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ㅎ... 공부부심 장난 없어...
개발자로 이직을 한다고 했을 때, 그리고 여러분들이 개발자로 일하는 걸 고민했을 때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한 가지는
개발자는 공부할 게 너무너무 많아.
이죠.
미안하지만 개발자만 공부할 게 많은 게 아니고,
그렇게 공부하는데 근로할 수 있는 수명이 짧은 게 크리티컬한 단점이지 않을까요?
단순하게 생각해 봅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공부 시간이 긴 직업은 무엇일까요?
일단 로스쿨을 가야하는 판,검,변호사
여긴 들어가는 것도 빡시고, 공부하는 것도 빡시고, 들어가서도 온갖 사내 정치싸움과 비리와 매년 바뀌는 법 제도를 국한문 혼용으로 공부하는 곳이죠. 그 고생을 하고 나서 딱 금딱지 달고나면 뭐 그 때부터도 또 다른 고생이긴 하죠. 그치면 한 건에 어마어마한 계약금이 걸린다면 어떻게 해서든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판결을 내기 위해 밤낮없이 온갖 방법으로 짜맞추는 사람들입니다. 살인? 심신미약 해 드립니다. 강간? 저기가 먼저 꼬리친 꽃뱀이죠. 상간죄? 없애드렸습니다. 음주운전? 사회생활하면 술 좀 마시는 거죠. 이혼? 아 우리 고객님 제가 먼저 이혼해 봤는데요.
돈은 많이 버는데 그래도 매번 새롭게 나오는 판례 찾고 관련 법 업데이트를 꾸준하게 해야하는데... 그래도 여기는 한 번 자격을 획득하면 뭔 지랄을 해도 자격박탈이 안 되는 직업이죠.
의대를 거쳐 인턴, 레지, 전문의를 거쳐야하는 의사
의사가 공부를 손에 놓으면? 환자가 죽죠. 그쵸.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는 신약과 수술방법을 늘 익히고 배우고 그것을 또 후임들에게 전파해야되죠. 잠시 의사들과 협업할 일이 있었는데 이 미친 놈들은 새벽 2시까지 회식을 달린 다음에 4시간 뒤에 전 컨퍼런스를 하고 곧바로 이어서 오전 회진을 시작하는 것이었어요. 의사라서 잘 죽지도 않아요. 페이닥터가 되도 월급이 꽤 괜찮은데 대학병원 급으로 간다? 한국 직장인 평균 연봉의 3배에서 6배까지도 가죠. 근데 그만큼 공부가 끊이지 않고 일단 논문은 다 영어. 영어인 것이다. 그리고 수술을 하거나, 수술이 없는 과라면 당직을 하더라도 체력도 받쳐줘야 한다!
하지만 요즘 트렌드는 이렇게 빡시게 일 안 하고 워라벨을 챙길 수 있는 과에 가서 페이 닥터를 하는 거죠. 그리고 아빠가 정치인만 아니라면 평생 면허를 가질 수 있는 직업입니다.
이 자격증 하나면 평생 정년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다는 회계, 세무사
일단 대학교가 5년이고 기사 시험을 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건축사
안타깝게도 내가 이 쪽 직업군에는 아는 사람이 없어서 별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없지만, 딱 하나.
이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일단 3년은 죽어라고 공부를 해야 그제서야 붙는다고 했다. 1년에 붙는 사람이 별로 없는 시험인데 그치만 이거 하나 있다? 해외에도 나갈 수 있어요. 정년은 숫자에 불과해. 힘 닿는대로 일 할 수 있는 직업 중 하나입니다.
사실 여기에 교사도 있어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열심히 공부하고 업데이트하는 교사가 1/3 될까 말까? 나머지는 초년생 때 했던 거를 그대로 읊거나 그보다 못 하면 교사용 참고서만 읽는 사람도 있으니. 게다가 생각보다 교사를 위한 교육이 많다. 우리 학교 다닐 때 생각하면 1주에 한 번은 아침시간이나 수업시간 빼서 요상한 교육을 들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교사들도 그런 거 꽤 많이 받아야하지만... 유인물로 퉁 치거나 그냥 틀어만 두면 인정되는 온라인 학습이 많아서 그리 큰 실효성이 없다는 게 흠이긴 하다.
열심히 사시는 분들은 진짜 열심히 공부하신다. 매년 변하는 아이들과 학부모 성향에 따라서 수업 스타일도 바꾸고 학습용 교구도 만들고 주말까지 반납해가면서 학생 지도 하시는 분들 보면 진짜 스승이란 게 저런 분들을 말하는구나. 하고 박수를 드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하면 좀 우스워보이겠지만 내가 전공한 심리학은 일단 최소 석사는 되어야 인턴에라도 이력서를 낼 수 있고, 박사를 졸업해야 안정적으로 월급을 벌어먹고 살 수 있다. 그리고 심리검사 하는 거... 그거 인증하는 곳이 다 달라서 심리검사를 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하려면 최소 30시간의 이상의 교육을 매번 돈 주고 받아야한다.
MBTI를 예시로 들어보자.
초급 - 보수 - 중급과정을 거쳐야 한국MBTI협회에서 인정하는 검사지를 이용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각 과정마다 총 8시간씩 2일 연속으로 3 과정을 참석해야하니 시간만 따지면 48시간이다. 게다가 코로나 전에는 매 달 지역이 달라서 시간을 잘 맞추지 않으면 전국투어 하듯 강의를 들어야했다.
참 이거 여기랑 가이던스(어세스타)에서 하는 거 외에는 짝퉁입니다. 님들이 무료로 하는 거 다 누누티비에요.
근데 심리검사는 풀배터리라고 해서 7-8개 정도로 구성을 해 둔다. 이걸 다 이수하려면 없는 돈 없는 시간 쪼개서 미친 듯이 돌아다녀야한다. 게다가 석박사는 매달 학회 활동도 하고, 학회지에 올라갈 논문도 써야 하고, 개인 상담실습도 해야하고, 교수에게 직접 상담 슈퍼비전을 받게 되는데 또라이 같은 교수를 만나면 온갖 인격모독에 트라우마만 터져서 공부고 뭐고 다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 석박사 졸업하신 분들 존경합니다... 전 시작도 못하겠더라구요.
그리고 개발...
그래요... 왜 그런 말을 하는지는 알겠어요. 아 알아요. 안다고요. 그만 말해요.
가져다 쓰는 라이브러리가 많은데 그거 업데이트 날짜는 다 달라서 확인해야 하고,
자사 플랫폼에서 서비스 구동하는 경우가 드무니 사용하고 있는 플랫폼이나 기기에서 대규모 업데이트 있으면 또 수정해야 할 것 한 바가지 생기고.
거기에다가 그 업데이트들끼리 충돌이라도 나면 이거 내가 혼자서 손 쓴다고 할 수 있는 건가 하는 자괴감도 들고 무너지는 거 알겠어요.
그럼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이런 거 좀 합의하면 안 되요?
최소한 이전에 작동하던 기능이 무너지지 않게 업데이트를 한다던가, 그 기능을 꼭 갈아엎어야한다면 새로 업데이트 되는 것으로 자동 빌드 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해 준다던가. 개발자들이라면 오히려 이런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발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개발자들 내부에서 이야기하고 바꿔나가야 할 것 같은 불만사항을 주변에 찡얼거리니까 듣기가 좀 그렇잖아요.
그리고 개발공부 하기 힘들다고 다른 직업 좀 까지 마요.
다른 직장인들도 다 힘들게 벌어먹고 살고 있어요.
최상급 개발자도 정년 퇴임하기 어려운 게 한국 현실이니 맨날 자조적으로 4-50살 되면 퇴직금 받아서 치킨 튀기는 걸 농담으로 하는 직군이잖아요.
그렇게 개발만이 최고다 하고 있으면 정말 50대에 어떻게 되실지 몰라요. 힘내세요.
이 글은 본인은 진정한 개발자라고 생각하는 대표에게 바칩니다...
또 바가지 긁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