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덕분에)이제야, 나를 쓰고 있다.

‘나’라는 이름으로 살아있음을 느낀다.

by 컬러코드

20대에는 늘 무언가를 배우고, 누군가를 따라가느라 바빴다.
경험을 쌓는다는 이유로 남의 눈치를 보며 일했고,
"이 길이 맞나?" 의문을 삼킬 새도 없이
성실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매일을 견뎌냈다.


그 와중에 '내 것'이라는 이름을 단 무언가는
한 줄도 제대로 그려내지 못했다.
일도, 글도, 감정도.

고작 내가 썼던 것은,

업무일지와 해야 할 리스트가 가득한 다이어리.


30대가 되자 내 우선순위는 또다시 바뀌었다.
가족을 챙기고, 아이를 키우고,
누군가의 엄마, 아내, 딸, 며느리로서
또 한 번 나를 뒤로 미루었다.


누군가는 그런 나를 보며 "참 잘하고 있다"라고 했지만
나는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소중한 것들을 지켜낸 대가로,
나는 어느 날 거울 앞에서 낯선 얼굴을 마주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주 느리게, 꾸역꾸역, 스스로를 설득하듯
박사과정이라는 터널을 걸었다.
무언가를 증명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더는 미뤄선 안 된다고 느꼈던 걸까.
학위 하나를 따는 데 들인 그 시간은 10년.

지식 때문이 아니라
내가 나를 다시 믿기 위한 과정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글을 쓰고 있다.

처음으로 내가 하고 싶은 소리를 울부짖는다.
그저 내가 하고 싶었던 가슴속 깊이 참아왔던 그 언어들.
누구에게 무엇을 보여주기 위한 도전도 아니다.

그저 조용히 앉아,

말로는 꺼내기 어려웠던 내 안의 언어들을
한 줄 한 줄 꺼내 글로 옮긴다.

그 순간 나는
세상 누구의 역할도 아닌
‘나’라는 이름으로 살아있음을 느낀다.


이렇게 나를 다시 만나게 해 준 것은
화려한 무대도, 누군가의 인정도 아닌
오롯이 이 ‘글 쓰는 시간’이었다.

그동안 얼마나 나를 미뤄두었는지를
이 시간이 깨닫게 해 주었다.


나는 지금,
비로소 나를 살리는 언어를 쓰고 있다.


이 시간이,
결국 오래전부터 내가 꾸었던 꿈이었다는 걸
이제야 알아차린다.


브런치스토리 10주년을 축하하며.

내 인생에 큰 선물을 선사해 준

브런치스토리가 어찌 고맙지 않을 수 있을까.


계속 꿈꾸면 언젠가는 이루어지겠지.

떳떳하게 작가라고 말할 수 있는 그날이 오겠지. 언젠가는.


Happy BRUNCH DAY~!