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제작을 결심하다
01.
요즘 그런 생각 안 드세요?
세상에 ‘정답’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요.
서점에 가도, 유튜브를 켜도 온통 "지금 당장 해야 할 것들" 투성이잖아요.
알고리즘은 내가 뭘 좋아해야 하는지 쉴 새 없이 알려주고,
남들의 성공 방식이 마치 내 꿈이어야 할 것 같은 기분도 들고요.
지금은 AI 시대가 오니, 아니 이미 왔다느니 하면서 시끄럽죠.
저도 그 소음 속에서 한동안 꽤 혼란스러웠거든요.
그래서 문득 멈춰 서봤어요.
세상이 나를 이리저리 당기고 비틀어도,
변하지 않는 ‘나만의 무언가’는 없을까 하고요.
뉴스레터를 시작하게 된 건 그 때문이에요.
누군가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고,
온전히 제 호흡으로 그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공간이 필요했거든요.
그래서 지은 이름이 <eigen knot (아이겐 노트)>예요.
처음 들으면 "그게 무슨 뜻이야?" 하고 되묻게 되죠.
제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저의 콘텐츠를 '힐링'으로 분류하거든요.
그래서 뉴스레터 이름은 좀 더 직관적이고 말랑말랑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했어요.
예를 들면, '마음 레터'나 '성장 수업'처럼요.
그런데 저는 이 투박하고 어려운 단어가 마음에 쏙 들어오더라고요.
제가 심리학을 전공하고 조직 문화를 연구하다 보니,
복잡한 마음을 설명할 때 오히려 수학 용어가 명쾌할 때가 있거든요.
‘Eigen(아이겐)’은 독일어로 ‘고유하다’는 뜻이에요.
수학에서는 외부의 힘이 가해져도 방향이 바뀌지 않는 벡터를 ‘Eigenvector’라고 부르고요.
‘Knot(노트)’는 매듭이에요.
매듭 이론에서는 매듭을 아무리 꼬고 늘려서 모양이 바뀌어도 그 구조가 변하지 않으면 같은 매듭으로 봐요.
이 둘을 합치면 ‘고유한 매듭’이라는 뜻이 돼요.
세상이 나를 아무리 왜곡시키려 해도, 결코 풀리거나 변질되지 않는 나만의 단단한 매듭.
어때요?
뜻을 알고 나니까 조금 다르게 들리지 않나요?
도파민의 시대라는 관점에서 보면 0점짜리 이름일지도 몰라요.
한 번에 눈과 귀를 사로 잡는 자극적인 이름도 아니고, 무슨 내용인지 감도 안 오니까요.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좋았어요.
저는 빠르고 쉬운 1분짜리 요약보다는,
문장을 곱씹으며 사유하는 걸 좋아하는 분들을 만나고 싶었거든요.
이 낯선 이름을 보고도 기꺼이 클릭해 줄,
그런 ‘고밀도 독자’분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나 봐요.
이름은 이렇게 정했는데, 막상 시작하려니 고민이 또 꼬리를 물더라고요.
이 이야기를 어디에 담아야 할까요?
사람들이 북적이는 유튜브 같은 광장으로 나가는 게 맞을까요,
아니면 나만의 공간을 짓는 게 맞을까요?
또 누구를 대상으로 누구와 함께 일하는 게 좋을까요?
앞으로 이곳에는 이 고민과 해결책, 새로운 시도 등 뉴스레터를 만드는 과정을 담아보려고 해요.
짜잔-! 하고 보여주는 게 아니라,
어떤 고민을 하면서 어떻게 나만의 건물을 짓는지 공유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잘할 자신은 아주 충분하고요!
단순한 소식지가 아니라, 마음의 고유한 형상을 찾아가는 ‘사유의 저널’을 짓고 싶습니다.
다음엔 그 ‘터’를 잡느라 고민했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제 뉴스레터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지 않고, 빈 공간도 눈에 띌 겁니다.
하지만 완벽하게 정리된 모습보다,
무언가가 만들어지는 바로 이 시작점을 가장 먼저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남들이 다 가는 길이 아닌, 이곳만의 시도를 가장 먼저 발견해 주신 분들을
저는 오래 기억할 것 같습니다.
지금 구독하면, 어디에서도 접하기 어려웠던 이야기들을 누구보다 먼저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