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에 복싱을 시작하다.
2026. 4. 6. (월)
사건(?)의 발단은 태권도였다.
첫째가 6살이 되며 태권도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이 많아졌다. 평소에도 무예 하나쯤은 가르치고 싶었기에 알아보니 집 근처에 태권도, 주짓수, 유도, 복싱관이 있었다. 아이를 어떤 곳에 보낼까 고민하다 문득 '아이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면서 자란다는데, 정작 나는 못하면서 아이에게 무예를 배우라고 하는 것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다른 고민에 빠졌다.
'근데 그럼 나부터 시작해야 하나?'
30대 후반이라는 나이 걱정에 생각이 선뜻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 나이에 무슨 운동을 시작하나', '다치기라도 하면 어떡하나'라는 생각들이 스쳐가던 찰나, 어찌 되었든 지금 시작하면 마흔이 되었을 때 어떤 것이든 3~4년 차는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 내내 '할까 말까' 고민 끝에 인근 주짓수 학원에 1일 체험을 등록했다.
월요일 아침에 아이들 등원을 마치자마자 주짓수 체육관으로 향했다. 스파링을 제외한 모든 운동에 참여했다. 1시간 동안 땅바닥을 구르고 팔이 꺾이며 깨달은 것이 몇 가지 있다면, 주짓수는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다는 것, 그러나 생각보다 훨씬 위험하다는 것, 그럼에도 생각보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 많다는 것. 체험 당시 내 파트너도 나이가 적어도 40대 후반은 되어 보이셨다.
그렇게 땀범벅으로 주짓수 체험을 마치고 돌아오며 '고민은 아무것도 확인해주지 못하지만, 행동하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다. 다만 유연성이 매우 떨어지는 나는 주짓수를 했다간 1년 안에 어딘가는 부러지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복싱관에 들러 관원 등록을 하고 2주째 열심히 '원투 원투'하며 주 4~5회 복싱을 수련하고 있다.
글을 쓰는 지금도 온몸이 쑤신다.
일단 첫째가 7살이 되는 내년까지 적어도 1년을 버티며(?) 수련을 하고자 한다.
곧 복직을 하면 일하랴 육아하랴 운동하랴 정신이 없을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해 봐야겠다. 그렇게 1년을 버티고 나서 첫째와 무예 학원에 대해서 대화를 나눈 후, 필요하다면 여러 체육관에서 체험 수업을 다녀볼 예정이다. '아빠는 포기했지만 너는...'이라는 어색한 말로 첫째와 대화를 시작하지 않으려면 앞으로 1년 간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
나는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실력'이 아니라 '태도'를 심어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직접 그 태도를 살아내려 한다.
사실 30대 후반의 나이에 주짓수 체험에 다녀오는 것, 그리고 복싱관에 가서 상담을 받는 것도 내게는 꽤나 부담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부딪혀보고 막상 시작하니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집 세 아이들도 매사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태도를 갖고 살아갔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스스로 고민해서 본인에게 필요한 것 또는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찾고 행동하는 태도'를 가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언가를 찾고 행동했다면 끈기 있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인내심도 가졌으면 좋겠다.
그렇기에 아빠로서 포기하지 않고 이 뜬금없는 도전을 계속해나가려 한다. 내년 요맘때에 무사히(?) 성공 후기를 적을 수 있기를.
원투원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