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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영일 Jul 31. 2023

담배와 세계사
2. 유럽과 담배의 첫 만남

세상을 바꾸는 무한도전(하)

배 잘사주는 여왕 누나 이사벨 1세


스페인을 통치하고 있던 이사벨 여왕은 이교도들 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주변 이교도 국가들을 점령해 가고 있었다. 그중 10년 넘도록 시도했지만 함락이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그라나다의 신비의 궁전 알함브라를 함락하면서 스페인 주변 이교도들을 일망타진(?)하는 성과를 이루고 기분이 아주 좋은 상황이었다. 콜럼버스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대서양 건너 인도의 이교도들을 교화시키겠다는 나름의 명분을 앞세워 이사벨 여왕을 영접했다.


미팅은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이사벨 여왕은 원정 비용 전액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커다란 범선을 다섯척이나 내어주었던 것은 물론이고 점령한 땅의 총독으로 임명하고, 점령지 산물의 10%를 콜럼버스의 가문에게 대대로 물려줄 수 있도록 성과급까지 약속했다. 또 대서양 횡단이라는 목숨을 걸어야 할 원정계획에 선원 모집이 어려워지자 원정을 성공하면 어떠한 죄든 사면해 주겠다는 파격적인 조건까지 걸어 선원모집을 성공시켰다. 물론 이사벨 여왕도 여러 강국이 모여 있는 지중해에서 뭔가 더 해보기는 어려웠고 당시 기회의 땅이었던 아프리카대륙은 경쟁자였던 포르투갈이 점령해가고 있었기에 새로운 항로를 뚫어보고자 하는 계산도 있었다. 아무튼 알함브라 함락이 1492년 1월경이었는데 콜럼버스 출항일은 그해 8월경, 역시 꾸준히 준비하고 간절히 기다리면 순식간에 기회는 찾아오나 보다.


오사카에서 타볼 수 있는 산타마리아호. 왜 오사카에 있는지는...


절호의 찬스를 살려낸 콜럼버스였지만 기나긴 원정에는 불안요소가 많았다. 억지로 모아 놓은 범죄자 선원들은 성격들도 거칠었지만 경험부족으로 항해가 순조롭지 못했다. 또 가을에는 서쪽으로 부는 무역풍이 약해지는 시기라 산타마리아호는 막막한 대서양 한가운데서 움직이지 못하기도 했다. 끝을 알 수 없는 막막한 일정 속에서 한참이 지나도 육지가 보이지 않자 선원들의 불만은 최고조에 달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하늘은 다시 콜럼버스를 도왔다. 신대륙을 생각지도 못했던 콜럼버스의 계산은 애초에 완전히 틀려 먹었었지만 원정 이후 두 달 만에 북미와 남미 사이에 있는 바하마 제도의 작은 섬에 도착했던 것이다. 모두가 흥분에 휩싸였고 콜럼버스는 이때를 위해 준비해 놓은 멋진 옷을 입고 의기양양 섬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섬에서 만난 사람들은 인도사람이 아니라 말도 잘 안 통하는 정글 속의 원주민들이었다. 원주민들은 화려한 옷을 입은 벽안의 콜럼버스를 극진히 대접했지만 날씨도 덥고 후추도 없었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콜럼버스는 여기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깊은 정글을 헤치고 들어가면 중국이나 인도의 본토로 갈 수 있다고 생각했고, 소문처럼 들려오는 황금 광산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신 항로를 개척했다는 벅차오르는 마음에 원주민들이 큰마음먹고 선물로 준 담배 자루는 바다에 탈탈 털어 버리고는 황금의 꿈에 젖어 다시 스페인으로 돌아갔고, 이후 콜럼버스의 탐욕의 항해는 4차 원정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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