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의 의미

너와 내가 다시 묻는 질문들

by 영원


아이들이 다 등교한 집은 고요하다.

소파에 앉아 집을 둘러보면 아이들의 옷가지, 어제 먹었던 귤 껍질, 아침에 썼던 드라이기 등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어질러져있다. 머릿속엔 해야 할 일이 둥둥 떠다니지만 일단 커피를 마신다.



드디어 창문을 열고 정리를 시작한다. 청소기를 돌리며 어릴 때가 생각났다.

엄마는 빗자루로 방을 쓸고 걸레질을 했다.

어린 내 눈에는 별로 치울 게 없는데 청소를 하시네? 하며 엄마의 빗자루를 피해 이리저리 장난처럼 돌아다닌다. 잠시 후 방 입구로 모아지는 먼지를 보며 '저 먼지가 바닥에 있었단 말이야?' 하며 놀라곤 했다.

어린 내 눈엔 방의 어지러움이 잘 보이지 않았다.



솔직히 결혼 전 까지도 집안일이 잘 보이지 않았다.

결혼을 조금 일찍 한 나는 결혼 전까지 엄마를 도와 집안일을 한다던지, 내방을 잘 정리한다든지 하지 못했다. 결혼 후에 '내 살림'이라는 개념이 생겼고, '내 일'이라는 책임감이 생기면서 그렇게 집안일을 하기 시작했고 알아가며 배우기 시작했다.



화장실에 수건이 떨어지지 않는 것,

냉장고에 계란과 우유가 채워져 있는 것,

아침에 양말을 양말통에서 바로 꺼내 신을 수 있는 것,

베개커버가 주기적으로 세탁 되어지는 것,

샴푸, 치약 같은 생활용품이 채워져 있는 것,

화장실 타일 사이사이에 곰팡이 가 없는 것,

계절을 지날 때 옷과 이불이 바뀌는 것,

주말이 지나고 교복이 세탁되어 있는 것,


너무나 당연히 그렇게 그 자리에 있어야 할 것들이 한 사람의 손길과 마음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집안일은 그런 것이었다.

사소한 작은 손길을 반복하는 것 그것이 집안일이었다.



집안일을 '해도 티 안 나고 안 하면 티 나는 일'이라고 한다. 양말이 제자리에 있는 것, 수건이 수납장에 있는 것이 너무 당연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그런 일을 했다고 해서 티가 나지 않는 것이다.

집안일을 2-3일만 손을 떼면 집은 난리가 난다. 그때서야 엄마 손길의 고마움을 느낄 수 있지만,

철없는 과거의 나는 불평을 한다.


엄마라는 사람은 엄마라는 옷을 입었기 때문에 가족을 위해서 기꺼이 해 내는 것이다.

집안일은 사소한 작은 일의 반복이기 때문에 지칠 수 있다.성과(?)라는 것이 집안일에는 없다.



그럼에도 그 일을 하는 것은 작은 손길로 인해


아들이 하교 후 냉장고에서 간식을 꺼내 먹으며 맛있다고 하는 것,

딸이 겨울 이불을 보고 '우와 따뜻하다' 하는 한마디,

더러운 화장실을 청소하고 깨끗해진 화장실을 보며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것 같을 때,

가족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고 다 같이 둘러앉아 맛있게 먹는 일,

하루의 고단함을 집에 와서 쉬면서 푸는 가족을 보는 일,

월요일 아침 고단함 속에서 미리 준비해 둔 교복을 입고 등교하는 아이를 보는 일,



나의 작은 손길이지만 그것이 모이면 일상을 돌아가게 하는 큰 힘이 되는 것을 보며 기꺼이 한다.



내가 주부이고 하루 일과 중에 집안일을 하는 시간이 많지만, 내가 희생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희생이라고 생각하면 그 시간이 너무 무겁게 느껴질 것 같기 때문이다.

나에게 집안일이란 누군가에게 등 떠밀려서 해야 하는 희생이 아니라 가족들의 삶이 좀 더 편하게 숨 쉴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작은 사랑의 집합니다.



며칠 전에 아들에게 마트 다녀온 사진을 보내줬다. 그 전날 저녁에 본인이 먹고 싶은 것을 포스트잍에 써둔 것이 귀여워서 그것을 사왔다고 보여주고 싶었다.

아들이 학교에서 "우와, 어머니 전속력으로 달려가겠습니다." 하고 답장이 왔다. "ㅋㅋㅋㅋ"웃고 넘겼다.


어제는 딸이 기말고사가 끝나고 너무 힘들었다고 이제 집에 간다고 하는 카톡을 보냈다.

무척 배가 고플 딸이 걱정되어, "월남쌈 먹자~~"하고 카톡을 보내니,

딸도, "오마니~ 대박!! 전속력으로....."라는 답장이 왔다.


다 큰 아들, 딸이 전속력으로 집에 오겠다고 하니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다.



사소한 집안일이 쌓이면 가족과의 관계에 사랑과 온기도 쌓인다. 겉으로 보기에 집이 정리되고 냉장고가 채워지고 음식이 만들어지는 단순한 일 처럼 보이지만 그런 행동들이 쌓여 편히 쉴 수 있는 가정이라는 공간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아이들도 엄마의 손길로 이뤄진 집을 따뜻하고 편하게 생각하고 빨리 가고 싶은 곳으로 인식하는 듯 하다.



집안일이란 사소하고 귀찮은 것이지만,

난 오늘도 집 안에 사랑과 온기를 쌓는다.







p.s.혹시 집안일을 번쩍번쩍하게 하나보다 하시는 분들 계실까봐 말씀 드립니다.

전혀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ㅎㅎ 오히려 제 방식대로 제가 할수 있을만큼만 합니다.

중간에 힘들면 내일의 나에게 미루기도 하고, 얼룩이 좀 남더라도 그만 둘때도 있습니다.

완벽하려 하지 않은 마음, 그것이 나를 지킵니다.






사진출처(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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