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불길이 치솟는 건물 앞, 주저 없이 그 안으로 들어가는 존재가 있습니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 공개한 ‘무인 소방 로봇’입니다.
무인 소방 로봇은 화염과 유독가스가 가득한 현장에서 인간 대신 불을 끄고, 실종자 위치를 탐색하며, 붕괴 직전의 건물을 누빕니다. 소방대원이 위험을 감수해야 했던 바로 그 자리에서 사람을 더 빠르고 안전하게 구조하는 로봇.
이 로봇이 특별히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꽤 예전부터 AI는 우리 곁에서 음악을 추천하고, 번역하고, 이미지를 생성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이 AI의 공통점은 바로 ‘몸’이 없다는 것이지요.
두뇌는 있지만 세상에 직접 뛰어들 수 없는 AI, 이것이 우리가 지금까지 알던 AI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피지컬 AI는 다릅니다.
피지컬 AI란 디지털 영역에서 작동하는 기존의 AI 시스템과 달리, 현실세계에서 물리적 행동을 수행하고 환경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AI를 말합니다. AI가 물리적인 세계를 인식·이해·판단하고, 실제로 행동까지 수행하지요. 반드시 사람 형태일 필요는 없고, 로봇, 차량, 드론, 기계, 설비 등이 모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무인 소방 로봇이 바로 피지컬 AI의 좋은 예입니다. 화염 속 상황을 스스로 인지하고, 어디로 이동할지 판단하고, 실제로 불을 꺼 인간을 돕지요.
피지컬 AI는 ‘지각→인지→작동’이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를 중심으로 구동됩니다. 먼저 카메라·레이더·촉각센서 등을 통해 환경 데이터를 수집하고 외부 환경을 ‘지각’ 한 후, 이 정보를 기반으로 AI가 ‘의사결정, 기억, 추론’ 등을 수행하지요. 그렇게 세워진 행동 계획을 실제 물리적 ‘행동’으로 변환합니다. 이 세 요소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자율주행차, 스마트 팩토리, 로봇 등이 피지컬 AI의 사례로써, 기본적으로 동일한 구조를 기반으로 작동합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2026년이 AI가 기술 혁신을 넘어 국가 경쟁력과 사회 발전의 핵심으로 부상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렇다면 피지컬 AI 시대를 위해 글로벌 빅테크와 제조 기업들이 어느 부분에 주목하고 있는지 좀 더 살펴볼까요?
하나의 AI로 여러 일을 하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먼저,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AI가 중요합니다. 이전에는 목적에 따라 각각의 AI를 만들었다면, 최근에는 하나의 AI가 다양한 상황을 이해하고 여러 행동을 수행할 수 있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이라는 접근 방식이 등장했는데요.
파운데이션(Foundation) 모델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작업을 할 수 있는 기반(Foundation)이 되는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로봇의 ‘범용 AI 두뇌’라고 볼 수 있지요. 덕분에 로봇은 특정 작업에만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환경에서도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어요.
구글 딥마인드가 생성형 AI 모델 ‘제미나이 (Gemini)’를 기반으로 고도화하고 있는 ‘제미나이 로보틱스’가 바로 그 예입니다. 테슬라 또한 자율주행 AI에서 축적한 인지·판단 기술을 기반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를 개발하며, 범용 로봇으로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는 ‘온디바이스 AI’와 고성능 칩
또 하나 중요한 변화는 AI가 클라우드가 아니라 기기 안에서 바로 작동하는 방식, 즉 ‘온디바이스(On Device) AI’입니다.
피지컬 AI는 공장, 물류 현장, 도로 같은 현실 환경에서 실시간으로 상황을 인식하고 즉시 대응해야 합니다. 장애물을 피하거나, 사람을 인식하거나, 위험 상황에 대응하는 판단이 그 즉시 이루어져야 하지요. 그리고 이를 위해서 로봇 내부에 빠르게 계산할 수 있는 고성능 AI 칩이 필요합니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저전력 엣지 컴퓨팅 기반의 온디바이스 AI 기술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로봇이 외부 클라우드 연결에 의존하지 않고도 현장에서 직접 데이터를 처리하고 판단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지요.
가상에서 먼저 배우는 ‘시뮬레이션’
여기에 더해, 로봇을 학습시키는 방식도 크게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실제 환경에서 테스트를 반복해야 했다면, 최근에는 가상 환경(시뮬레이션)에서 먼저 수천 번 연습시키는 방식이 활용됩니다. 마치 비행기 조종사가 실제 비행 전에 시뮬레이터로 훈련하는 것과 비슷하지요.
이렇게 하면 위험을 줄이고, 비용은 절감하면서 훨씬 빠르게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제조·모빌리티 기업이 유리한 이유
이러한 흐름 속에서 특히 주목받는 기업군이 바로 제조·모빌리티 기업입니다. 피지컬 AI는 단순한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현실 환경에서 반복적으로 작동하며 데이터를 쌓아야 완성되는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즉, 피지컬 AI는 ‘현실 세계의 데이터를 먹고 자라기’ 때문에 공장, 물류 등 실제 운영 환경을 이미 갖춘 기업일수록 로봇을 더 빠르게 검증·학습시키고 개선할 수 있는데요.
수십 년 동안 ‘움직이는 것’을 만들어왔으며, 이미 자율주행 기술을 통해 지각→인지→작동 구조를 축적해가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주목받는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겠지요?
여기에 더해 현대자동차그룹은 부품, 생산, 물류로 이어지는 그룹사의 밸류체인을 기반으로 피지컬 AI의 개발부터 운영, 고도화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기반 위에서 ‘인간 중심 피지컬 AI 선도기업’으로 도약해 갈 수 있는 것이지요.
물론 AI로보틱스 기술이 곧바로 일상에서 활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전략은 명확합니다. 산업 현장 같은 복잡하고 까다로운 환경에서 먼저 충분히 그 효용을 증명한 뒤, 점차 일상까지 넓혀가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아래와 같은 단계를 거칩니다.
STEP 1: 제조 현장의 동료로 진화하고 협력한다.
AI로보틱스는 단순 테스트 시설이 아니라 실제 자동차 생산 현장에 투입됩니다. 수천 가지 부품이 오가고, 사람과 기계가 뒤섞인 복잡한 환경에서 동료 작업자처럼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며 기술을 검증하게 되지요.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은 옛날처럼 하드웨어 중심의 공장이 아닌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SDF로의 전환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AI 로보틱스는 SDF에서 실제 제조 현장의 데이터를 학습하고 훈련합니다. 소프트웨어 중심인 SDF 공장 간에는 지식과 노하우의 공유 또한 원활하게 이루어지는데, 이를 통해 더욱 안정적이고, 수월하게 인간과 협력하는 AI 로보틱스가 탄생할 수 있습니다.
* SDF(Software Defined Factory): 제조 공장의 모든 요소를 AI 기반 소프트웨어로 통합·제어하는 차세대 스마트 팩토리 플랫폼
STEP 2: 다양한 산업 분야를 거쳐 일상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은 향후 DHL, 네슬레(Nestlé), 머스크(Maersk) 등 물류, 에너지, 건설, 시설 관리 분야의 글로벌 파트너들과 함께 점차 피지컬 AI의 영역을 넓혀갈 계획입니다. 도입부에서 소개한 무인 소방 로봇처럼, 일상 영역에서도 피지컬 AI와의 협력이 많아지겠지요.
STEP 3: 시스템 통합 운영으로 고객 관리까지 확실하게
앞서 말했듯, 현대자동차그룹은 피지컬 AI 로보틱스 기술을 현장에 활용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주기적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하드웨어 유지 보수, 원격 모니터링까지, 로봇이 제대로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전 과정을 함께하는 ‘One-stop RaaS(Robots-as-a-Service)’도 제공하지요. 이러한 운영 체계를 갖춘 덕분에 고객이 피지컬 AI를 곁에 두고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지고, 결과적으로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 RaaS(Robot as a Service): 로봇을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 및 업데이트를 통해 항상 최적의 성능을 유지하며 사람의 노동을 효율적으로 분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하나의 서비스
Partnering Human Progress: AI 로보틱스, 실험실을 넘어 삶으로
이는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이자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이 CES 2026에서 강조한 슬로건이자 비전입니다.
추위, 더위, 신체적 한계처럼 인간이 쉽게 버티기 어려운 조건에서 협력하고, 인간이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옆에서 묵묵히 돕는 존재.
바로 현대자동차그룹이 바라보는 피지컬 AI 로보틱스의 방향성입니다.
그리고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 제로원은 그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스타트업, 크리에이터, 개발자들과의 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콘텐츠에서 소개한 큐노바, 아이디어오션, 딥인사이트, 에이아이올라, 카포우 사례가 대표적이지요.
피지컬 AI가 우리 모두의 동료가 되는 그날까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술 혁신을 위해 끊임없이 달려 나가는 현대자동차그룹과 제로원의 노력을 지켜봐 주세요!
▼ 출처 ▼
1) HMG 저널 ‘CES 2026: 현대차그룹의 역량을 결집해 AI 로보틱스 산업을 선도하다’
https://www.hyundaimotorgroup.com/ko/story/CONT0000000000197796
2) HMG 저널 ‘세계적 AI 석학이 말하는 피지컬 AI의 본질’
https://www.hyundaimotorgroup.com/ko/story/CONT0000000000205478
3) HMG 저널 ‘왜 현대차그룹은 피지컬 AI에 강한가’
https://www.hyundaimotorgroup.com/ko/story/CONT0000000000203772
4)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2026년 12대 AI·디지털 트렌드」, 2025.
5) 한국산업기술진흥원, 「현실세계와 상호작용하는 AI, 피지컬 AI의 기술발전 및 정책적 시사점」,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