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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 제로지 Sep 05. 2021

꿈꿔왔던 꿈

어쩌면 현실이 꿈이고 꿈이 현실일지도


 번째 엄마 꿈을 꿨다.


첫 번째는 장례식이 끝난 바로 다음 날이었다.

저 멀리 꽃밭에 누군가 평온하게 팔베개를 하고 누워있었는데 엄마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았다. 파스텔 톤의 옹기종기 핀 작은 꽃들 사이에서 엄마는 입관식 때 함께 넣어 보낸 원피스를 입고, 눈을 감고,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나도 웃음이 났다.

고민도 없이 가장 먼저 '엄마 이제 아프진 않아?' 라 물었고 엄마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하나도 아프지 않고 행복하다고 답했다. 그 후에도 일상적인 대화를 주고받았지만 나는 엄마가 드디어 아프지 않다는 사실이 기뻐 다른 이야기는 기억하지 못했다.


두 번째 꿈은 너무나 평범해서 오히려 슬펐다.

지금의 집으로 이사 오기 전, 오랫동안 살았던 집에 온 가족이 모여 있었다. 일상과 별다를  없는 순간이었고 집도 실제와 얼추 비슷했는데, 다만 꿈속에서도 엄마가 돌아가신 분이고 잠시 놀러 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낮에는 엄마, 동생들과 동네 뒷산에 올랐다. 외출하면  쓰시곤 했던 가발이 더울 법도 한데   방울 없이 거뜬하게 등산하는 뒷모습이 대견했다.

가장 뒤처지는  나였다. 나를 두고 앞서가는 가족들에게 서운함이 들었는데 이상하게 미안함이 섞여있었다. 살면서 여러 종류의 미안함을 느껴봤지만 이제껏 마주한 적 없는 새로운 종류의 미안함 같았다.


나는 아직 엄마가 있는 삶이 익숙해서 엄마가 없는 삶이  꿈같다. 엄마 없는 삶의 시간이  길어진 날이 오면, 그땐 단번에   있을까. 그때 다시 이런 엄마와의 일상을 꿈꾸게 되면 서운함과 미안함에 쭈뼛거리는 대신 하고 싶었던 말을 예쁘게 정리해서 오롯이 전달할  있을까. 진심의 작별을 고하며 편안하고 애틋 마음으로 엄마를 오래 안아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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