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의 슈퍼사이클은 저물까?

by 김영남 Zeroman

“지구상에서 가장 좋은 것은 당신 마음속에 깃든 신의 사랑이며, 그다음으로 좋은 것은 당신 집에 있는 전기입니다." -에드 콘웨이, '물질의 세계'-


원자재의 장기적인 가격 상승을 의미하는 슈퍼사이클이 저무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려는 원자재 수요 감소에 따른 세계 경기침체에 근간을 둔다. 이를 가름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구리 가격을 꼽을 수 있다. 전선, 전자회로 등의 형태로 현대 산업의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는 범용성을 근거로 구리는 현대 경제의 성장세를 전망해 왔다. 박사(Dr. Copper) 타이틀을 얻게 된 것도 그간 쌓아온 전망 실적 덕분이다.


먼저 2008년 9월 미국발 금융위기 때 구리 가격은 수직에 가까운 하락세를 보였다. 이어 2020년 3월 코로나가 창궐하던 때 구리 가격은 12년 전과 유사한 하락세를 보였다. 올해는 5월을 고점(파운드당 5.106 미국달러)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에도 카퍼 박사는 세계 경제를 전망할 수 있을까?


높은 범용성과 함께 지속적으로 다양한 산업과 접점을 이어온 구리는 시대별로 시사점을 달리한다. 현재 전체 구리의 40%(10Mt)를 에너지전환 분야에 사용하고 있으며, 그 중 전력망 구축(5Mt)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다(※구리는 전기 전도성, 부식 저항성, 전성, 연성이 높아 전선을 만드는 데 유리하다). 이는 현재의 구리 가격이 에너지전환을 위한 전력망 구축과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구리의 이러한 수요 현황과 특성을 바탕으로 세계는 친환경에너지와 연계한 전력망을 구축해 나가는 동시에, 도시화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는 모양새다(※현재 전 세계 인구 과반이 도시에 살고 있으며, 2050년에는 전 세계 인구의 68%가 도시에 살 것으로 전망된다). 태양에너지, 풍력 등의 친환경에너지가 발전 간헐성이 높고 저장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추세는 프로슈머 형태로 지역도시 자체적인 에너지 발전-소비 형태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중장기 관점에서는 추가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저장과 송전기술이 고도화함에 따라 전력 자급률이 낮은 도시를 대상으로 타 도시로부터 초고압직류송전(HVDC)이 가능해져 추가적인 송전망 구축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물론 HVDC가 앞선 교류(AC) 시스템을 활용하는 프로슈머 형태를 대체하는 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리에 대한 추가 수요를 전망하는 이유는 대도시의 인구 증가와 이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자 HVDC와 대도시의 기존 프로슈머 시스템을 병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에드 콘웨이는 저서 '물질의 세계'를 통해 전기를 가장 좋은 것(the greatest thing)으로 표현하면서, 이것을 누리기 위해서는 구리가 필수적이라는 말을 덧붙인다. 이 말은 사람들이 문명에 기반한 인간다운(decent) 삶을 영위하길 원하며, 이를 위해서는 전기를 송배전할 인프라가 필수적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카퍼 박사는 필자의 이런 해석에 대해 어떻게 볼까? 그간 구리가 어떻게 문명에 기여했는지를 살펴보면 그 답을 알 수 있다. 기원전 1만 년경부터 문명사에 등장했던 구리는 장신구로써 아름다움의, 무기로써 생존의, 동전으로써 화폐의 기초를 다졌다. 이후 근대부터 전기혁명의 주인공으로서 전선, 전자기기, 자동차 발전에 일조했다. 그리고 이제 구리는 다시 한번 그 존재가치를 증명해 보일 시점을 마주했다. 2024년 구리의 존재가치는 에너지전환에 대한 기여를 요구받고 있다. 상황은 좋지 않다. 올해는 전 세계 인구의 반 이상이 투표하는 슈퍼 선거의 해인만큼, 정치∙경제∙사회의 변동성이 큰 해라고 볼 수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굵직한 전쟁 상황도 변동성을 심화하고 있다. 다방면의 변동성이 글로벌 불확실성을 높일지라도, 구리 가격은 확실하고 불변하는 답을 좇으며 수요-공급 시스템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카퍼 박사와 우리는 역사와 경험을 토대로 알고 있다. “사람들은 인간다운 삶을 좇는다.”








Ed Conway(2023). Material World. WH Allen.

IEA(2024). Global Critical Minerals Outlook 2024. IEA.

Trading Economics(2024). Copper Price. Trading Economics.

UN(2018). 68% of the world population projected to live in urban areas by 2050, says UN. 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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