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아이와 여행을 가는가

by 봉천동잠실러

2026. 3. 19. (목)


예전에 회사에서 회식을 하다 같이 앉은 동료가 우리 첫째 또래의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반가운 마음에 '아들은 요즘 뭐 좋아해요?'라고 물었는데, 그분의 대답이 예상 밖이었다.


"저도 잘은 모르는데... 무슨... 비행기 나오는 만화를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알고 보니 아이가 평일 동안은 경기도 친정 부모님 댁에 있고 동료 부부는 서울에 있어서, 부부가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일주일 중 이틀도 안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동료 분은 '솔직히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 잘 모른다'며, 비행기 나오는 만화를 좋아한다는 것도 친정 부모님한테서 언뜻 전해 들었다고 했다. 금요일에 퇴근 후 아이를 서울 집으로 데리고 오면 아이는 엄청 좋아하는데, 아무래도 생활 전반적인 패턴이 친정 부모님과 맞춰져 있어서인지 부모 입장에서는 너무 힘들어서 주말마다 '얼른 월요일이 왔으면'하는 생각이 굴뚝같다고 했다.


말없이 그 얘기를 듣는데 괜스레 마음이 슬펐다.




나는 아이들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는 이 시기, 아이들이 비교적 원초적(?)인 지금이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 성장에도 물론 중요한 시기지만 그 얘기가 아니다. 부모인 내게 중요하다. 부모로서 '아이들의 원초적인 모습'을 관찰하고 눈과 마음에 담아둘 수 있는 너무도 소중하고 아까운 시간이기 때문이다. 휴직 전에는 주말마다, 휴직 후에는 평일에도 종종 아이들을 데리고 기를 쓰며 여행이나 체험을 다니는 이유도, 아이들이 좋은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 뭔가 배우게 하려는 마음보다는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아이들의 반응을 보고 내 눈과 마음에 담아두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예를 들어 같은 집에서 같은 부모를 둔 첫째 (유치원생, 딸)와 둘째 (어린이집 원아, 아들)만 해도 여행을 가면 반응이 엄청 다르다. 첫째는 오션월드와 같은 대형 물놀이장에서 다양한 체험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반면, 둘째는 독채 펜션에 달린 작은 수영장에서 천천히 자신만의 놀이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스포츠 경기 직관을 가면 첫째는 '규칙'에 집중하고 끊임없이 질문하는 반면 둘째는 '움직임'에 집중해서 가만히 관찰한다. 뮤지컬을 보면 첫째는 '이야기'에 집중하는 반면 둘째는 '음악'에 집중한다. 그래서 집에 돌아오면 분명 같은 장소를 다녀왔는데 두 아이의 추억이 다른 모양인 것이 매번 재미있다.


아이들과 여행을 다녀오거나 이런저런 체험을 하면서 매번 아이들에 대해 한 걸음 더 알게 된다. 가장 어릴 때, 가장 원초적일 때의 모습을 관찰하고 알아갈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아이들과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여행하는 느낌이랄까?




"아이들 좀 더 크고 여행 다니면 재미있어. 너무 어릴 때는 기억도 못하고 힘들기만 해."


육아 선배들로부터 종종 듣는 말이다. 물론 힘들다. 하지만 아이들이 어린 지금 여행을 다니고 체험을 하는 것이 신기하고 즐겁다. 가는 곳마다 아이들의 반응을 보고 '이 아이는 이렇구나'하며 나중에 본인들도 기억 못 할 많은 순간들을 부모로서 눈과 마음에 담는다.


어린아이들을 키우는 많은 부모님께도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싶다.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 새롭게 마주하는 체험들은 결국 아이들을 향한 여행이라고. 시간이 금방 다 가기 전에 마음껏 누리시길!


눈놀이도 하고, 서킷 구경도 하고
박물관들을 다니며 대왕 사과(?)랑 클래식 카도 구경하고
엄마 없이 아빠들이랑만 여행도 다녀오고
스포츠 경기도 보고 (봄이 되었으니 이제 야구장으로 갈 예정)
키즈 뮤지컬도 보고 (집 근처 공연장 일정 수시로 확인)
다음엔 어디로 떠나볼까? (Feat. 캠핑 가고싶다는 둘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