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도시국가를 지나 다시 신앙으로
어느 외딴 마을에 청년이 살았다. 이 마을은 도시와 멀리 떨어져 있었고, 모든 생활이 교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마을 사람들은 성실하고 선하며 신앙생활을 통해 서로를 돕고 살아가는 이들이었다. 이곳에서 자란 청년은 남다른 호기심과 책임감을 가진 사람이었다. 무엇보다도 책 읽기를 좋아해 신앙 서적뿐만 아니라 인문학, 수학, 경제경영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탐독했다.
때로는 교회를 멀리하고 책에만 몰두하던 청년을 마을의 목사님과 성도들은 존중했다.
"관계란 시간을 들임으로써 맺어지는 법입니다. 하나님께서 저 청년과의 관계를 이루기 위해 더 큰 계획을 갖고 계시겠지요. 우리도 하나님의 사랑을 믿고 기다립시다."
목사님의 이 말에 마을 사람들은 청년의 자유로운 선택을 존중했고, 친구들 역시 그를 이해하며 교회에 함께 가자고 조심스레 권유했다. 그러나 성인이 된 청년은 점차 교회에서 멀어졌고, 자신의 철학과 관점을 키우며 마을에서 독특한 존재가 되었다. 그는 글을 쓰며, 성실히 일하며, 책에서 얻은 지식으로 스스로를 다듬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청년에게 다시 교회에 가자고 권하자 그는 냉랭하게 말했다.
"교회에 다니는 이유는 인간이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할 용기가 없기 때문이야. 종교는 협력을 가능하게 하고 삶의 좌절을 견디게 해주는 도구일 뿐이지. 신은 없어."
친구는 조용히 반박했다.
"아니야. 우리 모두 죄인이야. 크리스천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예수님을 통해 진정한 구원을 경험해. 하나님은 사랑으로 우리를 기다려주시는 분이야."
청년은 친구의 말을 듣고도 마음이 바뀌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마을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도시국가로 떠났다.
강을 건너고 산을 넘어 도착한 첫 번째 도시국가는 눈부시게 화려했다. 기술과 상업이 발달해 사람들은 모두 풍족하게 사는 듯 보였다. 청년은 이곳에서 일을 시작하며 새로운 삶을 꾸려갔다.
그러나 곧 그는 이상함을 느꼈다. 사람들은 끝없는 욕망에 사로잡혀 있었고, 돈과 외모, 쾌락만을 추구했다. 아무리 많은 것을 가져도 만족하지 못하는 모습에 청년은 회의를 느꼈다. 어느 날, 그는 벽에 적힌 낙서를 보았다.
"숙고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 너 자신을 알라."
청년은 이 말을 마음에 새기며 도시국가를 떠났다.
다음으로 찾은 도시국가는 검소하고 소박했다. 사람들은 욕망을 절제하고 필요한 만큼만 소유하며 살았다. 이곳에서 청년은 이들과 함께 일하고 대화를 나누며 새로운 경험을 했다.
하지만 이 도시 역시 문제가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겸손하고 검소했지만, 이면에서는 억압된 욕구가 어두운 방식으로 분출되고 있었다. 지배계층은 기술과 자원을 독점하며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했고, 사람들은 이런 부조리를 알면서도 침묵했다. 청년은 이 도시국가의 위선을 깨닫고 떠났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도시국가는 자유와 평등, 공정을 표방한 곳이었다. 이곳에서는 모든 자유가 보장되었고, 필요한 것은 국가가 복지의 이름으로 제공했다.
그러나 청년은 금세 이 도시의 문제점을 발견했다. 사람들은 스스로를 비난하며 일을 그만두고, 국가의 복지에만 의존했다. 책임과 자유의 균형은 무너졌고, 모두가 공리와 통칙을 혼동하며 논쟁만 벌였다. 결국 이 도시는 발전하지 못했고, 청년은 실망하며 떠났다.
세 도시국가를 거친 청년은 다시 고향 마을로 돌아왔다. 그는 교회를 찾아가 자신의 죄인됨을 인정하며 회개했다. 그리고 비로소 하나님 앞에 무릎 꿇고 진정한 평안을 찾았다.
청년은 깨달았다. 진정한 삶의 가치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이웃과 더불어 선한 삶을 추구하며,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살아가는 데 있다는 것을.
-아이디어를 제공해준 혁주 형제에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