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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mping ink Mar 22. 2022

속도조절

13. 과속방지턱

꿈만 같은 일들이 벌어질 때,

내가 이런 길을 가는 것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잘 이뤄질 때,

기쁜 감정에 주변을 살펴보지 못할 때...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만으로도 배부른 투정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노력이나 운이 따르는 상황에 닥쳤을 때를 상상해보면 달릴 수 있는 힘이 솟는다.


안 풀리던 일이 급작스런 물살을 맞이하며 풀리던 날이 내게도 쥐어졌다.

나의 의견이 모두 반영되어 실행되는 일이 거의 마무리되는 것처럼 보였다.

앞을 보며 달려온 자신을 대견스러워하며 약속 장소를 향해 액셀을 밟았다.

오늘따라 도로의 차도 나를 위해 비켜주는지 도로조차 한산했다.

평생에 몇 번 쥐어지지 않을 날 같은 하루였다.


신호등도 도착하는 데로 녹색불로 바뀌었다.

어린 시절 읽었던 '운수 좋은 날'이란 책이 떠올랐다.

좋은 날 뒤로 감춰진 나쁜 일이 생길지 모르겠지만 지금을 즐기고 싶었다.


노란색 방지턱이 눈앞에 나타났다.

색칠만 해 둔 방지턱이 있는 길이라는 것을 익숙해진 길이라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쿵."

방지턱 앞에 도착할 즈음에야 볼록 솟아오른 방지턱이 보였다.

차가 포물선을 그리며 앞 범퍼를 바닥에 덜컹이며 닿았다.

충격이 제법 됐는지 놀 란마음으로 차에서 내려 확인하니 앞 범퍼가 대롱대롱 매달려있었다.


짧은 탄식과 함께 운전석에 앉으니 상사의 전화가 때마침 울려댔다.

천천히 팀에서 확인해 본 결고 수정할 사항이 보였다고 했다.

거의 다 된 일이라 생각했는데 갑자기 꼬이는 일에 마음속에 생각해 둔 것들을 책망했다. 


잠시 멍하니 방지턱을 바라보았다.

성사시키기엔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했고 준비 중이던 다른 이를 위한 생각을 너무 덜어내진 않았을까...


그 한 일을 자신의 판단만 믿고 달리려 했던 모습에 오류를 찾았다.

익숙해져 버린 마음을 새롭게 정비해야 했다.

까짓 다시 시작해도 언젠가 도착할 수 있다.

다시 시동을 걸었다.

천천히 익숙한 길도 조심스러운 운전을 하며 출발을 했다.


바닥에 앞 범퍼가 떨어지지 않도록 속도를 낮추어 운전을 했다.

도로에 처음 나설 때처럼 조심스러운 운전을 하며 익숙해져서 잊고 지낸 것들을 생각했다.


나는 아직 초보 김여사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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