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특집] 진짜 고민을 가짜 노력으로 회피하는 꼼수

좋다는 건, 좋은 건 맞는데, 좋기만 한 것

by 황준선

박민주(29)는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어떤 사람이 되어,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고민합니다.


"나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일을 하고 싶어."

"내가 만든 것으로 누군가의 삶을 바꾸고 싶어."


이 열망은 진심입니다.

그런데 민주는 이 열망을 향해 무엇을 했을까요?


자기 계발서를 1년 동안 20권을 샀습니다.

온라인 강의를 결제했습니다.

MBA 준비도 검색하고, SQL초급반에도 등록합니다.

스마트 워치를 활용한 러닝도 참여하고, 재테크도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1년이 지났는데도,

민주는 자신이 원하는 사람에 가까워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멋진 도피

7화에서 우리는 가짜 고민에 진짜 노력을 쏟는 비극을 봤습니다.

방향은 의심하지 않고 무작정 달리는 경우죠.


8화는 그 반대입니다.

그런데 더 흔하고, 어쩌면 더 교묘합니다.

진짜 고민을 가짜 노력으로 회피하는 것.


주위를 둘러보세요.

우리 주변에는 정답 같은 방법들이 많습니다.

권위자가 추천하는 방법들, 무언가 있어 보이는 말들이죠.


정답이라 하는 조언들에 휩싸이면

진짜 고민에 필요한 진짜 노력이 무엇인지 탐색할 시간을 빼앗겨 버립니다.


물론 그 말들도 하나하나 뜯어보면 다 맞는 말이에요.

맞기는... 맞는 말이죠.

그러나 천천히 살펴보면 그 말들은 서로 충돌하고 있습니다.


좋은 대학을 가라 vs. 학벌 필요 없다

인맥이 중요하다 vs. 성공은 혼자 하는 것이다

자신만의 길을 가라 vs. 대세를 거스르지 마라

외모도 경쟁력이다 vs. 외모에 신경 쓰지 마라

가족이 가장 중요하다 vs. 혼자 사는 인생이 최고다

인생을 즐기듯 살아라 vs. 지금 힘들어야 나중에 편하다

....

끝도 없습니다.


이건가? 저건가? 저거다! 아 아니 저거였구나!?

가짜 노력에 집중하면

진짜 고민은 절대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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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정답처럼 보이는 방식에 빠지는가

진짜 노력은 왜 어려울까요?

정답처럼 보이는 가짜 노력은 어떻게 우리를 유혹할까요?

이유를 하나씩 들어볼게요.


첫째, 즉각적인 만족감을 줍니다.

"오늘도 고생했어"라는 말을 들으면 위안이 됩니다.

정작 나는 오늘 뭐 했는지도 모른 체 정신없이 살았을 뿐인데요.


둘째, 측정할 수 있습니다.

가짜 노력은 숫자로 보여줄 수 있습니다.

"50페이지 독서", "강의 3개 완강" 이런 것들은 체크리스트에 표시할 수 있죠.

체크리스트의 목적은 '체크'가 아닌데요.


셋째, 실패할 위험이 적습니다.

온라인 강의는 실패할 수 없습니다.

들었다는 사실만으로 의미가 있으니까요.

남이 읽어주는 책처럼

내용을 들었지만, 그게 '나한테' 무슨 내용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넷째, 타인에게 인정받습니다.

"요즘 영어 공부해"라고 말하면 칭찬받습니다.

"요즘 식단해"라고 하면 멋지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사람들이 좋아요도 마구마구 눌러줍니다.

사실 그 사람들은 본인 인생에 관심이 없지만요.


다섯째, 불확실성을 견디지 않아도 됩니다.

가짜 노력에는 공식이 있습니다.

"하루 30분 투자, 3개월이면 변화" "이 책을 읽으면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정답이 보장된 듯한 말은 우리에게 (거짓) 안정감을 줍니다.


가짜 노력의 가장 위험한 함정

가짜 노력이 위험한 이유는

과정 말고도 결과에도 있습니다.

면죄부를 주거든요.


"나는 노력했어. 매일 아침 필사했고, 책도 30권 읽었고, 강의도 7개 들었어.

그런데도 안 풀리는 거야. 나는 할 만큼 했어."


아니요!

당신은 진짜 고민에 가짜 노력을 들였을 뿐이죠.



요즘 유행하는 필사를 생각해 보세요.

나라는 인간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이 필사 노트를 삽니다.


그리고 누군가 짜놓은 계획대로, 누군가 써놓은 문구대로,

30일, 100일을 따라 씁니다.


"나는 소중한 사람이다" "인생은 속도보다 방향이다" "남을 의지하기보다 나를 믿어라"

정답처럼 보이는 문구를 100일 동안 따라 쓰니, 노트가 금방 빼곡해집니다.

하지만 당신은 여전히 당신을 모릅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한 번도 당신의 문장을 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진짜 느끼는 것, 진짜 생각하는 것, 진짜 두려워하는 것은 없는 것이죠.


폭우 속에 방바닥에 물이 차오를 때는

물을 퍼 나르는 것이 진짜 노력입니다.

하늘을 보며 이젠 비가 멈춰주길 바라는 건 어리석은 일이죠.


가짜 노력은 일종의 마취제입니다.

고통을 느끼지 않게 해 주지만, 상처를 치유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상처는 더 깊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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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노력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니라, 깨닫는 것

지나치게 쿡쿡 찌르는 말들만 했나요?

하지만, 이 글의 목적은 비난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가짜 노력도 의미가 될 수 있거든요.

내가 하는 노력이 가짜였음을 깨닫는다면,

지금까지의 가짜 노력에도 의미가 부여됩니다.


역설적이게도, 가짜 노력이 '가짜'였음을 알기 위해서는

가짜라고 깨닫는 순간이 필요합니다.

그전까지는, 가짜가 가짜인지 모르는 것이죠.


뭐라는 거야;; 복잡하죠?

결론은, 가짜가 가짜임을 알았다면, 정말 다행인 일이란 뜻입니다.

30년을 가짜 노력에 쓰고, 죽을 때까지 깨닫지 못하는 게 불행인 것이죠.


만약 나의 행동이 가짜 노력임을 알게 되었다면

스스로를 칭찬해 주세요.

가짜 노력을 하지 않으려고만 마음먹으면

그게 바로 진짜 노력이거든요.


그러니 이 글에서 무언가 찔렸다는 느낌이 들었다면,

축하합니다!

이제 당신은 진짜 노력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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