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출생율? 혼인대비출산율?
결혼 얘기만 나오면 따라나오는 수치들이다. 여기서 가장 핵심이 되는 두 단어만 정의를 해보자.
출산율: 한 여자가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
혼인출산율: 결혼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의 비율
우리나라로 대입하면 아래와 같은 결과가 나온다.
출산율: 매우 낮음
혼인출산율: 매우 높음
한국의 출산율은 매우 낮다(0.8). 그리고 태어나는 아이의 대부분(97%)은 결혼 가정에서 태어난다. 반면 출산율이 높은 나라에서는 동거, 독신 여성 등의 형태에서 태어난 아이가 30% 정도 된다. 한국보다 출산율은 높지만 혼인출산율은 낮은 것이다.
극단적으로 쉽게 말하자면, 출산율이 낮은 이유는 결혼을 안 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결혼을 하기만 하면 적어도 1명 정도의 아기를 낳는다. 문제는 한국에서 결혼하는 커플이 계속 감소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대 한국에서 결혼이란 무엇이기에 이렇게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되었을까?
단순히 결혼을 장려하고, 결혼하면 돈을 더 주고 집을 제공하는 등의 방식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이미 수조 원의 예산이 투입되었지만, 이러한 방식으로는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한국 사람들이 결혼에 대해 가지는 의미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 결혼을 통해 얻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결혼에 대한 기대는 무엇인지를 알아봐야 한다. 이를 통해 원인을 진단하고 문제 해결을 제공하는 것이 심리학자가 하는 일이다.
결혼이라는 복잡한 주제를 정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결혼한 커플이 10쌍이라면, 그들은 모두 저마다 다른 이유와 계기로 결혼을 한다. 이쯤에서 대부분 누구나 할 수 있는 뻔한 정답과 같은 결론을 낸다. 그리고 당연히 실패한다. 그런 진부한 과정에 참여하고 싶지 않는 나는 결혼정보회사에 주목하게 되었다.
결혼정보회사(혹은 결정사)는 결혼을 전제로 한 만남을 주선해주는 곳이다. 해외에서는 틴더(Tinder)나 커피미츠베이글(Coffee meets bagel, CMB)과 같은 데이팅 앱이 있지만, 결혼을 중점으로 한 만남은 거의 없다. 결정사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맞선' 문화가 반영된 독특한 기업 형태라 볼 수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여전히 부모가 결혼 상대를 정해주는 중매혼 제도가 남아있다. 우리나라 역시 불과 100년 전까지만 해도 중매혼이 주를 이뤘으며, 현대화가 급격히 이루어지면서 맞선 문화가 자리잡았다. 맞선은 전통적인 중매혼과 현대의 자유로운 연애가 결합된 형태라 할 수 있다. 주로 부유층을 대상으로 중매와 맞선을 추진하던 일을 하는 사람을 중매쟁이나 마담뚜라 불렀는데, 결혼정보회사는 '기업형 마담뚜'인 셈이다.
(실제로 결정사에는 커플매니저라고 하는 일종의 프로 중매쟁이들이 있다. 이들의 매칭 실력과 인프라가 결정사의 가장 핵심 능력 중 하나이다.)
결혼정보회사를 연구에 2가지 특장점이 있다. 결정사는 1) 한국의 맞선 문화가 잘 반영되어 있으며, 2) 결혼 적령기의 사람들이 주요 고객이다. 그래서 한국인의 결혼 가치와 의미, 그리고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단서다. 동시에 가장 최신의 결혼 트렌드를 엿볼 기회도 제공한다. 이러한 생각으로 본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결혼정보회사 고객들이 원하는 가치를 5가지 유형으로 분류해보았다. 인간의 주관성을 연구하는 데 적합한 Q방법론을 사용하여 연구를 진행했으며, 연구 결과를 도출하고 검증하기 위해 약 1만 5천 명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하였다.
이제부터 이 연재를 통해 5가지 결혼 가치 유형을 설명하고, 한국인의 결혼에 대한 흥미로운 관점들을 탐구해볼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 사회의 결혼 문제를 이해하고, 미래를 위한 보다 나은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참고로, 출생율은 한 국가나 지역에서 1년 동안 태어난 인구를 전체 인구로 나눈 것을 말한다. 출산율과는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개념이며, 출산율이 여성 차별적인 언어이기 때문에 출생율을 써야한다는 건 적절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