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시 3
새삼 신호등에서 흐르는 시간을 초로 건져본다
곧장 보기보다 긴 시간에 지루해진다
애써 떠올린 기억엔 발걸음이 멈췄던 시간은 유난히 짧았다
문득 이 멈춘 시간만을 헤아려본 기억은 없다
그땐
발갛게 바뀐 신호에 안도했다
차츰
줄어드는 시간을 초조해했다
끝내
바란 빛결에 그날을 보냈다
몰래 바뀌어버린 다른 신호에는
서로 보지 않으려 흘려보냈을거다
이젠
이 멈춘 시간엔 감정이 실리지 않는다
곧장
바뀐 다른 신호를 보고
금새
교차로 옆으로 발길을 옮긴다
그때
조명이 가리운 표정이 궁금해
붉은 조명에 가리워진 그 표정을 말야
신호만 보느라
그 남은 신호만 보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