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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천동잠실러 Aug 06. 2024

엄마 빼고 우리끼리 여행

아빠 혼자 애 둘 데리고 떠난 여행

2024. 8. 6. (화)


얘들아. 우리 어디 가지?


3살과 1살, 영유아들과 글램핑을 가기로 결심하다


지난 토요일에 아내가 친구들과 약속으로 집을 비우게 되었는데, 하루종일 두 아이와 집에 있느니 여행을 가기로 결심했다. 휴가철이라 장소를 예약하기 힘들었으나, 다행히 강화도 쪽에 글램핑장 한 두 자리가 남아있어 예약을 했던 것. 아내는 '쉽지 않을 텐데'하며 말렸지만 나는 무모했다.


강화도 글램핑장은 수영장도 있고 유아 풀까지는 아니지만 얕은 연못도 있어 만 3살 꿀떡이와 만 1살 찰떡이가 놀기 좋을 것 같았다. 내부에 화장실과 냉장고, 싱크대도 있으니 안에서 간단히 음식 해먹기도 좋고, 에어컨도 있어서 고민 없이 예약했다. 고민을 더 했었어야 했는데

전쟁의 서막 (Feat. 취소 불가)


근데 우리 뭐 타고 가지?


오전 9시: 쏘카를 부르다 - 집 앞


문제는 아내가 약속장소에 차를 가져간다는 것. 나도 여행을 가려면 차가 필요한데, 더욱이 나는 두 아이를 태울 카시트도 있어야 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이미 카시트가 설치되어 있는 우리 차량을 내가 몰고 아내가 쏘카나 렌터카를 빌려가는 것이지만, 초보 운전인 아내는 다른 차를 몰아본 적이 없으므로 가장 안전한 방법은 좀 불편해도 내가 쏘카를 빌린 후 카시트를 이전 설치하는 것이었다. 


집 앞으로 부름서비스 신청을 해서 아침 일찍 카시트를 설치하고 나니 여행 시작 전부터 땀이 한 바가지였다. 그래도 활짝 웃으며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아내를 보니 잠시 기분이 좋았는데, 뒤를 돌아보자마자 눈을 끔뻑끔뻑하며 나를 쳐다보는 두 아이를 보고 살짝 겁이 나기도 했다.


'잘할 수 있겠지..?'


파란색 우리 집 차와는 다른 자태의 하양이 I  쿨쿨 잘만 자는 귀여운 자식들...ㅎ


체크인 전에 뭐 하지


오전 11시: 영화를 보러 가다 - 키즈 전용 영화관 (김포 홈플러스)


글램핑장 체크인이 3시. 시간이 많이 남아 집에 있기 뭐해서 아침부터 키즈 전용 영화관(?)에 갔다. 영유아 아이들 위주 영화관이라 좌석도 지정석이 아니고 아무 빈백에 자유롭게 앉아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옆에 미끄럼틀도 있고 자석보드도 있어 아이들이 놀면서 돌아다녀도 눈치 보이지 않을 것 같아 선택했다.


(꿀떡이가 가장 좋아하는 베베핀이 매진이라) 바다 관련 애니메이션 영화를 택했는데, 다행히 꿀떡이가 엄청 좋아해서 빈백에 앉아 영화 보랴 팝콘 먹으랴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둘째 찰떡이였다. 일반 영화관보다는 밝긴 해도 여전히 조금 어두운데다, 낮잠시간이 다가오는데 엄마가 보이지 않으니 불안한 눈치였다. 결국 찰떡이가 영화관에서 '엄마'를 연신 외쳐대는 통에 데리고 밖으로 나와야 했다. 물론 영화관에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는...아빠가 제 발 저림.


혼자서도 영화 잘 보는 꿀떡이


오후 12시 30분: 아이들과 점심을 먹다 - 푸드코트 (김포 홈플러스)


영화가 끝나니 오후 12시 반. 두 아이 모두 팝콘을 많이 먹긴 했는데, 그래도 밥시간이 많이 늦어서 영화관 바로 옆 푸드코트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어른 혼자 영유아 둘을 보기가 생각보다 너무 어려웠다.


일단 주문하는 것부터 고비였다. 메뉴를 좀 보려고 하면 두 아이가 '2단 분리'되어 양쪽으로 뛰어가고, 간신히 두 아이를 잡아 주문을 하고 보니 음식을 가지러 갈 수가 없었다. 결국 꿀떡이는 의자에, 찰떡이는 유아 의자에 묶어 앉혀놓고 뛰어가서 음식을 가지고 왔다. 밥을 먹기도 전부터 다시 땀범벅이 되기 시작했다.

 

하.... 밥을 입으로 먹는 건지 코로 먹는 건지...(사이다는 결국 먹지도 못하고)


오후 1시 30분: 아이들과 화장실을 가다 - 푸드코트 (김포 홈플러스)


"아빠. 쉬 마려워요"


밥을 먹으며 어느 정도 평화를 찾은 바로 그때, 꿀떡이의 저 말에 머리가 삐쭉 섰다. 보통 아내나 내가 꿀떡이를 데리고 화장실에 가면 남은 한 사람이 찰떡이를 보곤 했는데, 지금은 나 혼자 뿐이다. 그리고 심지어 대부분의 마트에는 여자 화장실에만 유아 화장실이 있고 남자 화장실에는 유아 화장실이 거의 없다.


급한 마음에 아이를 양손에 화장실로 뛰기 시작했다. 찰떡이를 앞에 놓고 꿀떡이를 어른 변기에 앉혀 간신히 볼일을 보고 나왔다. 이미 여러 흐른 땀줄기가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 어느 정도 밥을 먹고 잠시 한숨을 내쉬던 찰나, 찰떡이 입에서 놀라운 단어가 들렸다.


"지지...빠빠이"


..... 그렇다. 둘째 찰떡이가 기저귀에 큰 볼일을 본 것이었다. 물론 기저귀가 있어 촌각을 다투는 것은 아니었으나, 문제는 냄새였다. 등에 종기가 나 항생제를 먹는 찰떡이의 응아 냄새는 정말 기가 막히다는(?).


서둘러 그릇을 반납하고 다시 두 아이를 업고 유아 휴게실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하필 유아 휴게실은 지상 2층. 식당은 지하 1층. 결국 엘리베이터를 타고 간신히 유아 휴게실 앞에 도착했다. 그렇게 꿀떡이를 소파에 앉혀 놓고 찰떡이 기저귀까지 갈고 나니 온몸이 녹초였다. 아직 글램핑장은 도착도 안 했는데.


더 웃긴 건 각자 볼일을 시원하게 본 두 아이는 더 신이 나서 '이제부터 놀아볼까' 모드로 온 마트를 휘젓고 다니기 시작했다는 것. 지쳐버린 나도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여기저기 아이들이 다니는 곳으로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30분 넘게 마트에서 놀았던 기억이다. 



오후 2시: 글램핑장 (강화도)로 출발


결국 오후 2시 (그 사이에 주차장에서 찰떡이를 태우느라 잠깐 손을 놓은 사이 꿀떡이가 옆 차 사이로 사라져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났었다는 ㅎ)가 되어서야 강화도로 출발을 했다.


쓰다 보니 영상도 아니고 글인데도 지난 토요일의 힘듦이 새록새록 떠올라 뒷목이 뻐근해진다 (헉헉..)

강화도 여행 내용이 담긴 오후 편다음 글쓰는 것으로...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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