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이 정한 목표를 향해 달리다 지쳐버린 사람들
김서영(34)은 선생님입니다.
고등학생 때 2번의 수능을 쳤고, 교대에 입학했습니다.
이유는 가족의 권유였습니다.
서영의 집안은 대대로 공무원 집안입니다.
사업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선택이며,
안정적인 것이 아니면, 모두 틀린 선택이었습니다.
이제 퇴직할 때가 되니 봉급도 높고, 연금도 빵빵하니
이보다 더 좋은 직업은 없다고 입버릇처럼 강조했습니다.
서영은 의심하지 않았고, 그래서 필사적으로 노력했습니다.
중학교 선생님이 된 지 10년이 가까워진 지금 무언가 이상했습니다.
일은 익숙하지만,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출퇴근 거리는 가까웠지만, 출근이 괴로웠습니다.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
지금까지 우리는 가짜 고민과 진짜 고민,
가짜 노력과 진짜 노력을 살펴봤습니다.
이번에는 두 고민들과 노력의 조합에 대해 살펴볼 겁니다.
첫 번째는 가짜 고민에 진짜 노력을 들이는 경우입니다.
일단 열심히 하면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앞만 보고 달립니다.
5년, 10년을 성실하게 생활하고, 노력하고, 또 많은 것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전혀 엉뚱한 곳에 와 있습니다.
이것이 비극적인 이유는 게으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말 열심히 했는데, 정작 방향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인가?"
"이 방향이 맞는 걸까?"
"나는 왜 이것을 하려는 걸까?"
이런 질문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하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런 거 고민하면 흔들려. 그냥 열심히 하자."
그렇게 생각의 정지를 선택했습니다.
답이 정해져 있기에 가짜 고민은 단순합니다.
착하고 성실한 사람들은
가짜 고민을 받아들이고 싶은 유혹에 쉽게 빠집니다.
조금 더 구체적인 이유를 들어볼게요.
첫째, 고민하는 것이 두렵습니다.
"이게 내 길이 아니면 어떡하지?"
"지금까지 한 게 다 잘못된 거면 어떡하지?"
이런 질문의 답이 무서워서, 아예 질문하지 않습니다.
둘째,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믿습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아."
"일단 최선을 다하면 돼."
근면성실은 한국 사회에서 최고의 미덕입니다.
셋째, 주변에서도 그렇게 말합니다.
"내가 해보니까 그렇더라"
"다른 건 엄마 아빠가 지원할 테니까, 넌 딴생각하지 말고 공부만 해"
수동적인 태도를 지름길로 인식하는 사회에서
누군가 부여한 고민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모범'이자 '효'로 인식됩니다.
넷째, 이미 너무 많이 투자했습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와서 고민하면 어떡해?"
"의심하기엔 너무 많은 걸 쏟아부었어."
매몰비용이라고도 하죠? 그래서 고민을 차단합니다.
"더 이상 고민하지 않겠어. 그냥 열심히 하겠어."
이렇게 다짐하는 순간이 위험합니다.
물론 때로는 실행이 필요합니다.
생각만 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합니다.
그 고민이 진짜 고민이라면 말이죠.
하지만 방향에 대한 고민 없이 무작정 달리는 것은 다릅니다.
가짜 고민에 노력을 쏟는 것이니까요.
마치 남이 입력한 내비게이션 목적지를 향해
무작정 액셀을 밟아 달려 나가는 셈이죠.
"이것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인가?"
"이 방향이 맞는가?"
"나는 왜 이것을 하려는가?"
이런 질문이 당신을 흔들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무섭죠...
지금까지 한 것이 전부 틀렸다는 답이 나올 수도 있으니까요.
But! 내가 이때까지 했던 고민이 가짜였더라도,
반드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노력을 쏟았던 그 고민이 가짜였다 하더라도,
그 고민을 가짜라고 깨닫는 순간에,
가짜에도 의미가 부여되는 마법이 일어나거든요!
10년 차 부부를 생각해 보세요.
남편은 10년 동안 열심히 일했습니다.
아내가 원하는 것은 백화점 VIP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경제적 조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돈을 잘 벌고 아껴서 더 넓은 집과 더 좋은 생활을 누리는 것이 모범적인 부부생활이라고 들었거든요.
그래서 아침부터 밤까지 늘 성실하게 일했습니다.
회사에서, 부업에서, 투자까지... 아내와 대화할 시간도, 함께 산책할 시간도 없었습니다.
오직 돈만 벌었습니다.
10년 후, 문득 아내가 말했습니다.
"나는 그냥 당신과 아침에 포옹하고 싶었어요."
남자는 10년 동안 잘못된 고민을 했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죠.
그렇다면 이 부부는 이혼해야 할까요? 10년 동안 잘못된 바람을 들어주느라 고생했으니까요?
아니죠. 오히려 가짜 고민에 노력을 했던 지난날이 발판이 되어,
진짜 바람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10년 동안 모은 돈도 있고, 일하는 방법도 알았으니, 이제는 아침 시간을 확보하며 일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 여유도 생겼으니, 함께 여행도 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해야 할 진짜 고민이 무엇인지 깨달았으니
불행한 건 하나도 없습니다.
문제는 가짜 고민을 한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가짜인 줄 모르고 평생 달리는 것입니다.
10년을 가짜 고민에 썼어도, 11년 차에 깨닫는다면 괜찮습니다.
그 10년은 진짜를 찾기 위한 과정이 됩니다.
하지만 30년을 가짜 고민에 쓰고, 죽을 때까지 깨닫지 못한다면?
그것이 진짜 비극이 되죠.
지금 흔들리는 것이, 10년 후 무너지는 것보다 낫습니다.
지금 방향을 확인하는 것이, 잘못된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그리고 설령 지금까지 가짜였다 해도, 깨닫는 순간 그것은 의미가 됩니다.
무작정 열심히 하고 있는 당신의 고민은
진짜인가요, 가짜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