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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준선 Apr 27. 2024

심리학은 위로하는 학문이 아니다

치아가 썩으면 아프다.

본격적으로 썩은 치아를 치료하기 전,

우리는 통증을 줄이려고 한다.

치료고 나발이고, 일단 내 이빨이 아프니까 진통제를 찾기 마련이다.

진통제로 통증을 잠시 달래더라도

중요한 건 아픈 치아를 고치는 것이다.

레진으로 때우든, 파내든, 금니를 씌우든, 어쩌면 발치를 해야 할 수도 있다.

그 과정이 너무 아플 땐 마취를 하기도 한다.


과정이 어떻든 확실한 건 진통제는 치료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치료가 병행되지 않으면

치통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찾아온다.

그냥 다시 찾아오는 게 차라리 다행이지,

치통은 처음보다 더 심해지고 더 자주 발생한다.


위로도 진통제와 같다.


가슴 따듯해지는 위로를 들으면

진통제로 통증을 달래듯

잠시나마 괜찮아진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 위로는 치료가 아니다.


아픈 치아를 치료하듯 심리치료 또한 아프고 힘든 과정이 동반된다.

진료의자에 앉아 입을 '아~'하고 입을 벌리고 차가운 치과 도구가 닿을 때 느껴지는 두려움.

그러나 두렵다고 치료를 중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좋은 치과의사는 증상을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 방안으로 이빨을 치료한다.

노하우가 풍부한 치과의사는 환자와 대화를 하며 알맞은 치료 스케줄을 조정하고

치료 시 환자의 미세한 반응을 살펴보며 환자에게 맞는 최적의 치료법을 적용한다.


심리치료도 마찬가지다.

내 심리와 얽힌 문제들을 '아~'하고 입을 열듯 꺼내보여야 할 때,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낀다.

그러나 두렵다고 치료를 중단할 수는 없다.

좋은 심리치료사는 심리갈등의 원인을 파악하고 적절한 치료 방안으로 마음을 치료한다.

노하우가 풍부한 심리치료사는 내담자와 대화하며 완급조절을 하고, 그들의 특성을 바탕으로 적절한 치료법을 구사한다.


만약 심리학이 위로만 하는 학문이라고 착각한다면

치과의사를 진통제만 처방해 주는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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