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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천동잠실러 Dec 26. 2024

얘들아. 아빠는 30대 때...

2024. 12. 26. (목)


크리스마스도 지나고 나니 이제 곧 2025년이네. 곧 4살, 2살이 될 너희들을 키우다 보니 시간이 번개처럼 지나는 것 같다.


어제는 엄마와 처녀총각 시절 영상을 봤는데, 벌써 7년이 넘게 지난 영상 속 엄마아빠가 참 풋풋하더라. 어느새 7년이 지났는지... 눈만 감았다 뜬 것 같은데. 혹시 또 눈을 감았다 뜨면 너희들이 훌쩍 커서 교복을 입고 있을까 두렵기도 해. 오늘 아침 아빠 출근하는 길에 엄마한테 폭 안겨있던 조그마한 너희들이 아직 눈에 선한데.


가끔은 너희들이 지금보다 더 크면 엄마랑 아빠가 좀 편해질까 싶다가도, 동시에 너희들이 너무 빨리 크지는 않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함께 머무는 게 육아인가 싶기도 하다.


엄마 껌딱지들 I 첫 산타 할아버지 선물


이제 막 30대 중반을 마주하는 아빠는 아직도 인생을 잘 모르겠다.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지,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하는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채로 그저 하루하루 치열하고 성실하게 저벅저벅 주어진 길을 걸어가는 기분이야.


그래도 너희들이 아빠를 찾아와 준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매 순간 어떤 선택을 할 때 '너희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과 방향을 찾으려 노력하게 되었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결혼을 하고 아빠가 되어 가정을 꾸리면 조금 더 보수적으로 변하는 경향이 있다던데, 아빠는 오히려 너희들을 키우며 조금 더 도전적으로 변하는 것 같아.


언젠가 너희가 지금 아빠 나이가 되었을 때, 아빠가 너희에게 한 줌 지혜나 경험이라도 더 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일까. 도전할 기회가 있으면 과감히 도전하고,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일종의 '실습'을 해나가는 중이야.


어찌 보면, 너희들이 아빠를 키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30대의 중반을 지나는 아빠는 유명한 연예인도 아니고, 정치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 분야에서 정점에 선 최고의 지식인도 아닌 그저 평범한 직장인이고 가장이지만, 그래도 아빠의 자리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또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회사에선 열심히 일을 하고, 집에 돌아가서는 열심히 엄마와 너희들을 사랑하는 것, 단순하고 반복적이지만 아빠에게는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들이고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순간들이거든.


어렸을 때 너희들 할아버지가 '인마. 평범하게 산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알아?'라고 말씀하시곤 했는데, 그 말의 뜻을 요즘 들어 많이 느끼곤 해. 평범하게 산다는 것, 평범의 모양을 갖추기 위해서는 엄청난 성실함과 희생, 그리고 꾸준함이 필요하다는 것을. 주변을 둘러봐도 시간이 지나며 평범하게 산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가장 특별한 삶이고 복된 삶이 아닌가 생각하곤 한다.  


일상이 너무 평범해서 신발을 짝짝이로 신기도 해


언젠가 너희들이 커서 세상을 살아가며 스스로 작게 느껴질 때마다, 꼭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빠는 30대 때 너희들이 주는 힘으로 도전하고 발전하며 살아갔다는 걸. 너희들이 없었다면 아빠는 이렇게 성실하고 꾸준하면서도 치열하게 살아가지 못했을 거야. 너희들의 존재는 그 자체로도 가치 있고, 또 그 모양 그대로도 아빠 같이 고집 센 사람을 바꾸어 냈으니, 이미 4살, 2살 때부터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야.


그리고 너무 빨리 크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흐르는 시간을 멈출 수 없으니 오늘 아빠가 더 빨리 집에 가서 더 많이 안아줄게.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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