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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욱 Jul 08. 2021

결혼 안해서 저녁에 할 거 없잖아?

나혼자산다#1

나는 혼자 산다. 결혼도 안했고, 혼자사니깐 결혼관련 질문 다음으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있다.


"저녁에 할 거 없잖아?"


결혼한 직장동료나 직장 상사, 친구가 이렇게 물으면 살며시 미소를 짓는다.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남들에게 말할 만큼 크게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할 일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혼자여도, 사람을 안만나도 사실 나름 바쁘다.


개인 블로그에 독서노트도 써야 되고, 넷플릭스에서 영화도 봐야되고, 밀리의 서재에서 책도 읽어야 되고, 빨래도 해야되고, 밥도 해 먹어야 되고, 샤워도 해야 되고, 주말에 먹을 음식을 마켓컬리에서 주문도 해야하고. 


물론 저 질문은 여자 없이 혼자 사니깐 '여자랑 할 게(?) 없으니까 저녁에 할 거 없잖아?' 이런 긴 질문을 함축한 말일 거라고 추측해본다. 혼자사는 내가 집에서 무슨 일을 하든 '저녁에 할 거 없는 사람'으로 비춰지나보다. 나 같은 경우는 둘 이상이서 할 수 있는 여러가지 것(?)들을 못하니 뭔가 크게 할일 없는 사람으로 요약되나보다.


요새는 "저녁에 할 거 없잖아?"라는 질문을 받았을때 굳이 답변하지 않는다. 그냥 그러려니 엷은 미소로 답한다. 별로 답하고 싶지도 않다. 그냥 귀찮다. 저 질문에 그렇다고 나는 저녁에 이런 것들을 합니다라도 자세히 말하기도 뭣하다(?). 구차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혼자 사는 내가 저녁에 할 일 없어보이나보다. 앞으로도 비슷한 질문을 받으면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그저 엷은 웃음을 지으리라.


나는 혼자 살거나 결혼하지 않은 사람에게 "저녁에 할 거 없잖아?"라고 질문을 하지 않는다. 나도 모르게 튀어나올 것 같아도 참고 질문하지 않는다. 왠지 모르게 실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저런 질문을 하는 상대방은 그냥 별다른 의미없이 툭 던지는 게 아닐까. 저녁에 할 거 없는 것 같으니 술이나 먹자, 저녁이나 같이 먹자, 어디나 같이 가자 등 선의의 제안을 담은 질문일 것이다. 정확한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기는 쉽진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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