 모르지?"

"oo씨는 아직 얘가 없어서 모를거야."

"oo씨 지금 몇 살이지..아쿠 빨리 짝 찾아야겠네."


나는 별로 대꾸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배시시 웃는다. 정말 할 말이 없어서다. 그냥 '네에...'하고 말하고 만다. 내게서 어떤 대답이 나와 대화의 꼬리가 이어지길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보통 대화의 맥은 툭 끊어진다. 예전같았으면 이런저런 대답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그마저도 귀찮고 힘들다. 하하하. 이런 귀차니즘.


나는 다른 직원분들이 각자 자녀이야기를 할때 그냥 듣고만 있을 때도 있다. 대화 중간에 끼어들지 않는다. 물론 자녀가 있는 분들끼리만 있었으먄 대화가 재미있게 진행됐을 것이다. 주거니 받거니. 한참 자녀이야기가 오가다가 누군가 미묘한 공기를 감지한다. 내가 대화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한다. 누군가는 화제를 바꾸려고 시도한다. 공통 화제를 찾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나보다. 결혼과 자녀이야기에 벗어날 수 있어서 나야 감사할 따름.


그러면 결국 일 이야기로 이어진다. 업무관련 이야기로 다시 공감대를 찾고 대화를 이어간다. 나도 이때서야  대화에 적극(?) 참여한다. 괜히 나 때문에 한참 재미있을 자녀이야기를 못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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