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에서 고양이를 키우면 그게 1인가구가 맞나요?

1인가구가 되기까지의 고찰

by 진로






엄마의 품을 나온지 꽤 되었다. 나는 조용했지만, 생각보다 예민한 아이였고 소심했으며 그만큼 참아왔던 마음들이 갑자기 어디로 튀어버릴지 모르는 반항심도 갖고 있었다.


첫 독립은 독립이라기보다 가출에 가까웠다.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집을 뛰쳐나온 것이다.


그때의 주거 형태는 2인 가구에 고양이 두 마리. 단순 룸메가 아닌 애인에 가까운 사람과의 동거. 애정이 섞여 있으되 피가 섞이지 않은 이 관계는 애정이 식으면 쉽게 끝나는 관계란걸 나는 잘 몰랐다. 아니 나는 다를 거라 생각했다. 미디어 속 어떤 커플처럼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하고 이어질 거 같으리라 믿었다. 가족은 맞지 않더라도 가족이라는 이유로 참고 버터야 한다. 근데 꼭 같이 살아야만 하는 관계가 아니라면? 참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먹고 치우지 않는 그릇, 제멋대로 벗어 놓은 신발들, 밀린 빨래들, 그리고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사이. 앞엣것들은 사랑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이었지만 그 이유가 사라진다면 이어갈 필요가 없는거다. 좋아하는 사람과 종일 같이 있고 헤어짐이 없는 시간들이 있다는 건 너무 멋진 일이다. 근데 딱 거기까지. 이상과 현실의 갭은 너무나도 컸다. 그런 현실과 갭을 말해주는 내용들은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굳이 여기에 쓰지 않는다. 현실을 깨닫고 나는 집으로 돌아간 게 아니라 1인 가구가 된다.


난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기에 온전한 1인 가구는 아니지만 나를 이루고 나를 책임져줄 사람이 나밖에 없기에 일단 1인 가구다. 1인 가구란 무엇인가 아침에 어지럽혀놓은 것들이 고대로 저녁에도 있다는 거다. 아니 두 마리의 고양이들이 못하면 못 했지, 잘하지는 않으니 더 심각해진다. 그러나 나는 고양이를 사랑하니까 나는 나를 사랑해야 하니까 집을 치운다. 집이란 무엇일까 단순히 잠만을 자는 곳이 아니고 휴식을 할 수 있는 공간, 있어도 문제없어도 문제. 어째거나 나는 살아가고 있기에 이번에는 룸메를 구하게 된다.


같이 살면 많이들 싸운다고 결국 절교하고 끝나는 게 친구끼리 같이 사는 자들의 최후라는데 결과를 먼저 말하자면 그건 아니다. 그냥 어떠한 이슈가 있었고 친구는 다시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집을 , 주거공간을 나눠 쓴다는건 굉장한 일이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잠만 자고 가는 공간일수도 있는 그 공간은 누군가에게는 자아실현의 장소도 된다. 사회적 동물이 사적인 영역을 나눠 쓴다는게 쉽지가 않다. 나는 그랬다. 내 라면을 왜 먹었냐고, 물건 왜 함부로 썼냐고, 조용히 좀 해달라고, 그거 좀 못 참느냐고. 사람이 좀스러워지는 순간들이 있다. 이러다 싸우겠구나 하는 그런 순간들. 공유하는 사이인데 침범이라고 느끼게 될 때가 있다는 거. 사람 사는거 다 똑같다. 친구라고 달라지는건 없다. 우당탕탕 사는거다. 같이 사는건 재밌었지만 혼자 살고 싶다고 느꼈다.


그러고 다시 혼자. 아니 고양이 두 마리. 온전하게 혼자 살아본 적이 없어서 리터럴리 1인 가구의 삶이 무엇일지 말을 하는 게 옳지 않을 수도 있다. 침대에 누우면 옷방에서 비명을 지르는 고양이가 있고 혹은 비닐을 씹어서 나를 일어나게 하는 고양이도 있다. 퍼스널 스페이스를 지키지 못하는 고양이가 있어서 혼자의 외로움을 느낄 사이가 없다. 다만 밤에 혼자 술먹기 지칠 때는 있다. 이럴때는 동네친구라도 있으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을 한다. 다시 또 누군가와 살고 싶다고 느껴지는거다. 이런것들의 반복이다. 같이 있을때면 제발 혼자가 되고 싶고 혼자 있을때는 누군가 옆에 있었으면 한다. 이건 연애와는 다른 이야기다.


많이들 나한테 이야기한다. 나중에 같이 살자고. 그러고 나는 그러자고 대답한다. 혼자 사는 것보다 둘이 사는 게 더 재미있으니까. 나는 꼭 혼자 살아야 하는 사람도 아니고 서울 집값은 비싸고 물가는 너무 무섭다. 또 한편으로는 다시 엄마 품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있다. 이런 생각을 하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는 나를 사랑해야하니까 집을 치운다. 누군가와 같이 살든지 나 혼자 살든지 일단 집은 치워야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피포 페인팅이 힐링이요? 스트레스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