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가 불타고 있다.

by 김영남 Zeroman

최근 인천 아파트 주차장에 불이 났다. 전기차 배터리에서 시작한 화재가 1,000도씨에 달하는 온도로 아파트 주차장을 불태웠다. 국내 최대 규모의 전기차 화재였다.


화재의 원인으로는 배터리 안정성을 꼽을 수 있다. 화재를 일으킨 해당 전기차는 NCM(니켈, 코발트, 망간) 배터리를 사용했다. 해당 배터리는 LFP(리튬 인산철) 배터리에 비해 안정성이 떨어진다. 최근 테슬라, 현대차, 제너럴모터스 등이 LFP 배터리를 채택하는 배경은 이러한 안정성 이슈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은 전기차 산업을 키우고자 글로벌 단위에서 선도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전기차 충전기 1대당 충전하는 전기차 수가 가장 낮다. 이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전 세계에서 가장 잘 갖추고 있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결과를 완속 충전기(11kW)와 고속 충전기(50kW)로 세분화하여 살펴보면 해석은 달라진다. 한국의 전기차 충전기는 완속 충전기가 90%에 이르기 때문이다. 완속 충전기를 고속 충전기로 바꿀 경우, 공급하는 에너지의 밀도가 높아짐에 따라 배터리 화재의 위험성이 올라간다. 때문에 한국의 전기차 산업을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고속 충전기로의 전환과 그에 따른 화재 위험성 상승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전기차 충전기는 다수가 아파트, 회사, 대형마트 등의 주차장에 설치되어 있다. 설치장소 모두 인구밀도가 높다는 특성을 가지므로 화재 발생으로 인한 피해 규모를 사전에 예측하고 예방할 필요가 있다.


전기차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전기차 자체의 기술 안정성과 함께 내연기관차에 대비한 경쟁력을 고려해야 한다. 일례로 최근 현대차에서 출시한 캐스퍼 일렉트릭(캐스퍼 전기차)을 들 수 있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1회 충전 시 315km를 주행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내연기관 캐스퍼는 1회 주유 시 그 이상을 주행할 수 있다. 내연기관 캐스퍼를 타고 매일 시내주행을 하는 필자로서는 캐스퍼 일렉트릭의 경쟁력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배터리마저 NCM을 채택했다고 하니, 배터리 안정성에 대해서도 역시 의문이 남았다.


NCM과 LFP의 기술성숙도(TRL)는 모두 가장 높은 수준인 9를 기록했다. 이는 이들 전기차 배터리가 사업화가 가능하며, 품질관리가 필요한 단계임을 의미한다. 최근의 전기차 산업이 마주한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이 부분과 연결 지어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왜 전기차에 대한 수요를 멈췄을까?부터 시작해서 전기차는 안전할까? 충전하기 번거롭지는 않을까? 내연기관차보다 운용하기에 손해는 아닐까? 등으로 질문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수요자를 얼리어답터에 한정할지, 대중화를 달성할지 결정지어야 할 때인 것이다.


최근 전기차 배터리발 화마는 이곳저곳을 휩쓸고 다녔다. 마차로부터 출발한 자동차의 역사는 오늘날 전기차에 이르렀다. 불에 타 주저앉을지, 앞으로 나아갈지는 작금의 난관을 어떻게 극복하는지에 달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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