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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람 Feb 16. 2023

귓가에 들리는 찬송가와 눈에 보이는 퀴어소설

괴리감

속이 울렁거렸다. 그리고, 그런 내가 싫었다.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깨어있는 사람'인 척하는 것을 좋아했다. 모든 개방적이고, 다 수용할 수 있고, 모든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살고 싶었다. 그래서 그런 척했다. 

'척'이 계속되니 내가 나를 속였나 보다. 어느 순간 나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 모두를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사람. 하지만, 오늘 이 '척'은 모두 무너졌다.



퀴어소설

한 권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퀴어소설'인데 내용이 적나라하다. 보통 책을 읽으면 한 자리에 앉아 오랫동안 음미하는데, 이 책은 10장을 넘기기 힘들었다. 읽을 때면 속이 울렁거렸고, 상상할 때면 이상하게 마이너 한 감정들이 용솟음쳤다. 하지만, 나는 꾸역꾸역 책을 읽었다. 처음엔 이들을 이해하고 싶어서 부여잡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머리로만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다른 핑곗거리를 찾으며 읽었다. 몰입감이 좋아서, 문맥의 흐름이 좋아서, 책 안에 담겨있는 단어 하나하나가 좋아서라는 핑계들이 책을 붙잡게 했다.


하지만, 오늘 이마저도 모두 무너졌다.

귓가에 들리는 찬송가와 눈에 담기는 적나라한 소설의 내용에. 그 괴리감에.


그래서 슬펐다. 그런 사람이란 사실이. 


2023.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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