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a-driven society
데이터, 정보사회의 원유
작년 6월 저명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가 타계했다. 그는 1980년 대표 저서 <제3의 물결>에서 지식과 정보를 기반으로 한 정보화 사회가 20~30년 안에 실현될 것으로 예측했다. 인류가 '제1의 물결' 농업사회, '제2의 물결' 산업사회를 지나 '제3의 물결' 정보화 사회를 맞이하게 될 것을 확신했다. 37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현재 그가 예측한 '제3의 물결'은 훨씬 빠르고 강렬하게 우리 삶을 잠식했다. 이 기간 동안의 변화를 돌아보면 '물결'이라는 완곡한 표현보다는 '쓰나미'라는 단어가 더 적합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보화 사회로의 변화 속에는 세 번의 큰 지각변동이 있었다. 첫 번째는 퍼스널 컴퓨터의 보급, 두 번째는 인터넷의 확산, 세 번째는 스마트 폰을 중심으로 한 모바일 시대의 개막이다. 그리고 뒤이어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수많은 차세대 주자들이 정보화 사회의 변화를 주도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데이터가 자리 잡고 있다.
데이터(Data)와 정보(Information)는 간혹 혼용되어 사용되기도 하지만, 엄연하게 데이터와 정보는 다르다. 데이터는 관찰하고 측정해서 얻은 가공되지 않은 값이며, 정보는 그 데이터를 의미 있는 형태로 변화시키는 과정을 거쳐 얻은 결과다. 다시 말해 데이터는 정보를 만들기 위한 원재료인 것이다. 많은 이들이 데이터를 정보화 사회의 원유라 표현하는 이유다. 실제로 산업화 사회에서의 유전 비즈니스와 정보화 사회에서의 데이터 비즈니스 사이에는 유사한 점이 많다. 획득과 저장, 정제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는 점, 그 전체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각자의 영역을 구축한다는 점, 가공의 과정을 거쳐 여러 다른 산업과 사회 전반에 다양하게 활용된다는 점 등이 그렇다. 하지만 데이터는 유전과 달리 고갈에 대한 우려가 없다. 오히려 데이터는 지속적으로 생성되고 있는 현재 진행형 자원이다. 심지어 생성 속도와 양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크다. 현재 전 세계 데이터의 90% 이상이 최근 2년 이내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니 그 무한한 잠재력에 모두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데이터 비즈니스는 데이터를 생성, 획득, 저장하며, 이를 정보로 가공하여 활용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때문에 그 범위가 단순히 데이터를 다루기 위한 인프라 분야를 넘어 데이터를 활용하는 응용 분야까지 확대된다. 핵심은 각각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데이터가 얼마만큼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가이다. 정보화 사회에서는 정보의 흐름을 아는 사람이 기회를 발견하고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수많은 기업과 사람들이 데이터 비즈니스 생태계에 뛰어들고 있다. ICT 기술의 발달 속에서 데이터 비즈니스에도 새로운 틈새와 기회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같은 데이터에서 다른 정보를 얻기도 하고, 같은 정보를 누가 어떻게 활용하느냐 에 따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기도 한다는 점에서 데이터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알파고를 키운 건 8할이 데이터와 데이터 분석
데이터의 활용 범위는 매우 빠른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알파고는 인간의 뇌를 닮은 신경망과 같은 인공 지능으로 주목을 받았다. 인공 지능의 뒷면에는 오랜 기간 축적되어 온 대량의 기보 데이터를 저장하고 단기간에 학습할 수 있게 한 빅데이터 분석과 딥러닝, 그리고 수많은 수에 대한 빠른 연산을 가능하게 한 1202개의 CPU와 176개의 GPU로 구성된 클라우드 컴퓨팅이 자리 잡고 있다. 작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이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은 것은 아직은 인간의 것이라 여겨졌던 의사결정의 영역에 컴퓨터가 진입했음을 알리는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고 그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을 넘어서서 인간과 유사한 방식으로 학습하고, 학습된 결과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영역으로 데이터의 활용 방법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가트너(Gartner)는 데이터 분석의 발전단계에 대해 소개하면서 궁극적으로 예측의 영역을 넘어 사람의 의사 결정을 위한 조언자 역할을 하거나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려 행동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화를 꾀하는 기업들, GE는 가전 사업을 매각하고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제조업 분야의 가장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인 제너럴 일렉트릭(GE)의 디지털 산업 기업으로의 변신도 눈여겨볼만하다. GE는 소비자가 사용하는 일반 인터넷과 산업 인터넷(Industrial Internet)을 구분하고 산업 인터넷 분야에서의 데이터 수집과 데이터 분석을 위한 플랫폼 회사로 거듭나고 있다. 2016년 1월 GE는가 전 사업부문을 중국의 하이얼에 매각했고, 2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obileWorld Congress)에서는 세계 최초의 산업 인터넷용 클라우드 플랫폼 프레딕스(Predix)를전격 공개했다. GE의 행보는 2004년 PC사업 부문을 중국 레노버(Lenovo)에 매각하고 소프트웨어와 기업 컨설팅 및 서비스 회사를 천명했던 IBM을 떠올리게 한다. GE는 2015년 8월 프레딕스의 출시 계획을 밝히면서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2020년까지 약 500억대의 기계들이 인터넷에 연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각 산업의 기계/설비와 운영기술(OT) 시스템에서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생성하며 이를 위한 독자적 클라우드 환경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존의 클라우드 서비스는 소비자 중심으로 설계하고 운영했기 때문에, 산업기계/설비에서 발생되는 엄청난 규모의 데이터와 산업 데이터가 가진 독특한 특성을 만족시키는 플랫폼을 제공할 수 없었다. 산업 기준을 충족시키는 별도의 클라우드 환경의 첫 번째 사례가 바로 프레딕스 클라우드다.”
GE 사례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대상과 분야가 확대되고 다양화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정보화 사회라는 큰 물결 속에서 시장을 세분화하고 블루오션을 찾아 수많은 기업들이 변화하고 있다. 어떤 기업은 데이터의 생성과 축적, 분석이라는 기본 인프라 영역에서 어떤 기업은 데이터의 연결과 유통에서 또 다른 기업들은 데이터를 활용하여 가치를 창출하는 영역에서 수많은 기회를 엿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