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특집] 열심히 사는데 왜 이렇게 공허할까?

고민과 노력의 재정의, 그리고 네 가지 조합

by 황준선

김지현(32)의 월요일은 바쁩니다.

출근길에 각종 뉴스와 영어 팟캐스트를 듣습니다. 점심시간에는 고단백 저탄수화물 식단을 챙깁니다. 저녁에는 자기 계발 유튜브를 보며 헬스장을 다녀오고, 저당 음료를 마시며 온라인 강의를 하나 더 결제합니다. 주말에는 성형외과 상담을 예약해 두었습니다. 코끝이 조금 낮은 것 같아서요.


그녀의 일주일은 '열심히'로 채워져 있습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계속 노력한다고요.


그런데 이상합니다.

왜 이렇게 바쁘게 살아도 공허할까요?

왜 뭔가를 계속 해결하는데도 불안할까요?


고민과 노력의 시대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이 고민합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는 자기 계발 콘텐츠가 넘쳐나고,

서점에는 '더 나은 나'를 약속하는 책들이 즐비합니다.


각자의 추구미를 찾아준다는 성형외과는 상담 예약이 밀려있고,

AI시대를 대비한다는 강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불야성이며,

가입 연령이 점점 어려지는 결혼정보회사도 호황입니다.


모두가 고민하고 노력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지현의 고민을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코가 낮다는 고민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친구가 "너 코 낮은 편이네?"라고 한 말 이후부터입니다.


영어 공부는?

회사에서 '영어 잘하는 사람이 승진한다'는 소문을 들은 후부터요.


헬스장은?

인스타그램에서 '몸짱' 인플루언서를 보고 나서부터입니다.


이것들은 정말 그녀의 고민일까요?


진짜와 가짜

상담에서는 표면적인 문제와 본질적인 문제를 나누어

내담자를 바라보곤 합니다.

근데 용어가 좀 어렵죠? 쉽게 말해서 가짜 고민인지 진짜 고민을 구분한다는 말입니다.


우리의 고민에는 '진짜'와 '가짜'가 있습니다.

노력에도 '진짜'와 '가짜'가 있습니다.


가짜 고민은 대게 외부에서 주어집니다.

누군가 만들어낸 기준, 타인의 시선, 나이에 대한 압박.

"남들은 다 하는데", "해야만 할 것 같은데"

이런 마음으로 시작된 고민은 가짜입니다.


진짜 고민은 내면에서 우러나옵니다.

타인과 비교할 수 없는, 나만의 삶에서 발생하는 질문들이죠.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나에게 진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가짜 노력은 과정을 생략합니다.

돈으로 사는 해결책, 외주화 된 변화, 결과만 남은 성취.

효율적이지만 공허합니다.


진짜 노력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치며, 과정 자체가 나를 변화시킵니다.

어렵지만 충만합니다.

mariola-grobelska-gskBnSDkoFY-unsplash.jpg 출처: unsplash

고민과 노력의 네 가지 조합

경우의 수라고 하죠?

고민과 노력의 진짜와 가짜를 조합하면 네 가지 경우가 나옵니다.


1. 진짜 고민 × 진짜 노력 = 진정한 성장

내면에서 우러나온 질문에 시간과 땀을 들여 답을 찾아갑니다.

실패하고, 배우고, 천천히 변화합니다.

진정한 성장입니다.


2. 가짜 고민 × 가짜 노력 = 효율적이지만 공허한 해결

외부에서 주어진 고민을 남의 힘을 빌러 빠르게 해결합니다.

성형수술, 학원 등록, 온라인 강의 구매.

돈으로 살 수 있는 노력이죠.


효율적이지만, 해결할 때마다 또 다른 고민이 생깁니다.

끝이 없습니다.


3. 가짜 고민 × 진짜 노력 = 방향을 잃은 헛수고

타인이 만든 기준에 맞추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합니다.

대학은 당연히 가는 거 아니야?라는 마음으로 3수, 4수를 계속합니다.


열심히 했지만, 뭘 위해 왜 했는지 혼란스러운 공허가 찾아옵니다.

진짜 나는 점점 멀어집니다.


4. 진짜 고민 × 가짜 노력 = 본질 회피와 재발

진짜 문제는 무겁고 두려워서, 손쉬운 해결책으로 덮습니다.

살이 쪘다는 건 사실 마음의 문제입니다.

필요 이상으로 먹고, 탄수화물을 찾고, 술을 마시고 싶은 욕구들...

그렇지만 위고비 한 대 맞으면 해결되지 않을까?

진짜 문제를 가짜 노력으로 회피해 보는 거죠.


당연히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자꾸만 다른 문제로 번져갑니다.

평생 해결되지 않는 굴레에 갇힙니다.


가짜와 진짜는 있지만, 좋고 나쁜 건 없다

어떤 조합이든 옳다 그르다, 또는 좋다 나쁘다는 건 없습니다.


단 음식이 확 당긴다?

달달한 케이크 한 조각과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면 됩니다.


단 것을 먹고 싶은 마음의 이유는 따로 있지만,

이 '가짜 고민'은 만 원이라는 '가짜 노력'으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죠.

모든 것을 본질적으로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문제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가짜 고민과 가짜 노력이 삶의 전부가 될 때입니다.

진짜 고민을 외면하고, 끊임없이 외부의 기준을 쫓으며,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만 찾습니다.

그러면 아무리 많은 것을 '해결'해도 공허합니다.


둘째, 조합이 잘못되었을 때입니다.

가짜 고민에 진짜 노력을 쏟으면, 방향이 잘못되어 헛수고가 됩니다.

진짜 고민을 가짜 노력으로 회피하면,

문제는 절대 해결되지 않습니다.

loris-boulinguez-Vr1AFNMyrY4-unsplash.jpg 출처: unsplash

그렇다면 답은?

김지현은 성형외과 상담을 취소했을까요? 영어 공부를 그만뒀을까요? 헬스장을 끊었을까요?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다른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이것은 정말 내 고민인가?" "이 노력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나는 이 고민과 노력의 주인인가?"


가짜 고민도 의미가 있습니다.

내가 그것을 고민하기로 선택했다면, 그 과정에서 진짜 고민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가짜 노력도 쓸모가 있습니다.

내가 그 노력을 하기로 결정했다면, 그것은 진짜 노력으로 나아가는 시행착오가 될 수 있습니다.


완벽할 필요는 없습니다. 실수해도, 헤매도, 비효율적이어도 괜찮습니다.

단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주도권!!!
고민과 노력의 주인은 바로 나여야 합니다.


이 연재에서 함께 탐구할 것

10편의 글을 통해 우리는 한 가지 핵심을 파고듭니다.

당신이 밤새 고민하는 그것, 정말 당신의 고민일까요?

'외모', '돈', '결혼과 가정'...

어떻게 없던 고민을 만들어내고, 그 고민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은 누굴까요?

그리고 왜 우리는 가짜 고민에 진짜 에너지를 쏟거나,

진짜 중요한 문제는 외면하고 쉬운 것만 하게 될까요?


방향이 틀렸다면 아무리 달려도 도착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완벽한 선택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단 하나, 내 고민과 노력의 주인이 나라는 것입니다.


이 연재를 끝까지 읽으면

당신은 더 이상 남의 기준으로 자신을 괴롭히지 않게 될 거예요.

당신만의 속도로, 당신만의 방향으로 살아갈 용기를 얻어가길 바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